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화경 유포를 부촉하다
33. 촉루품
그때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법좌에서 일어나 큰 신통력을 나타내어 오른손으로 한량없는 보살마하살들의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한량없는 백천만억 아승지겁에 이 얻기 어려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법을 닦고 익혔느니라. 그것을 이제 그대들에게 부촉하노니, 그대들은 마땅히 일심으로 이 법을 받아 지녀 유포하여 널리 퍼지게 하라. 그리고 이 법을 설하여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잘 듣고 알게 해 주어야 하느니라.”
이와 같이 세 번을 거듭 보살마하살들의 머리 쓰다듬으시고 말씀하셨다.
“왜냐하면 여래는 큰 자비를 지니어 욕심부리는 일이 없으며 또한 두려운 것이 없어서, 능히 중생들에게 부처의 지혜와 여래의 지혜와 자연의 지혜를 주기 때문이니라.
여래는 곧 일체중생의 큰 시주이니 그대들도 마땅히 여래의 법을 따라 배워서 인색한 마음을 내지 말아야 하느니라. 오는 세상에 선남자, 선여인이 여래의 지혜를 믿는 이가 있으면 마땅히 이 〈법화경〉을 설해 듣고 알게 해야 할 것이니 그들로 하여금 부처님의 지혜를 얻게 하기 위해서니라. 만약 어떤 중생이 믿지 않으면 마땅히 여래의 또 다른 깊고 묘한 법 가운데서 보여주고 가르쳐주고 이롭게 해주고 기쁘게 해 주어야 하느니라. 그대들이 만약 이렇게 한다면 모든 부처님들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 되느니라.” 그때 여러 보살마하살들이 부처님의 이러한 말씀을 듣고 큰 기쁨이 온몸에 넘쳐 더욱 공경스럽게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 숙여 합장을 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함께 아뢰었다.
“세존의 분부대로 받들어 행하오리다. 그러하오니 세존이시여, 염려하지 마시옵소서.” 모든 보살마하살들이 이렇게 세 번이나 함께 소리를 내어 아뢰었다.
그때 석가모니부처님이 시방에서 오신 여러 분신(分身)부처님들을 각기 본국으로 돌아가게 하려 하여 이렇게 이르시었다. “여러 부처님들께서는 각기 안주하시던 곳으로 돌아가시고, 다보부처님은 아직 그대로 계셔 주십시오.”
이렇게 말씀하실 적에, 시방에서 오신 보배나무 밑에 앉아 계시던 한량없는 분신(分身)부처님들과 다보여래와 상행(上行)보살 등 끝없는 아승지 보살들과 사리불을 비롯한 성문과 사부대중 그리고 모든 세간의 천신ㆍ인간ㆍ아수라 등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모두 다 크게 기뻐하였다.
〈법화경〉은 말세용 경전의 역할을 하는 경이다. 마치 〈지장십륜경〉처럼 말세의 사정을 감안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또 〈법화경〉은 〈호국삼부경〉에 들어가듯이 〈호국경〉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는 법을 들을 중생들의 사정을 생각하는 정도가 그만큼 깊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법화경〉의 대비심이 지극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촉루품’에 설해져 있는 위의 내용은 〈법화경〉의 유포를 보살들에게 부탁하는 이야기다. 이 대목에서는 〈법화경〉을 아뇩다라삼막삼보리법이라 하였다. 무상정각이라 번역되는 이 말은 불법의 핵심 진리 그 자체를 일컫는 말이다. 이를 널리 유통시켜 모든 중생들이 듣고 잘 알게 해 주어야 한다고 당부를 한다. ‘여래의 지혜를 믿는다면 〈법화경〉을 설해 듣고 알게 하라’는 유훈이 세 번이나 거듭 설해진 것이다. 이 유훈을 받는 것이 부처님 은혜를 갚는 것이라 하였다. 또 〈법화경〉이 중생들에게 부처의 지혜와 여래의 지혜 그리고 자연의 지혜를 준다고 하였다. 모두 부처님의 지혜를 달리 부르는 말로 일체지, 일체종지 무사지(無師智) 등 지혜의 성격을 달리 나타내는 말들이다.
다보여래는 〈법화경〉을 증명하는 부처님으로 열반하신 후 전신사리가 되어 〈법화경〉을 설할 때마다 땅에서 솟아 나와 칠보탑이 되어 〈법화경〉이 진실한 것임을 증명해 준다고 한다. 본래는 동방 보정세계 부처님으로 법화회상에 꼭 등장하는 부처님이다. 시방에서 온 분신부처님은 본국으로 돌아가시고 다보여래만 남아 계시라 부탁하는 말씀은 법화법문이 안끝났으니 더 증명해 주시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