부처님이 부처님의 안부를 묻다

39. 법화 일승(一乘)

2021-10-23     지안 스님(반야불교연구원장)

사바세계 기사굴산에 묘음보살이 백천만금이나 되는 영락을 가지고 석가모니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러 머리 숙여 발에 예배하고 영락을 바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정화수왕지부처님께서 세존에게 안부를 전했습니다. ‘건강하시고 편안하십니까? 어려운 일 없으시며 즐겁게 지내십니까? 사대가 조화롭고 편안하십니까? 세상일은 견디실 만하십니까? 중생제도는 잘 되고 있습니까? 탐욕이 많고 화를 잘 내며, 어리석고 교만하며 질투심이 많은 중생들은 없습니까? 부모에게 불효하며, 사문에게 불경스러우며, 그릇된 소견과 악한 마음을 가진 자는 없습니까? 다섯 가지 정욕(五情)을 잘 절제하여 거두지 못한 이는 없습니까? 세존이시여, 중생들이 능히 마군과 원수를 잘 항복 받습니까? 오래전에 열반하신 다보여래께서 칠보탑 안에 계시면서 오시어 법을 들으십니까?’ 또 다보여래께 문안하셨습니다. ‘편안하시고 불편함은 없으십니까? 잘 참고 오래 견디어 오래 머무를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전하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다보여래의 몸을 뵙고자 하오니, 원컨대 세존이시여, 저로 하여금 친견하게 하여주십시오.”

그때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다보여래께 말씀하셨다.

“이 묘음보살이 친견하고자 합니다.”

이때 다보여래가 묘음보살에게 이르셨다.

“훌륭하고도 훌륭하도다. 그대가 능히 석가모니여래께 공양하고 〈법화경〉을 듣고 또 문수사리 등을 보기 위하여 여기까지 왔구나.”

‘묘음보살품’에 나오는 이 장면은 정광장엄국에서 정화수왕지부처님을 뵌 묘음보살이 신통력으로 선물 영락을 가지고 사바세계 영축산에 와 석가모니 부처님과 다보여래에게 정화수왕지부처님의 안부 인사를 전하는 장면이다. 〈법화경〉 특유의 부처님이 부처님에게 안부를 전하는 장면이다. 〈법화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이름도 비슷한 〈비화경(悲華經)〉이 있다. 자비를 꽃에 비유하여 이름을 삼은 경이다. 이 경에는 예토성불(穢土成佛)을 강조하는 특징이 있다. 부처님이 정토에 계시지 않고 예토에 오시는 것은 대비심으로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전생의 서원인 본원(本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비록 수많은 부처님 세계가 있고 그 세계에 보살이 있지만 불·보살이 활동하는 주 무대가 사바세계 예토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불의 참가치가 예토에 있다는 것이다. 정토신앙에서는 중생이 부처님을 의지하여 부처님이 계신 나라에 태어나기를 발원한다. 극락왕생을 발원한다든가 미륵 정토인 도솔천에 태어나기를 바라는 내세 위주의 신앙에서 발원하는 정토를 타방정토(他方淨土)라 한다. 그런가 하면 여기가 불국토라 하여 부처님 국토를 다른 곳에 가서 찾는 것이 아니라는 차방정토(此方淨土)가 있다. 예토성불은 중생이 살고 있는 현실세계를 불국토화하는 것이므로 차방정토가 된다. 물론 차방, 타방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있다는 유심정토설(唯心淨土說)도 있다. 이는 선종(禪宗)에서 주로 말해 온 설이다. 〈법화경〉에서는 이 세 정토에 관한 설이 다 수용되어 있지만, 사바세계가 가장 성불하기 좋은 곳이라 하므로 차방정토를 우선으로 말하고 있는 경이다. 이미 ‘방편품’에서 밝힌 대로 부처님이 일대사(一大事)를 할 수 있는 곳이 중생이 있는 사바세계라는 것이다. 신라 때 원효는 그가 지은 〈법화경종요〉에서 〈법화경〉 대의를 서술하면서 〈법화경〉의 성격을 이렇게 규정했다. “〈법화경〉은 시방삼세의 모든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나타나신 큰 뜻과 일체중생이 나아가는 하나의 길을 밝힌 진리의 문이다. 깊고도 드높은 이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큰일 하나(一大事)로 중생에게 깨달음을 열어 보여서 깨달아 들어가도록 하고(開示悟入), 모든 부처님의 몸이 다 똑같은 부처님이라는 이치와 세간과 열반이 결코 대립하거나 따로 떨어져 있는 세계가 아니라는 이치를 밝혔다.”

이는 정토와 예토가 다르지 않으며 중생과 부처가 둘이 아니라는 말로 법화 일승(一乘)의 본뜻을 밝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