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적 미얀마어로 번역하며 가교 역할

4. 번역가 먀닌이세인(Mya Hnin Yee Shein)

2021-04-13     최재희 양곤대 박사과정

양곤외대 한국어과 전공한 유망주
미얀마 출판사서 한국번역서 출판
독실한 불자로 ‘마음 수행’ 지속해
민주주의 발원하며 의지 다지기도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과 석사과정에 재학중인 먀닌이세인 씨.

한 나라의 문학을 번역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단순한 글일지라도, 한 나라의 상황과 가치관이 담겨 있을 수도 있고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파악하지 못할 뉘앙스가 담겨 있을 수 있다. 언어를 할 줄 안다고 훌륭한 번역을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우리나라 문화가 전 세계에 진출하면서 각 나라마다 우리나라의 언어를 번역하는 번역가, 작가들이 굉장히 중요해지고 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2016년 맨부커상 인터네셔널 부문’에서 수상할 때까지 런던대학에서 한국학을 공부한 ‘데보라 스미스’의 역할이 컸던 것처럼 말이다. 아무리 한국의 작품이 훌륭해도 다른 나라의 한국어와 한국 문화의 깊이를 제대로 아는 ‘번역가’가 없다면 우리나라의 작품이 해외에서 인정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미얀마에서는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통역’을 잘하는 미얀마 사람들은 여럿 보았지만 ‘번역’을 잘하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특히나 한국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노래에 대해서 많이 아는 친구들은 굉장히 많이 만났지만, 책과 관련해서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은 많지 않았다. 사실 한국책을 미얀마에서 접하는 일은 양곤외대 학생이거나 주변에 한국 사람들이 책을 주지 않는 한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얀마의 쿠데타로 인해 한국에서 미얀마 유학생들을 다양하게 만날 일이 늘어나면서 미얀마에서 자신의 선배와 함께 한국 책을 6권이나 번역을 하고 에니어그램 기초 책을 미얀마어로 저술하고 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먀닌이세인(Mya Hnin Yee Shein)’을 알게 되었다.

그가 번역한 책은 〈디테일이 강해야 산다〉,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격려〉, 〈링컨 대통령〉, 〈땅콩박사 조지카버〉,〈이제는 실행하라〉, 〈경청〉이다. 자신은 불자(佛者)이기 때문에 불교와 관련된 한국 책도 향후에는 번역하고 싶다며 두 눈을 반짝이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지난 4월 7일 경기도가 주관한 재한미얀마유학생연합회 정담회에 참석했다.

양곤외국어대학교에서 한국어를 4년동안 전공하고 미얀마에 있는 한국분과 인연이 닿아 미얀마 출판사에서 한국 책을 4년동안 6권을 번역할 수 있었다. 그의 최종 꿈은 미얀마 사람들에게 ‘열정과 힘’을 주는 책을 쓰고 싶은 ‘작가’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책을 번역할 때 미얀마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을 ‘교훈’과 ‘힘’을 주는 책을 번역했다.

미얀마에서는 오랫동안 군부독재기간 동안 미디어에 관한 학문도 발전하지 못 했다. 자신이 배운 한국어를 쓰면서 한국어 실력을 키우고 한국 생활을 직접 하고 싶어 유학을 왔다. 작가라는 꿈을 키우기 위해 ‘언어’의 전공을 넘어 다른 전공도 배워서 배움의 외연을 넓히고 싶어 한국에는 미디어와 관련한 전공으로 유학을 왔다. 다시 미얀마로 돌아가면 작가라는 꿈과 함께 미얀마의 미디어와 관련한 언론 학문의 폭을 넓히고 싶다는 큰 꿈을 가진 그의 삶의 앞에 미얀마 군부 쿠데타라는 본국의 악화된 상황이 놓여 졌다. 요즘 들어 그에게 ‘명상’은 어지러운 상황 속에서 자신을 지켜내는 보호막과도 같다.

