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시립합창단 19곳, 기독교 노래 선곡 80%

조계종 종평위, 종교편향 실태조사

2021-10-01     송지희 기자

불교음악원 보고서 공개
지휘자 상당수도 기독교
“찬송음악 중심 심각해”
복무규정 강화 등 촉구
불교계 자성 목소리도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위원장 도심, 이하 종평위)가 ‘전국 국·시립합창단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국립합창단의 모든 공연에서 기독교 노래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전국 대부분의 시립합창단에서 70% 이상의 기독교 곡으로 공연이 채워지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실태조사는 조계종 사회부와 종평위의 의뢰로 불교음악원(원장 박범훈)이 담당했으며, 전국 국·시·도립합창단 19단체를 대상으로 7월 14일부터 9월 10일까지 진행됐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국립합창단의 정기 공연 가운데 3.1절과 광복절, 시민을 위한 행사 등 기독교 곡 선정이 불가한 경우 외에는 모든 공연에서 기독교 노래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또 코로나 영향이 없던 2018년 국립합창단 지방순회공연의 경우 13개 공연 중 7개 도시 공연시 기독교 노래가 100%이거나 필수적으로 편성되어 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종평위는 “국립합창단 뿐만 아니라 인천, 수원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의 시립합창단에서 70% 이상의 기독교 곡으로 공연이 채워지고 있었다”며 “사실상 공립합창단에서 특정종교의 선교공연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결과를 확인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종평위는 “전국의 국·시립합창단이 합창곡목으로 기독교음악을 선정하는 것은 일상화된 일이라고 볼 수 있다”며 “공립합창단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모든 활동이 국민의 공익을 위해 이뤄져야 합에도 이들의 인적 구성과 공연 내용에 있어서 서양음악 그중에서도 기독교 찬송음악 중심으로 매우 편향되게 운영되고 있음이 이번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편중된 선곡의 주요한 요인으로는 지휘자들의 종교를 지적했다. 전국의 공립합창단 지휘자 모임인 한국합창지휘자협회(KCDA)의 고문과 이사, 사무인력 등 거의 전원이 교회합창단 지휘자와 신학대 교수로 이뤄져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KCDA 소속 지휘자는 약 57명 이상으로 우리나라 합창 관련 실질적인 결정권자들”이라며 “이들의 경력과 활동배경을 보면 절대 다수가 개신교회나 성가대 혹은 신학대학 교회음악의 배경을 지니고 있고 가톨릭은 극소수여서 사실상 개신교 합창단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라고 강조했다.

선곡 양상을 분석한 결과 신학대학 혹은 기독교 재단 출신일수록 기돌교 음악의 분포가 높았고, 기독교와 관련되지 않은 일반 대학 출신은 상대적으로 기독교 찬송가 관련 선곡의 비중이 낮았다.

종평위는 “이 세상에는 기독교 음악 외에도 다양한 문화, 종교, 국가, 인종의 수준 높은 음악이 다채롭게 존재한다”며 “공립합창단이라면 국민들의 이 같은 문화적 지평을 넓히고 음악적 소양을 다양화 하는데 그 역할을 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종평위는 정부와 지자체에 대해 특정종교 편향행위를 하고 있는 전국의 국공립 합창단의 실태 파악, 향후 공직자 종교편향 예방교육, 예술단 복무규정 강화, 소통 창구 개설 등 다각적인 개선책을 실시할 것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국·공립합창단의 종교편향 문제와 관련, 도넘은 행보에 대한 견제와 감시도 중요하지만, 불교계 역시 반성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수준 높은 찬불합창곡 제작과 활성화를 위한 관심·지원의 부재, 불교음악 인재 양성 등에 대한 무관심이 이 같은 현실을 가속화시킨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클래식의 범주인 대부분의 합창곡이 기독교 문화권인 서양음악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선곡 자체를 문제 삼는데서 한발 더 나아가 불교음악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