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화종 종정 도선 스님 수락법어서 “종단 지팡이될 것"
종정추대위, 1월 25일 의성 수도암서 헌첩식 총무원측, "종정 추대법회 형태로 봉행 문제"
법화종 제13대 종정으로 추대된 도선 스님이 추대를 수락하는 첫 일갈로 "종단의 지팡이가 되겠다"고 선언하며 종법 준수와 화합을 통한 종단 재도약을 발원했다. 특히 참담한 종단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참회를 전하고, 종단 재도약을 위해 종도들이 관심과 힘을 모아줄 것을 당부했다.
법화종은 1월 25일 의성 수도암에서 ‘제13대 종정 도선 대종사 헌첩식’을 봉행했다.
헌첩식은 코로나19 감염예방을 위해 원로의장 진파 스님, 원로의원 오봉 스님, 종정추대위원장 보명 스님, 중앙종회의장 성운 스님, 경북교구원장 도관 스님, 경북교구종회의장 법원 스님, 종정추대위원회 간사(종회부의장) 서안 스님, 종정 예경국장 현묵 스님 등 최소인원만 참석한 가운데 봉행됐다. 총무원장 당선자 거암 스님은 병환으로 불참, 총무부장 보선 스님이 대리 참석했다.
헌첩식은 공양‧상단불공과 종사이운, 가사 점안 등 식전의례를 시작으로 삼귀의와 여래수량품 자아게 독송, 가사 수하(비로관과 금란가사), 법좌 등정으로 진행됐다. 이어 중앙종회의장 성운 스님이 사부대중을 대표해 헌정문을, 종정추대위원장 보명 스님이 추대장을 도선 스님에게 봉정했으며, 도선 스님의 종정 수락 후 <법화경><종헌종법> 봉헌, 수락법어, 대중삼배 순으로 이어졌다.
도선 스님은 사부대중의 종정 헌정에 수락의 뜻으로 “菩提不可說(보리불가설, 보리를 말로써 어찌 표현할 수 있겠는가)/ 超過語言路(초과어언로, 말과 글의 표현을 뛰어넘는 것이라)/ 諸佛從此生(제불종차생, 모든 부처님은 이것으로부터 태어났으니)/ 是法難思議(시법난사의, 이법은 생각으로 헤아리기가 어렵더라)”의 가르침을 내렸다.
이어진 수락 법어에서 도선 스님은 현재 법화종단의 상황에 대한 참담함과 함께, “법 준수와 종도 화합으로 종단의 미래를 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법화종은 前 총무원장 도성 스님의 법정 구속사태 이후, 前 총무원장 서리 진우 스님의 직무정지에 이어 최근 총무원장으로 당선된 거암 스님의 절차‧자격 논란으로 소송까지 제기되면서 혼란을 겪고 있다.
도선 스님은 “종단이 하수선하기에, 어떤 스님이 총무원장이나 종정이 되어도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며 “현실을 직시하고 그에 맞는 역할과 일을 해야 종단이 다시 살아날 수 있고 추락한 법화종의 위상이 다시 재건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에 총무원과 원로원, 종회, 지역교구 소임자들이 참여하는 연석회의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종단의 진정한 정상화를 위해서는 종헌종법이 바로서야 함을 강조했다. 스님은 “법에 의지하되 사람에 의지해선 안된다. 관례와 편법 또한 법을 넘어설 수 없다”며 “우리가 (종)법을 만들어 놓고 무시한다면 종단 발전은 요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종도들에게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수처작주(隨處作主)’의 가르침을 강조한 스님은 “좋고 나쁨이 마음에 달렸음을 항상 알고 어디에 있든, 어떤 소임을 맡든 스스로 주인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하라”고 당부하며 “종정으로서 주어진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종단의 지팡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도선 스님은 1968년 영천 은해사에서 경산 스님을 은사로 출가 득도했으며, 1974년 합천 해인사에서 비구계 수지, 1977년 조계종 영덕 관음사 주지와 1981년 경주 불국사 감찰국장 소임을 역임했다. 이후 법화종에 입종해 1996년부터 법화종 의성 수도암 주지를 맡고 있으며, 2008년 종사 법계를 취득하고 2015년 원로의원으로 위촉됐다.
한편 이날 행사에 대해 엇갈린 시각도 제기돼 주목된다. 특히 법화종 총무원측은 행사가 애초 종정추대위원회와 도선 스님의 소속 교구인 경북교구종무원이 주관한 ‘헌촉식’으로 마련된 것에 대해 불편한 시각을 드러내는 상황이다.
총무원장 당선자 거암 스님 등은 “종정 헌첩식은 종법의 ‘종정추대확정 후 5일 이내 대표위원 3인을 파견해 추대의 수락을 품청 추대한다’는 조항에 따라 3인이 헌첩하고 수락받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하지만, 추대 법회의 형태로 봉행된 것은 문제가 있다”며 “총무원과 대척점에 있는 경북교구 일부 스님들이 종정 스님을 이용해 총무원에 혼란을 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우려를 전했다. 거암 스님은 “종정추대위원회 회의가 총무원 청사가 아닌 외부에서 진행된 부분도 절차상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자필문서를 통해 “이날 행사는 종정 추대식의 의미가 아니라 수락의 의미를 지닌 헌첩식”이라며 “추대법회는 차후 총무원 임원회의를 거쳐 전 종도들에게 알린 후 추후 공고할 예정”이라고 총무원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종정추대위원회 측은 "간소한 형식이지만 종정예하 사찰 신도들의 염원을 담아 행사화 한것으로, 행사 자체도 헌첩에 의미를 두지 않았기에 부처님께 뜻을 전하는 헌촉이라고 칭한 것"이라며 "행사 당일 총무원 사무장이 헌첩을 들고 참석해 직접 전달하면서 헌첩식 행사가 됐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법화종은 2월 4일 총무원 집행부와 원로의원, 중앙종회 의원, 지역교구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합동회의를 열고 총무원장 가격 논란 및 종정 추대와 관련한 안건들을 논의할 예정이다. 종단 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열리는 연석회의인만큼 어떤 결론을 도출할지 여부에 종도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의성=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