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포교일기] 아들 일으킨 母情

2021-06-04     지인 스님
그림=최주현

몸이 불편하신 스님을 모시고 병원에 입원할 수 있도록 도와드린 후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원내 식당을 찾아 들었는데 누군가 뒤에서 “스님”하고 부른다. 누군가 싶어 돌아보니 바로 며칠 전 전화 통화를 했던 한 보살이었다. 눈에 반가움의 눈물이 금새 맺히는 것을 보며 나도 가슴이 뭉클하였다. “어쩐 일이세요”하고 물으니 “아들 외래진료차 왔습니다. 뒷모습을 보는데 꼭 스님 같다고 하니 우리 아들도 그런 것 같다고 해서 제가 막 달려 온 겁니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훔친다.

코로나19로 인해 환자 방문뿐 아니라 병원의 출입까지 힘들었던 지난해 8월 경, 한 봉사자로부터 환자 보호자 중 한 명이 스님을 만나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병실을 방문했다.  

아들이 병석에 누워있고 보호자인 어머니가 보조 침대에 앉아있다가 병실 안으로 들어서는 나를 반갑게 맞이했다. 아들의 차가 언덕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로 인해 병원에서 하반신 마비라는 진단을 받고 보살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보살은 그간의 일들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줄줄 흘렸다. 

어느 날 보살은 ‘마음이 아파도 자식 앞에서 몇 번이나 뜨거운 눈물을 참고 참았는데 오늘은 그냥 눈물이 나오네요’라고 문자를 보내왔다. 이에 ‘힘내십시오. 보살님이 강건하셔야 아드님도 용기를 낼 수 있습니다. 저도 기도 중에 기억하겠습니다’라고 답장했다. 코로나 상황이라 아픈 마음을 문자나 전화를 통해 위로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보살은 ‘불교법당’에 의지하여 기도하며 아들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종교실의 운영을 당분간 중단하길 바라는 병원 측 입장이 있었기에 법당을 패쇄하고 있던 중이었지만, 보살은 법당 문 앞에서 기도를 강행하였던 것이다. 보살님의 간절한 마음을 알기에 법당 문만 개방해 놓는 것으로 결정했다. 보살은 하루도 빠짐없이 법당을 찾았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눈물의 기도였으리라. 

다음 달에 아들을 데리고 다른 병원으로 옮겼고, 병원을 전전하며 아들을 일으키기 위해 노력한 시간이 어느새 일 년이 되었다. 그런데 1년 동안 기적을 이뤄졌다. 걷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진단을 뛰어넘어 좌절에 넘어진 아들의 마음을 일으켜 세웠고, 결국 아들은 한 걸음씩 난간에 의지한 채 걷기 시작했다. 나는 법당 부처님께 감사의 삼배를 올렸다. 이 병원 내에서 힘과 용기를 얻은 불자의 소식과 아들을 일으킨 어머니의 정성을 전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