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 중의 으뜸 법화경
36. 대승종극지설(大乘終極之說)
부처님이 수왕화보살에게 이르셨다.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일체중생희견보살이 다른 사람이 아니라 지금의 약왕보살이었느니라. 이처럼 몸을 버려서 보시한 것이 한량없는 백천만억 나유타 수 시간 동안이었느니라. 수왕화보살이여, 만약 발심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려는 사람은 능히 한 손가락이나 한 발가락을 태워서 부처님 탑에 공양하면, 나라나 도시나 처자나 삼천대천세계의 토지와 산림과 하천, 온갖 진기한 보물로 공양하는 것보다 훨씬 더 뛰어나리라.
만약 어떤 사람이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한 칠보(七寶)로 부처님과 대보살과 벽지불·아라한들에게 공양한다 하여도 그의 얻는 공덕은 〈법화경〉을 받아 지녀 사구게송(四句偈頌) 하나를 지니는 것만 못하니 〈법화경〉을 받아 지니는 공덕이 가장 크니라. 수왕화보살이여, 마치 모든 시내나 개천, 강 등의 물 가운데서 바닷물이 으뜸이듯이 이 〈법화경〉도 모든 여래가 설하신 경 가운데서 가장 깊고 가장 크니라.
또 토산(土山), 흑산(黑山), 소철위산(小鐵圍山), 대철위산(大鐵圍山)과 십보산(十寶山) 등 여러 산 중에 수미산이 단연 으뜸이듯이 이 〈법화경〉이 모든 경전 가운데서 으뜸이니라. 또 뭇 별 가운데 달이 가장 으뜸이듯이 이 〈법화경〉이 천만억 모든 경전 가운데 가장 밝게 비추느니라.
또 해가 모든 어둠을 몰아내듯이 이 경도 능히 온갖 악의 어둠을 깨뜨리느니라. 또 여러 왕 가운데서 전륜성왕이 가장 으뜸이듯이 이 경이 여러 경전 가운데 가장 존귀하니라. 또 제석천왕이 삼십삼천 가운데 왕이듯이 이 경도 모든 경 가운데 왕이 되는 경이니라. 또 대범천왕이 모든 중생의 아버지이듯이 이 경도 모든 현인·성인·학·무학과 보살의 마음을 낸 사람들의 아버지이니라. 또 모든 범부들 가운데 수다원, 사다함, 아나함, 아라한, 벽지불이 으뜸이듯이 이 경도 모든 여래가 설하고, 또는 보살이나 성문이 설한 모든 경법 가운데 가장 으뜸이 되느니라. 또 이 경전을 능히 받아 지니는 사람도 또한 그와 같아서 모든 중생 가운데 으뜸이 되느니라. 모든 성문과 벽지불 가운데서 보살이 단연 으뜸 되나니, 이 경도 또한 그와 같아서 모든 경법 가운데 가장 으뜸이 되느니라. 부처님이 모든 법의 왕이듯이 이 경도 또한 그러하여 모든 경 가운데 왕이 되느니라.”
이 장(章)에 와서는 소신공양 찬탄에 이어 부처님이 수왕화보살에게 〈법화경〉의 공덕과 그 우수성을 여러 가지 비유로 설하고 있다. 경전 속의 본문에서 그 경전의 탁월한 가치성을 이렇게 강조하며 설해 놓은 예가 〈볍화경〉을 빼고는 없다. 온갖 것을 비유하는 예를 들었지만, 결론은 〈법화경〉이 ‘경전 중의 왕’이라고 하였다. 〈법화경〉을 대승종극지설(大乘終極之說)이라 한다. 대승의 법문을 마지막으로 모두 설해 마친 지극한 법문이라는 말이다. 보통 삼승(三乘)을 회통하여 일승(一乘)으로 돌아가게 한다는 뜻에서 회삼귀일(會三歸一)로 〈법화경〉의 성격을 규정하나 법화사상 완성자 천태 지의(天台智?, 538~597)가 말한 대로 〈열반경〉과 더불어 부처님 일대시교 중 최후의 설법이다. 그러므로 종극(終極)의 설법이 되어 〈법화경〉 이상의 설법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법화경〉을 근본으로 한 천태종의 지의나 〈화엄경〉을 근본으로 한 화엄종의 현수(賢首)는 다 같이 일대시교를 오시(五時)로 교상판석을 하였다. 이에 의하면 〈법화경〉은 대승교법의 종착역인 종교(終敎)이다. 화엄종에서는 〈화엄경〉을 원교(圓敎)라 하여 최상의 설법으로 여기고, 천태종에서는 〈법화경〉을 일승교(一乘敎)라 하여 최상의 설법으로 여긴다. 보통 경전을 소승경전과 대승경전으로 나누지만 현수는 대승경전도 시교(始敎), 종교(終敎), 돈교(頓敎), 원교(圓敎)로 나눴고, 천태는 일대시교 전체를 경명으로 전후의 설시를 구분해 49년 설을 내세워 아함 12년, 방등 8년, 반야 21년, 법화 8년으로 햇수를 밝혀 판석(判釋)하기도 했다. 〈화엄경〉은 최초의 설법이라 하여 〈화엄경〉을 설한 때를 〈아함경〉 설한 때에 넣었다. 결국 〈법화경〉 중심으로 보면 소승(小乘), 대승(大乘), 그리고 일승(一乘)의 셋으로 나누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