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미얀마 민주화 운동 핵심인재

9. 킨녜이싱 미얀마학생연합회 부회장

2021-09-03     최재희 양곤대 박사과정
한국에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부산 사찰에서 첫 인연 맺어
한국서 석사 과정 유학 중에
미얀마 군부 쿠데타 발생 해
매주일요일 부산역서 집회를
자비경 독송하며 마음 다져
부처님의 ‘자비’가 필요한 때


미얀마 쿠데타 상황이 길어지면서 미얀마 현지 뿐만 아니라 국내에 거주하는 미얀마 사람들 중에서도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쿠데타가 터진 2월달 직후부터 매주 주말마다 날씨에 상관없이 시위를 하기 때문이다. 시위를 기획하고 수 많은 회의를 해야 하는 임원진이라면 그 피로도가 더욱 높다. 몇 주 전 부산 미얀마 학생연합회 부회장인 킨녜이싱의 입원 소식에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를 위한 칼럼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더욱 걱정이 되었다. 

킨녜이싱을 처음 알게 된 건 부산의 절에서였다. 불연(佛緣)으로 인한 만남 덕분인지 우리는 서울과 부산, 그리고 미얀마와 한국으로 떨어져 있을 때도 마음은 하나였다. 

석사 논문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에 미얀마 쿠데타가 터지게 되어서 학업보단 조국의 미래를 위해 한국에서 헌신하고 있다. 미얀마의 2월 1일 쿠데타 이후부터 매주 일요일마다 부산역에서 집회를 기획하여 운영 중이다. 또한 미얀마민주화에 관한 행사들에 참여하고 미얀마 피난민들, 군부로 인해 고통스러워하는 주민들, 그리고 시민불복종운동에 참여하여 생활비가 힘들어지는 분들을 위한 모금활동을 하면서 미얀마 민주화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그는 “쿠데타 이후 초반에는 미얀마 쿠데타에 대한 신문, 잡지, 방송, 전화인터뷰를 통해 인터뷰하면서 미얀마상황에 대해 많이 알려질 수 있도록 노력할 수 있었지만 요새는 그런 기회가 많이 없어져서 미얀마에 대한 관심이 점점 없어지는 것 같다”며 아쉬운 마음을 토로했다. 

쿠데타 이후 미얀마 경제가 급격히 어려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버틸 수 있는 건 ‘자비로운 마음’ 덕분이라며 불교적 가치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코로나 1차 유행 때부터 국민들의 기부금과 음식기부, 숙식제공 기부 등으로 버틸 수 있었는데 쿠데타 이후 경제가 많이 어려워졌는데도 불구하고 공유하고 기부하면서 간신히 버티고 서로 도와주고 있는 국민들 보면 자비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깨달았습니다.”

1988년도, 2017년도 미얀마 민주화 운동시기보다 스님들의 역할이 축소 된 것 같다는 외국 언론의 시각에 대해서는 우리가 보지 못 하는 다른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다. 

“스님들도 미얀마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고 시위대에 일반시민들과 함께하면서 민주화를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데타로 인해 경제가 악화되면서 사람들이 많이 힘들어 하는데 스님들이 나와서 음식을 나눠주고 기부하면서 보탬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미얀마 역사상에 88민주항쟁 때부터 지금까지 스님들의 민주화에 대한 의지와 절실함을 보여주며 국민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민주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갈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다수의 미얀마 사람들과 같이 태어남과 동시에 불교문화 속에서 자란 그에게 불교 가치관은 일상생활의 수레바퀴와도 같다. 하루에 한 번 기도와 명상은 반드시 하며 긍정적인 마음과 좋은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인생에 있어 늘 좋은 일만 있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불행한 일이 찾아와서 인생의 시련을 겪을 때도 불법(佛法)에 의지하며 힘든 순간을 견디며 마음을 치유한다. 미얀마 사람들은 ‘업’을 굉장히 중요시 여기는데 이번 쿠데타를 통해 ‘업’에 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독실한 불자이기도 한 킨녜이싱 씨.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고 응원하면서 군부쪽 군인들과 경찰들이 시민군에 의해 죽었다거나 다쳤다는 소식을 들으면 기뻐하고 응원하게 되는데 사실 때로는 남이 죽어가고 아픈데 이렇게 기뻐도 되나? 내가 이런 악한 마음을 가져서 나중에 벌 받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업(Karma)의 이론처럼 현재 행위는 그 이전의 행위 결과로 생기는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들의 잔인한 학살과 진압으로 이런 결과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며 군부의 권력이든, 쿠데타 전의 우리의 행복한 일상이든 모든 것이 영원하다는 것은 없다는 점을 다시 느끼게 됩니다. 그래도 좋은 일을 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민주화 운동은 반드시 승리하리라 믿습니다. 부당하게 죽고 힘들어하는 사람들 편에 있고 서로 도와 주는 것이 좋은 일이고 공덕이라 믿으며 끝까지 싸워서 민주화를 쟁취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에게 가장 좋아하는 경전과 부처님의 말씀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부처님께서 매순간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일을 하고 있으면 그 결과로 좋은 일들이 생길 것이니 자기가 심었던 나무의 열매만을 수확할 수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중요하게 생각하고 좋은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비유했습니다. 업이라는 것은 원인과 결과를 설명하는 이론인데 자기가 한 어떤 행위를 바탕으로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 것이며 이는 정의나 상벌의 개념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자연법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자비경전을 자주 독송하고 많이 좋아합니다. 이는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자비를 보내고 사랑의 마음을 키울 수 있는 경전이며 독송하는 순간에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 같아서 자주 합니다.”

