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화종, 창종 75주년 법회서 ‘파사현정’ 천명

6월 19일 종정 스님 주석처인 의성 수도암서 혜문스님 “법화종도 원력으로 정상화 이룰 것”

2021-06-20     송지희 기자

원로의원·지역교구 스님들 참석
정상화 위한 종도 염원 모아내

긴 혼란에 몸살을 앓았던 법화종이 창종 75주년을 맞아 종단 정상화를 향한 종도들의 염원을 모아냈다. 지난 수년간 일부 집행부 인사들의 자격 논란과 이해관계에 얽힌 전횡 등으로 쇠락의 길을 걸어 왔던 만큼, 이제는 파사헌정의 기치를 내걸고 종단을 바로잡겠다는 원력이 굳건히 섰다.

법화종(총무원장 서리 혜문)은 6월 19일 종정 도선 스님의 주석처인 의성 수도사에서 ‘법화종 창종 75주년 기념법회’를 봉행했다.

이날 법회는 총무원장 서리 혜문 스님 체제의 집행부가 총무원 청사에 정상적으로 진입한 뒤 처음으로 열린 공식행사다. 집행부는 지난 6월 16일 총무원 청사를 무단점거 중이던 비상대책위 일부 인사들이 종정 도선 스님과 서리 혜문 스님의 정당성을 인정하며 점거를 해제함에 따라 청사에 진입했다.

이에 따라 75주년 창종법회는 법화종을 바로 세우기 위한 첫 법석으로 마련됐다. 원로의원 오봉·법진·진덕·혜각·보명 스님이 고령에도 참석했으며, 경주, 강원, 경동, 김창, 제주, 동해 등 전국 지역교구 스님과 중앙종회의원 혜광 스님 등도 함께했다. 

창종 기념법회는 법화종 역대조사 추모 다례재를 시작으로 포문을 열었다. 명종 5타로 열린 본행사는 종정 이운과 개회선언, 삼귀의례, 여래수량품 자아게, 종단연혁 소개, 봉행사와 종정 도선 스님의 법어, 축사와 발원문 낭독으로 진행됐다.

총무원장 서리 혜문 스님은 “법화종사의 뒤안길을 살펴보면 역대 조사들의 유구한 전등이 사자상승되어 그 가르침과 유훈이 계승되고 있지만, 지금의 후학들은 오욕칠정에 얽매여 수행과 전법을 멀리하고 탐심에 불타오르는 삼거화택”이라며 “그 위태로움은 안중에도 없이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전도몽상에 빠져있는 행태들에 대해 부처님께서는 일찍이 선인선과(善仁善果) 선과)요, 악인악과(惡仁惡果)의 이치를 설하셨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님은 “우리 스스로 자정하지 못하고 외면하다보니 내부에서 곪아터진 환부가 여실히 드러났고 어느 부위부터 수술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며 “종단 정상화의 길은 멀고 힘든 여정이지만 뜻을 같이 하는 종단 스님들과 총무원 임원 스님들이 함께 정진한다면 불력(佛力)의 도움과 약왕보살의 처방으로 반드시 회복될 것으로 믿는다”

이를 위해 계율을 어기고 사바라이죄를 범한 자들에게 엄중한 조치를 내리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스님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이며 노골화되고 있는 행위들에 개해 더 이상의 정상참작은 없다”며 “종단 변혁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법화미래 100년은 요원하다는 자각으로 책임이 있는 자를 일벌백계하겠다. 애종심과 주인의식으로 풍전등화의 종단을 일으켜세우는데 함께 해 달라”고 당부했다.

원로의원 보명 스님은 “법화삼매를 얻기 위해 용심을 내어 자리행을 앞세우고 이타행을 멀리한 것이 종단 교세의 부침에 일조한 것 아닌가 하는 참회가 인다”며 “이럴 때일수록 종단 사부대중 모두가 일심으로 합심해 종정 예하의 가르침을 봉대하고 총무원장 서리 집행부가 종단살림을 이끌어나가는데 일조해야 한다. 일부 스님들의 해종행위로 인한 고통을 방치한다면 우리 종단의 종명은 인몰되고 종사는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한탄했다.

스님은 “인과법은 한치의 오차가 없다. 부끄러운 종사가 반복되어 국민과 불자들에게 지탄을 받는 상황에서도 서로 헐뜯고 종도들을 혹세무민해 파화합을 일삼은 무리에게 반드시 호법신장의 철되가 가해지리라 믿는다”며 “새로운 마음을 다지는 오늘 자리에서 법화의 새 불교운동을 위한 정화의 깃발을 높이 들고 파사현정에 나서자. 원로 스님들이 그 길에 동행하겠다”고 천명했다.

종정 도선 스님은 이날 법어에서 신수대사가 홍인대사에게 올린 게송을 설하며 경책과 당부를 전했다.

“신시보제수(身是菩提樹, 마음은 보리의 나무요)
심여명경대(心如明鏡臺, 마음은 명경대와 같은지라)
시시근불식(時時勤拂拭, 때때로 부지런히 털고 닦아)
물사야진애(勿使惹塵埃, 진애를 일으키지 말지어다)”

이어 동참대중들은 발원문을 통해 법화종 미래 100년 장도의 길에 무진등이 밝혀지길 서원했다.

“지난날 미혹의 자취는 일시에 사라지고 뜻하는 바 모두 부처님 정법에 근거하옵고 행하는 바 폭풍저럼 막힘없이 자재하여 주시옵소서. 오늘 법화행자들이 발원한 원력들이 동참하지 못한 종도들의 가슴에 전달되고 위로는 33천 하늘에, 아래로는 육도중에 미치어 이 공덕으로 온 중생의 마음이 밝아지고 고뇌를 떠나 위없는 깨달음을 증득케 하여 주시옵소서.”

대중들은 “파화합을 일삼는 무리들에게 호법신장의 장국죽비를 가해주시고 정법을 받들어 정진하는 대중에게는 무량공덕을 베풀어 달라”며 원융살림을 이루길 발원했다.

한편 이날 의성 수도암에서 창종 75주년 기념법회가 봉행되던 시각, 총무원 청사를 점거했던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성운) 측도 춘천 강선사(주지 성운)에서 창종법회를 진행했다. 비상대책위원회측은 애초 총무원 정사에서 이를 추진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집행부 진입으로 점거가 종료되면서 위원장 성운 스님의 사찰인 강선사로 장소를 옮겼다. 법화종 집행부는 비상대책위원회가 그동안 종법상 권한 없이 청사를 부당하게 점거한 채 공찰 주지 임명 등 종무상 월권을 행사하고 종도들에게 강선사 창종법회 참석을 공지한 정황을 확인하고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