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화종, 합동회의 파행…의혹 해소 없이 추가적 논란만
2월 4일 종정‧원로‧종회‧교구‧총무원 등 회의서 고성 오간 뒤 종정 스님 퇴장…불경발언 논란도 거암 스님 "업무 위해 일단 취임 후 판결 따를 것"
법화종이 총무원장 당선자 자격 논란 등 현안 논의를 위해 개최한 합동회의가 아무런 결론도 내지 못한 채 파행됐다. 총무원장 임명 등을 두고 고성이 오가는 상황에서 종정 스님이 회의 중 퇴장했고, 한 스님이 “종정 다시 뽑자”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경’ 논란까지 일고 있다. 특히 총무원장 당선자 거암 스님측이 전과‧이중승적 논란에 대한 해명 대신 '일단 임명'을 요청한데다, 되레 종정 추대절차에 대한 문제를 재차 제기한데 대한 불편한 여론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법화종이 2월 4일 대정 총무원 청사에서 진행한 합동회의는 종정 도선 스님이 참석한 가운데 원로의원과 중앙종회의원, 지방교구와 총무원 소임자들이 종단 현안 해결을 위한 의견을 모으는 자리로 마련됐다.
애초 종단 내 가장 심각한 사안으로 꼽히는 총무원장 당선자 거암 스님의 ‘직무정지가처분’ 소송과 관련한 내용이 중점적으로 다뤄질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안정사교구원장 위임 자격으로 참석한 승헌 스님이 종정 추대절차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회의는 점차 격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있던 한 스님은 “원로의장 진파 스님과 종정추대위원장 보명 스님이 직접 추대절차와 과정을 밝혔다”며 “무엇보다 종정추대 절차의 전 과정을 총무원과 공유했고 종정 추대회의에 총무원장 당선자인 거암 스님이 직접 참석했는데 왜 뒤늦게 문제 삼는 지 납득이 어렵다. 정작 거암 스님의 자격 논란에 대해서는 언급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종정추대위원장 보명 스님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12월 회의에는 원로의원 15명 중 과반수 이상인 9명이 모여 추대위원을 정했고 회의 후 선출 명단 뿐 아니라 회의록과 참석명부를 함께 총무원과 중앙종회에 제출했다”며 “이후 1월 11일 총무원에서 진행된 회의에서 총무원측이 해당 서류를 확인 후 추대위원 선출을 인정했고, 1월 19일 추대회의 현장에는 총무원장 당선자 거암 스님도 있었다. 이제 와서 문제 삼으니 참담함을 느낀다. 정말 문제가 있었다면 책임 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수의 제보자에 따르면 이날 종정 도선 스님은 총무원장 당선인 거암 스님의 임명 요청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직무정지가처분’ 소송이 완료될 때까지 보류하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거암 스님은 “총무원장에 취임한 이후라도 재판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를 것”이라며 “자격 여부는 법으로 따질 일이지 이 자리에서 따질 문제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고, 이후 일부 참석자들 간 거친 언행과 고성이 오가는 등 회의가 파행으로 치달았다.
결국 종정 스님이 “더 이상 회의는 의미가 없다”며 퇴장하면서 회의는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마무리 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파행 소식이 알려지면서 총무원측을 향한 불편한 시각도 적지 않다. 전과와 이중승적으로 두 건의 ‘직무정지가처분’ 소송이 진행 중인 총무원장 당선자 거암 스님과 총무원측이, 이에 대한 해명 대신 종정 스님과 추대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지방교구 소속이라는 한 스님은 본지에 현재 총무원 일부 소임자와 관계자, 종무원 등의 전과 및 징계사실 등을 제보하며 “현재 총무원에 종법상 종도로서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며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종정예하를 문제 삼을 수 있나. 종단의 미래가 암담하다”고 토로했다. 실제 총무원 소임자 스님 1명과 종무원 1명에 대한 임명무효확인 소송이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종정 스님의 퇴장 후 “종정 다시 뽑자”는 안정사 조실 승헌 스님의 발언과 관련, 종정스님에 대한 불경 논란도 일고 있다. 회의에 참석한 한 스님은 “종정 스님이 나가실 때 크게 외쳤기 때문에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들었다”며 “개인적으로도 큰 충격을 받았고, 다른 스님도 불경스러운 발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등 논란이 적지 않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가운데 총무원측은 2월 8일 총무원장 취임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일부 지방교구에 취임식용 화환 발송을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종정 스님의 임명 없이 진행되는 취임식인데다 현재 직무정지가처분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재판 결과에 따라 종단이 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총무원장 당선자 거암 스님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화합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당선이 됐으니 업무는 봐야 한다"며 "2월 4일 회의에서도 종정 스님께 업무를 봐야하니 일단 임명장을 주시고 취임을 한 뒤, 나중에 재판 결과가 나온다면 그에 따를 것이라고 말씀 드렸다”고 강조했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