킨녜이싱은 내게도 함께 독송할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미얀마에서 자주 듣던 ‘메타 뽀뻬매(자비를 보낼께요.)’라는 문장이 생각났다. 한국의 바쁜 사회 속에서 잊고 지내던 귀중한 부처님 가르침을 그 덕분에 다시 상기하게 되었다. 
 

킨녜이싱 씨는 미얀마학생연합회 부회장으로 활동중이다.

때론 어떤 사람들은 내가 불교학과를 전공했기 때문에 미얀마 문화의 부분적인 불교문화를 확대 적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할 때가 있다. 그래서 미얀마 불교문화에 관한 글을 쓸 때는 여러 명의 미얀마 사람들에게 확인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도 고마운 사람 중에 한 명이다. 그에게 마지막 질문으로 미얀마 문화와 불교에 관한 연관성에 대해 설명을 부탁하자마자 명쾌한 답변을 주었다. 

“미얀마에서는 예의범절이나 전통이나 문화나 모든 분야가 불교문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얀마에서는 12개월 동안 일년내내 불교와 관련된 행사와 명절들이 있으며 새해 명절 같은 경우에도 젊은 미얀마 사람들은 신쀼의식을 치릅니다. 이와같은 미얀마의 문화가 불교에서 오면서 왕조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전통문화라 생각합니다. 또한 미얀마에서는 교육문화부터 결혼문화까지 (결혼할 때도 스님들에게 절을 올리고 축복을 받으며 잘 살 수 있다는 믿음을 통해 결혼식 때 절에 가서 기도하고 공양을 올리며 공덕을 쌓는 문화가 있습니다.

미얀마에서는 7월달에 와소가 시작되면 미얀마 스님들은 더띤줏 보름날이 되기 전까지 약 3개월동안 절에서 나갈 수가 없습니다. 절에서 경전공부 및 수행을 정진해야 하며 와소가 시작되는 날 수행자들은 절에 가서 스님들에게 가사와 음식을 기부하는 행사를 합니다. 7월달부터 3개월 동안은 공덕을 쌓고 결혼식도 3개월 동안 올리지 않습니다.) 또한 미얀마 사람들이 보름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불교 문화에서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부처님께서 태어나시고(탄생재일) 깨달으시고(성도재일) 열반하신 날(열반재일)이 모두 보름날이기 때문에 보름이 되면 절에서 공양을 올리고 8계를 지키며 절에서 생활하는 문화가 있는데 수행을 하거나 법회를 하고 기부행사도 많이 합니다. 그리고 보름날에 수행을 하면 다른 날에 비해 더 특별하다고 믿는 문화가 있습니다. 이와 같이 미얀마 문화는 다양한 분야에서 불교와 관련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매주 일요일 부산역에서 민주화 집회를 열고 있다.

쿠데타가 터지기 이전까지 모두가 평범한 학생이자 시민이었다. 지금은 직업을 불문하고 모든 미얀마 사람들이 군부라는 거대 악에서 미얀마를 독립시키기 위한 독립군과도 같다.

그는 미얀마 고대 왕 중에 바간의 아노야타 왕을 존경한다. 아노야타왕은 미얀마의 잘못된 신앙들에 대한 믿음과 숭배를 백성들이 멈출 수 있도록 도와줬고 신아라한이라는 승려를 통해 불교를 도입하여 불교의 기틀을 완성하면서 불교적인 인식을 사람들한테 심어준 고마운 왕이기 때문이다. 미얀마에 처음으로 불교가 전국으로 퍼졌던 바간 왕조 시기의 공덕이 곧 어지러운 군부의 탐욕을 멈추게 하길 간절히 기도할 뿐이다.<양곤대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