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거암 스님, 법화종 총무원장 선출 무효”…직무정지 결정

대전지방법원 민사부, 3월 25일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인용 결정 “선출 결의 중대한 하자”원천무효 전과기록에 따른 결격사유도 인정 인사행정 등 무효 예상 ‘초유 사태’

2021-03-26     송지희 기자

법원이 법화종 총무원장 당선자 거암 스님에 대해 “총무원장 자격이 없다”고 결정했다. 특히 법원은 거암 스님을 총무원장으로 선출한 중앙종회 결의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판단하고 선출결의 효력 자체를 중지시켰으며, 전과 기록으로 인한 결격사유도 인정됐다. 거암 스님의 총무원장 당선이 원천 무효화됨에 따라, 법화종은 그동안 거암 스님이 총무원장 권한으로 진행한 일체의 인사 및 행정까지 무효화될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대전지방법원 제21민사부는 3월 25일 중앙종회 부의장 서안 스님이 거암 스님을 상대로 제기한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소송과 관련해 전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법화종의 총무원장 선거에서 거암 스님을 총무원장 으로 선출한 (중앙종회) 결의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판시했으며, 이에 따라 “법화종 총무원장 서리 및 총무원장 직무를 집행해서는 안된다”며 직무집행을 정지키켰다. 소송비용도 거암 스님측이 부담하도록 했다.

특히 법원은 “총무원장 선거 결의에는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한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어 무효”라며 “이에 피보전권리가 소명된다”고 밝혔다.

절차상 하자의 근거는 총무원장 선거 당시 급조 논란이 일었던 통영‧안정사‧진주교구 종회의원 자격 문제다. “해당 교구의 종회의원이 적법하게 선출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 결국 중앙종회의 총무원장 선출 결의 과정에서 참여한 세 교구의 종회의원의 자격이 불인정됨에 따라, 선출 결의 자체도 무효라는 판단이다.

법원은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통한 보전의 필요성도 인정했다. 법원은 “채권자 서안 스님은 법화종 소속이자 중앙종회 의원으로 권리 및 법률상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과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거암 스님의 총무원장 지위 부존재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며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비춰 총무원장 선출에 관한 분쟁의 경위와 채무자측(거암 스님)의 태도 등 여러 사정에 비춰보면 신청을 구할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법원이 거암 스님을 선출한 총무원장 선거의 효력 정지를 결정함에 따라 자격논란으로 인한 혼란이 일단락됐지만, 향후 종단 정상화 과정에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거암 스님을 중심으로 한 집행부가 “가처분 결정시까지 총무원장 임명 및 종헌종법상 종단 대표자로서 활동을 일체 보류한다”는 종정 교시를 무시한 채, 사실상 월권행위를 해 온 것으로 확인돼 논란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종정 도선 스님은 지난 2월 9일 “종단 혼란을 최소화 하기 위해 가처분 결정시까지 총무원장 임명 및 종헌종법상 종단 대표자로서 활동을 일체 보류한다”는 취지의 교시를 하달한 바 있다.

그러나 거암 스님은 총무원장 당선자 신분으로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이사 임명을 신청했을 뿐 아니라, 총무원장 당연직인 사단법인 법화종 대표이사 명의를 자신으로 변경하는 등 대내외 권한을 행사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종정 스님의 교시 발표 이후 이에 불복해 되레 종정 스님을 징계하기 위한 절차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안 스님은 “종단 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에 대한 법원 결정은 법화종 정상화의 시작점일 뿐”이라며 “일부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법화종을 근본적으로 바로세우기 위해 뜻 있는 종도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총무원장 후보였던 지성 스님이 거암 스님을 상대로 제기한 직무직행정지가처분도 같은 날 인용됐다.

법원은 “법화종 종법은 집행유예나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자가 총무원장을 포함한 종무직원의 자격이 없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그러나 거암 스님은 2013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 법률위반죄 등으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아 확정됐기 때문에 위 종법 규정이 정한 결격사유가 있다”고 결정했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대전지방법원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