불교는 자신의 또다른 목숨처럼 자신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으로 여긴다. 9살 때 몸이 크게 아팠고 대학생때도 자주 쓰러지고 아팠다. 어린 시절 아픈 몸을 이끌고 어머니와 함께 절에 가서 스님 법문도 듣고 명상을 하기는 했지만, 그의 삶 속에서 부처님 법이 살아 움직이지는 못 했다.

대학생 때 기숙사에서 만난 한 친구를 만나면서, 부처님 법이 자신의 삶 속에서 깨어났다. 아팠던 몸이 나아지고 건강해지는 경험을 하면서 부처님 법은 그에게 자신의 목숨처럼 소중한 진리가 되었다. 기숙사에서 함께 지내던 친구는 자기 전에도 늘 명상을 했고, 불교 교리에 대해서도 상당히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

친구와 함께 명상을 하면서 부처님 말씀 중에 “자귀의 법귀의(自歸依 法歸依)”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게 되었다. 하루 하루 삶 속에서 실천하면서 자신의 아픈 몸과 마음에 걸리는 것들이 주변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챙김을 스스로 하면서 마음이 많이 깨끗해지기 시작했고, 명상을 하면서 몸이 아픈 것이 없어져서 한국에 유학을 올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해졌다. 그 전에도 말로는 불자였지만, 명상을 통해 삶에서 부처님 법대로 살다 보니 진실한 불자가 되었다. 일상생활 속에서 순간 순간 마음 챙김을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이 아파 고통을 받다가 건강해진 그는 온 몸으로 체험했다며 ‘마음챙김’의 중요성을 삶에서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며 강조했다.

먀닌이세인 씨가 그동안 미얀마어로 번역한 한국책들.

어린 시절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2달 반 만에 큰 오빠도 해외에서 일하다가 죽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어린 시절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통해 헤어짐을 통해 더 큰 고통에 빠지지 않은 것은 부처님 가르침이 큰 힘이 되었다.

미얀마 쿠데타로 고통받는 현 시점에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스스로의 보호막은 스스로의 자신이다”라는 말과 “어떤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 미얀마 현재 상황과 잘 맞는 것 같다며, 자신은 이 두가지 말을 늘 마음 속에 새기며 한국에서 어려운 미얀마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또 학업과 함께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한국에서 끝까지 마음의 용기를 잃지 않고 싸울 것이라며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현재 미얀마 사태로 인해 “마음”의 힘이 약해지는 사람들에게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당부하고 싶다며 용기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그를 보니, 부처님 법이 얼마나 미얀마 사람들의 삶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그에게 “미얀마에서 불자답게 산다는 것의 어떤 의미인가요”라는 질문을 건넸다.

“‘불자답게 살아간다’라는 말은 늘 조심스럽지만, 순간 순간의 알아차림을 통해, 부처님이 말씀하신 법과 진리를 스스로 알아내고, 스스로를 의지하는 것이 불자답게 사는 것 같습니다. 또한 평생 노력해야 하는 것인데,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하는 것을 노력하는 일입니다. 저는 ‘알아차림’을 통해 일상생활 속에서 스트레스도 관리합니다. 제가 이대 기숙사에서 명상을 하는 것을 보면서 다른 종교를 가진 이슬람, 기독교 친구들도 따라서 명상을 합니다. 다른 종교 친구들에게는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만 알려줍니다. 모든 종교가 이야기 하는 점이기도 하지만 ‘감사하는 마음’도 불자답게 살아가는 것 중에 중요한 것 같습니다.”

미얀마에서 발생한 쿠데타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미얀마 현재를 살아가는 미얀마 청년에게도 부처님 법은 자신의 목숨과도 소중하다. 한국의 책을 6권이나 번역한 번역가이자, 미래의 미얀마의 작가이자 언론 전문가가 될 먀니인세인이 한국에서 유학하는 동안 한국의 문화와 한국 문화와 역사 속에 담겨진 불교의 역사와 흔적까지 제대로 배워간다면 한국을 제대로 이해하는 미얀마의 한국 전문가가 되지 않을까?<양곤대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