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안정사 토지 1천평 ‘처분금지’한 까닭은?

법화종 종찰 통영 안정사, 토지 증여 논란

2021-07-19     송지희 기자

지난해 안정사영산재보존회로
진입로 등 1천평 소유권 이전
양도자·양수자 모두 승헌스님
전과 논란됐던 안정사 前 주지

총무원, “증여 승인기록 없어”
부동산처분금지 가처분 제기
창원지법 통영지원, 6월 23일
“일체의 처분행위 금지” 결정

법화종 대표종찰이자 전통사찰인 통영 안정사를 두고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안정사 진입로를 포함한 부지 1000평에 대한 소유권이 (사)안정사영산재보존회로 이전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된데 따른 것이다.

전통사찰 보존법에 따르면 소유권 이전을 위해서는 종단 대표자의 승인서가 필요하지만 총무원 공식 자료에 토지 증여와 관련한 승인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데다가, 해당 부지가 안정사로 들어가는 유일한 부지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더욱이 해당 부지를 증여받은 (사)안정사영산재보존회 이사장이 지난해 전과이력으로 인한 자격 논란 물의를 빚었던 안정사 前 주지 승헌 스님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종단 내 이와 관련한 의혹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소유권 이전 및 처분금지가 기재된 등기서류.

특히 본지 취재에 따르면 증여계약서상 양측 당사자인 안정사와 안정사영산재보존회는 모두 대표자가 승헌 스님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서상 당시 안정사 주지 승헌 스님이 사찰 소유의 1천평 부지를 (사)안정사영산재보존회 이사장 승헌 스님에게 증여한 셈이다. 이에 일각에서 “전통사찰의 보존을 책임져야 할 주지가 소임을 활용해 사찰 부지를 사유화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승헌 스님이 토지를 양도한 시점에 안정사 주지였는지 여부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승헌 스님이 ‘법화신문’에 직접 공개한 ‘승인서’에 따르면 승인 시점은 2020년 9월 18일이다. 그러나 총무원 공식 문서에 따르면 당시 승헌 스님은 안정사 주지직에서 해임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된다.

총무원에 따르면 2020년 8월 대전지방법원이 前 총무원장 서리 진우 스님의 승려 자격을 이유로 직무집행정지를 결정함에 따라, 진우 스님이 행사한 인사권 등 종무행정 일체가 무효화됐다. 승헌 스님에 대한 안정사 주지 임명 또한 무효로 소급되면서, 2020년 9월 9일 총무원장 서리 지관 스님이 승헌 스님에게 ‘안정사 주지 직위 해지’를 통보한 바 있다.

특히 안정사는 종단의 대표적인 종찰이자 전통사찰임에도, 토지의 소유권 이전을 결정하는 중대한 사안에 대한 총무원 공식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점도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양도허가 신청을 위해서는 총무원장의 승인서와 가계약서, 주지 재직증명서 등이 필요하지만, 정작 총무원에 보관된 서류목록 중에는 관련 자료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사)안정사영산재보존회에 양도된 안정사 토지 안정리 산 173-8. 유일한 진입로를 포함하고 있다.

총무원 공식자료에 따르면 안정사 부지와 관련한 기록은 2018년 1월 前 총무원장 도성 스님 당시 진행된 임원회의에서 영산재보존회 전수관건립에 관한 토지 사용승인의 건을 다룬 회의록이 유일하다. 이마저도 소유권 이전등기를 전제한 증여가 아닌 사용승인의 건이며, 대상으로 명시된 필지도 실제 (재)안정사영산재보존회에 증여된 필지와 다른 위치로 확인됐다.

본지 확인결과 당시 임원회의에서 사용승인의 건으로 논의된 필지는 안정1길 363 소재지의 산173번지 내로, 당시 임원들은 토지사용 승인의 전제조건으로 174번지 내 가설건물을 철거하고 자부담으로 전수관 건립에 따른 토지이용을 승인했다.

그러나 현재 안정사영산재보존회에 증여된 필지는 안정리 산 173-8 주소지의 임야 3300㎡(1000평)로, 다른 위치인데다가 안정사로 향하는 유일한 진입로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전통사찰 보존을 위해 필수적인 토지를 별개의 법인에 양도하는 행위는 전통사찰 보존 및 관리를 저해할 수 있는 사안으로, 관련법에도 저촉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등기서류에 따르면 해당 부지는 필지 분할을 통해 안정사영산재보존회로 증여됐으며, 등기 접수는 11월 3일 완료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총무원 관계자는 “안정사 토지 증여를 위한 분필등기 신청과 총무원장의 증여승인서, 안정사와 안정사영산회보존회 증여 계약, 안정사 임원회의, 사찰주지재적확인서 발급 등이 모두 같은 날인 2020년 9월 18일 이뤄진 것으로 확인된다”며 “상식적으로 이 모든 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됐는지에 대한 의혹이 많다. 의혹 해소를 위해 조사에 착수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승헌 스님은 “2018년 임원회의에서 사용승인된 토지와 증여된 토지의 주소가 다른 이유는 ‘오기’ 때문”이라며 “또 2020년 당시 지관 스님에게 안정사 주지 직위 해지 통보를 받은 것은 맞지만 9월 23일 스스로 사직했다. 증여 과정은 정상적인 절차를 밟았다”고 해명했다. 

현재 해당부지는 법원에 의해 ‘부동산처분금지’ 결정이 내려진 상태다.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한 법화종 총무원(총무원장 서리 혜문)측이 즉각 (사)안정사영산재보존회를 상대로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을 제기한데 따른 것이다.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은 6월 23일 총무원의 가처분 신청취지를 인용해 “안정사영산재보존회는 해당 부동산에 대해 매매, 증여, 전세권·저당권·임차권의 설정 기타 일체의 처분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결정했다.

이와 관련 승헌 스님은 성명서를 통해 “최근 저를 둘러싸고 불미스러운 소문들이 횡횡하고 있으나 전혀 근거없는 일이라는 점을 확인하고자 영산재보존회교육전수관 신축건립의 건립 추진과정을 설명하고자 한다”며 “안정사영산보존회 건립불사에는 조금도 사심이 들어가지 않은 과정으로 이루어졌고 사비로 10억원을 들여 하루속히 불사를 건립해 도제양성을 하고자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총무원측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관할 지자체에 정보공개를 요청한데 이어, 관련 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해당 부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소송’를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