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절실하다
수진사 방화범 망발 ‘충격’ 장애인차별·편견도 여전 故 변희수 하사 49재서도 “차별 없는 세상” 발원해
지난해 남양주 수진사 산신각에 불을 질러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수진사 방화범’ 장모씨가 법정에서 “방화는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기 위한 것” “하나님이 불 지르라면 또 불을 지르겠다” “그곳에서 순교를 하고자 했지만 안됐다”는 등 왜곡된 신앙심을 쏟아내 재차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성소수자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인간이자 당당한 군인으로 살아가고자 했던 故변희수 하사가 사회적 편견 속에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지 49일이 지났고, 장애인의 날 41주년을 맞아 장애인불자모임 ‘보리수아래’ 회원들이 장애인을 향한 여전한 차별에 아쉬움을 전했다.
이 모든 혐오와 상처, 논란의 공통적인 요인이 사회적 차별라는 점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재차 확산되고 있다.
사노위, 故 변희수 하사 49재
성소수자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인간이자 당당한 군인으로 살아가고자 했던 故변희수 하사가 사회적 편견 속에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지 49일이 지났다, 변 하사의 죽음은 편견과 혐오에 사로잡힌 우리사회의 참혹한 현실을 드러내는 지표라는 점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이 재차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지몽)가 4월 17일 서을 법련사(주지 진경)에서 봉행한 故변희수 하사의 49재 법회는 고인의 넋을 기리는 동시에 차별없는 사회를 발원하는 법석으로 마련됐다. 이날 49재에는 사회노동위원장 지몽 스님을 비롯한 위원 스님들과 고인의 부모님, 지인, 생전 고인의 뜻을 지지했던 이들이 함께했다.
사회노동위원장 지몽 스님은 추념사에서 “변 하사는 오늘 49재로서 이 생에서의 삶을 마치고 아미타불의 세계로 떠나게 됐다”며 “아미타부처님 세상은 커밍아웃도, 자신의 정체성을 증명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다. 다음 생애는 오롯이 변희수라는 한 존재로서 못다한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영단에 놓인 위패에는 남녀 성별을 표기하지 않았다. 단지 흰 한지에 변희수 영가라는 이름만 새겨졌다. 성소수자를 보는 관념이 이분법적이고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헌화도 흰 국화가 아닌, 군을 사랑했던 고인의 마음을 상징하는 녹색 리시안셔스로 올려졌다.
사노위는 “성 정체성은 바꾸거나 노력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기호와 선택의 문제도 아닌 생존의 문제”라며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있었다면 애통한 죽음은 없었을 것“이라고 재차 추모했다.
이어 ”혐오와 편견의 고통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근거가 바로 차별금지법 제정일 것“이라며 “고인의 복직과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끝까지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보리수아래, 장애인의날 좌담회
불교와 문화를 사랑하는 장애인들의 모임 보리수아래(대표 최명숙)가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좌담회를 열였다. 불교와 사회에 전하는 진솔한 목소리들은 장애인들이 그 어떤 편견 없이 우리사회 동등한 일원으로 함께하길 바라는 염원이었다. 줌(zoom)을 통해 언택트로 진행된 좌담회에서 회원들은 ‘장애인’이라는 단어 속에 내재된 차별의 의미를 지적하기도 했다.
홍현승 씨는 “장애인이라는 단어는 자체로 보면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단어가 아님에도 여전히 편견의 의미로 사용된다고 느껴진다”며 “장애인의 사전적 의미는 걸리적거리는 사람이다.차라리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고 사용한다면 장애보다 사람에 초점을 두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경남 씨도 “장애인이라는 단어 자체가 일반인들과 다르다는 의미를 담아 이분법적 의미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그래도 과거에 비해 장애인을 향한 편견의 시선이 다소 나아졌으니 좀더 시간이 지난 후에는 장애인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어지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회원들은 당사자보다 되레 주위에서 장애를 더 크게 의식하는 분위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최 대표는 “사실 장애는 나에겐 일상이기 때문에 크게 느끼지 않지만 주위에서 오히려 더 의식한다는 생각도 있다”며 “‘장애인이기 때문에 도와줘야 한다’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 기본적인 배려와 관심으로 대해준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애 씨는 “확실히 장애로 인해 불편함이 있지만 장애는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이라며 “누군가에겐 자연스러운 환경이 장애인에게는 불편한 환경일 수 있음을 서로 알고, 우리사회가 모두에게 편안한 환경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보리수아래이번 좌담회를 시작으로 좌담회를 지속적으로 열어 소통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며 좌담회 영상은 유튜브 채널 ‘보리수아래’에서 시청가능하다.
수진사 방화, 전형적인 증오범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4월 14일 일반건조물방화 혐의로 기소된 방화범 장씨와 관련,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해 2년 6개월형을 선고했다. 장씨는 이날 배심원단을 향해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기 위해 불을 질렀다”며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발언해 공분을 샀다.
특히 검찰 심문 과정에서 장씨는 산신각에 불을 지른 행위는 물론, 이에 앞서 수진사 종각의 현수막에 불을 붙인 행위까지 모두 인정했으며, 법정에서 담당 검사가 방화 이유를 묻자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한발 더 나아가 “나의 사명이다. (불탄 전각과 함께) 순교하길 바랐다” “하나님이 불을 지르라면 또 불을 내겠다”는 등의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발언도 쏟아냈다.
이는 수진사 방화사건이 왜곡된 신앙심에서 비롯됐음을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재발 가능성을 유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