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화종, 종정 ‘사임 발언’ 논란…녹음파일 확인 결과 ‘사실 아니다’
총무원장 당선자 거암 스님, “종정, 4일 회의서 사임” 주장 “‘안한다’며 회의장 나가…종정 교시는 사칭·법적 대응” 중앙종회의장 성운 스님 “종정 사임표명 없었다” 밝혀 본지, 녹취파일 입수…‘폐회’ 선언 뿐 사임 발언은 없어
법화종 종정 도선 스님이 2월 10일 ‘총무원장 당선자에 대한 임명은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결과시까지 보류한다’는 취지의 종정교시를 발표한 것과 관련해, 총무원장 당선자 거암 스님이 “도선 스님은 이미 2월 4일 회의에서 사임(헌첩 수락 철회) 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최근 본지가 입수한 회의 녹음파일에 따르면 당시 도선 스님은 폐회 선언을 끝으로 회의장을 나갔을 뿐, 사임과 관련한 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돼 귀추가 주목된다.
법화종 총무원장 당선자 거암 스님은 “2월 4일 진행된 합동회의에서 종정 도선 스님이 종정 추대절차 등에 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나 안한다’며 회의실을 박차고 나갔다. ‘종정 다시 뽑자’는 등의 발언이 나온 것은 이를 헌첩 수락의 철회 의사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며 “회의날인 2월 4일자로 헌첩을 철회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후 종정 교시가 발표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거암 스님은 “‘안한다’며 회의 중 나가놓고 종정 교시를 내린 것은 명백한 ‘사칭’이다. 업무방해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며 “화합 차원에서 종정을 인정하려 했지만 합동회의에서 ‘안한다’고 나간 것은 문제가 있다. 종정을 새로 추대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합동회의 소집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해당 회의에서 종정 도선 스님이 “(종정)안한다”는 발언을 실제로 했는지에 대해서는 증언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중앙종회의장 성운 스님은 “종정 스님께서 회의를 진행하던 중 화가 나서 도중에 나가시긴 했지만 사임하겠다거나 사임 표명 발언은 없었다”고 밝혔으며, 종정추대위원장 보명 스님과 원로의장 진파 스님 등 회의 참석자들과 통화에서도 종정 스님의 사임 발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런 가운데 본지는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2월 4일 합동회의’의 녹음파일을 입수했다. 녹음파일에 따르면 종정 도선 스님은 해당 회의 도중에 나가면서 “폐회합시다. 폐회해요”라고 발언했을 뿐 “안한다”는 발언은 하지 않은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또 “종정 추대절차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자 ‘안한다’며 나갔다”는 거암 스님의 주장과 달리, 당시 도선 스님은 거암 스님의 총무원장 임명 보류 등을 주제로 대화하던 중 폐회를 선언한 것으로 확인됐다.
녹음파일을 통해 확인된 도선 스님의 퇴장 직전 발언은 다음과 같다.
“그 말이 임명장과 무슨 관계가 됩니까. 내가 말했지 않습니까. 이런 일이 내가 잘못해서 생긴 것이냐, 총무원장이 잘못해서 생긴 일이냐. 누구 때문에 이런 말이 나오느냐.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내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밝히자면, 어제도 우리 절에 어떤 스님이 왔다 가고, 또 전화도 자꾸 오고 그렇습니다. 그러니 내가 이것(총무원장 자격)에 대해 좀 더 확인을 해야 하겠다는 말입니다. 이게 무엇이 그리 잘못됐습니까. 폐회합시다. 폐회해요.”
이와 관련 거암 스님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장이 소란스러웠기 때문에 잘못 들었을 수 있다. 다만 회의 중 박차고 나간 행위로 인해 도선 스님의 발언을 종정을 안한다는 취지로 받아들였다”며 “종정 교시는 사칭이 맞기에 업무방해로 인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 또 종찰인 수도암(도선 스님 주석처) 주지 임기와 전 종단인 조계종 승적까지 감찰부를 통해 모두 조사해 자격 여부를 가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