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 조계사 인근서 ‘전도축제’ 연 개신교단체 ‘빈축’

예수재단, 5월 19일 법요식 당일 서울 조계사 돌며 ‘찬송가’ 방송 “하나님 믿으라” 구호 외치기도 불자·시민들 신고로 경찰 출동해 “도 넘은 행위” 비판 여론 확산

2021-05-19     송지희 기자

부처님오신날 한 개신교단체가 봉축법요식이 봉행되던 서울 조계사 인근을 돌며 확성기로 찬송가를 부르고 ‘하나님을 믿으라’고 구호를 외치는 등 상식 밖의 행위를 해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부처님오신날은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명절이자 불자들이 사찰을 찾아 참배하며 부처님 오신 뜻을 기리고 신심을 고취시키는 특별한 날인 만큼, 사찰에서 벌어진 개신교계의 일방적이고 몰상식한 선교행위에 대한 비판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해당 개신교단체는 5월 19일 오전 10시~5시 봉축법요식이 봉행된 서울 조계사 인근에서 ‘서울예수전도축제’를 진행했다. 이날 전도축제에는 10여명이 참석했으며 ‘여호와를 경외하라’ 불교연등 즉각 철거, 차별금지법 원천불가 등을 플래카드에 명시한 채 집회를 이어갔다.

그리고 오후 2시반경 이들은 조계사 일주문으로 이동해 본격적인 선교활동을 전개했다. 확성기를 들고 찬송가를 부르는가 하면 “창조주 하나님을 믿으세요” “회개하십시오” 등 구호를 외치며 불자들의 신행활동을 방해했다. 지나가던 시민들과 신도들의 저지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찬송가를 방송하던 이들은, 결국 5시간 넘게 조계사 인근에서 일방적인 선교행위를 하고서야 자리를 떴다.

이 과정에서 이를 막으려는 일부 시민들과 실랑이가 이어졌으며, 시민들의 민원 및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이들을 조계사 일주문 길건너로 이동시키는 등 강제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선교행위가 진행 중인 상황을 처음부터 지켜봤다는 이수민 조계사 청년회장은 "당시 조계사 앞에서 '하나님을 믿으라'며 플래카드를 들고 외치는 모습을 보면서 분노를 느끼는 법우들이 적지 않았다"며 "심지어 예수재단은 그 모습들을 유튜브로 방송하고 플래카드를 압수당하면 다시 다른 플래카드를 갖고 오는 등 만반의 준비를 다한 모습이었다"고 설명했다.

본지가 제공받은 사진의 플래카드에 따르면 해당 집회는 ‘예수재단’이라는 개신교 단체가 주최했다. 예수재단은 지난 2013~2014년 경에도 조계종에 연등 철거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는가 하면, 연등회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이후에도 지정 취소를 주장하는 등 조계사 일대에서 불교폄훼 활동을 지속해 왔던 단체다.

이세용 조계사 종무실장은 “아무리 종교가 다르다고 해서 다른 종교인들에게 이처럼 행패에 가까운 행위를 하는 것은 더 이상 선교가 아니라 폭력이고 증오로 인한 범죄에 가깝다”이라며 “이웃종교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과 배려는커녕, 부처님오신날 특히 봉축법요식을 봉행하는 순간까지도 이런 행위를 한다는 사실에 대해 불자들도 충격이 크다”고 참담해 했다.

이날 집회는 불자들을 넘어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해당 현장을 목격한 시민들이 블로그와 SNS 등에 게재하면서, “도를 넘어선 행위”라는 비판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현장에 있던 조계사 청년회 회원들이 찍은 집회 모습. 사진제공 조계사 청년회.
집회현장에서 사용한 플래카드. 사진제공 조계사 청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