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승법을 설한 ‘위음왕불’
29. 위음왕불
그때 부처님께서 득대세보살마하살에게 이르셨다.
“그대 이제 마땅히 알아라. 만약 〈법화경〉을 받아 지니는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를 악한 말로 욕하고 비방하면, 큰 죄보를 받게 되는 것이 앞에서 말한 그대로이며, 이를 받아 지니는 사람이 얻는 공덕도 먼저 말한 바와 같아 눈ㆍ귀ㆍ코ㆍ혀ㆍ몸ㆍ의근이 청정하게 되느니라.
득대세여, 옛적 한량없고 가없는 불가사의한 아승지겁 전에 부처님이 계셨으니 이름이 위음왕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이셨느니라. 겁의 이름은 이쇠(離衰), 나라 이름은 대성(大成)이었느니라.
그 위음왕 부처님이 그 세상에서 천신과 인간, 아수라를 위하여 법을 설하셨는데, 성문이 되기를 바라는 자에게는 사제법(四諦法)을 설하여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일을 극복하여 열반에 이르도록 하고, 벽지불이 되기를 바라는 자에게는 십이인연법(十二因緣法)을 설하고 보살들을 위해서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기 위한 육바라밀법(六派羅密法)을 설해 부처님의 지혜를 얻게 하였느니라.
득대세보살이여, 이 위음왕불 수명은 40만억나유타 항하사겁이요, 정법이 세상에 머무는 겁의 수는 한 남섬부주의 작은 먼지 수와 같고, 상법이 세상에 머무는 겁의 수는 사천하의 작은 먼지 수와 같으니라. 그 부처님이 중생 이롭게 하시고 나서 열반에 드셨고, 정법ㆍ상법이 다하고 난 뒤, 이 국토에 다시 부처님이 출현하셨으니, 또한 이름이 위음왕 여래ㆍ응공ㆍ명행족 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이었느니라. 이렇게 차례로 2만억 부처님이 출현하셨으니 모두 이름이 같았느니라.”
‘상불경보살품’에 들어가면 먼저 위음왕불이 등장한다. 〈법화경〉에는 과거 무수겁 전의 부처님 명호가 많이 나온다. 〈화엄경〉은 수많은 보살들의 이름이 나오고 〈법화경〉은 부처님 이름이 많이 나온다. 위음왕불은 과거 장엄겁 이전의 공겁(空劫) 때의 부처님이신데 본초불(本初佛)이라 말하기도 한다. 본초불이란 밀교에서 주로 쓰던 용어인데 본초라는 말이 원초라는 말이다. 본래 처음부터 부처였다는 말로 어느 시점에 이르러 부처가 된 것이 아니란 말이다. 이는 〈법화경〉의 대의 구원실성(久遠實成)을 뜻하는 말로 대통지승여래나 일월등명여래 등과 같이 명호를 달리하여 상징적으로 등장하는 부처님이다. 위음왕불은 최초의 부처님이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위음나변(威音那邊)’이라는 말은 선가에서도 써온 말인데 공겁이전(空劫以前)이란 뜻으로 위음왕불이 출현하기 이전이란 말로 부모미생전(父母未生前)과 같은 뜻이다.
위음왕불이 사성제, 십이인연, 육바라밀 법을 설했다 하였다. 이른바 삼승(三乘)의 권교법문(權敎法門)을 근기에 따라 설했다는 것이다. 이를 밝힌 이유는 〈법화경〉의 대의인 회삼귀일(會三歸一)의 뜻을 천명하기 위해서이다. 불교 공부의 처음과 중간은 대부분 삼승법을 배운다. 교리는 이해하는 것이고 수행은 실천하는 것으로 해행(解行)이 갖춰져야 수행의 지위가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법화경〉의 일승법(一乘法)인 실교(實敎)가 삼승법(三乘法)인 권교(權敎)를 결코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권교에만 머물러 있지 말고 실교에 나아가라는 것이다.
이 장(章) 내용이 특이한 점은 위음왕불이 같은 명호로 계속 출현하여 2만억 부처님이 출현했다는 것이다. 홀로 부처가 아닌 다수 부처란 말이다. 이 역시 부처의 영원성을 시간적인 측면에서 나타낸 말이라고 볼 수 있다. 천태지의의 〈법화현찬(法華玄贊)〉에는 “여러 부처님에게 위음왕이란 동일한 명호를 붙인 것은 〈법화경〉을 설하는 부처님 음성이 왕처럼 존귀하고 뛰어나 큰 위세를 가지고 있어 중생들로 하여금 큰 이익과 즐거움을 얻도록 한다는 뜻을 나타내기 위해서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