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불교계 새해 서신 올해 첫 단절
北, 1월 중순까지도 무응답 관계자들 “초유의 일” 주목 올해 남북관계 난항예측도 3월 한미 군사훈련 기폭제
매년 새해 남북 불교계가 주고받은 서신 교류가 올해 처음으로 단절 위기에 처했다. 새해 1월 중순이 지났음에도, 북측 조선불교도연맹(이하 조불련)이 조계종과 천태종 등 남측불교계의 새해서신에 대해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조계종과 천태종 등 대북교류활동을 전개해 온 종단들은 매년 새해가 되면 의례적으로 조선불교도연맹과 새해서신을 주고받으며 교류해 왔다. 불교계 대북교류단체의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새해서신 교류는 남측 불교계가 메일 혹은 팩스를 활용한 새해서신을 발송하고 조불련이 이에 1월 1일자 서신으로 회답하는 형태다.
그러나 올해 조불련은 1월 14일 현재 기준으로 남측 종단의 새해서신에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이는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던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에도 전무했던 일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부터 최악으로 치달아 온 남북관계를 되짚어 볼 때 올해 새해서신 교류 단절은 예견된 일”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에도 새해서신은 있었지만, 종단 대표자와 단체 대표자 명의로 각각 발송된 기존 관례와 달리 종단명만이 기재된 무성의한 서신 형태로 발송돼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조불련의 올해 새해서신 미발송이 남측 정부에 대한 북측 기조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매개이자, 남북 정부간 관계가 역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라는 시각도 있다. 올해는 불교계 뿐 아니라 이웃종교를 포함한 30여 곳의 민간교류단체들 중 단 한곳도 북측 교류단체의 새해서신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남북정부간 관계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마련되지 못한다면, 올해 남북불교계 교류는 역대 최악 수준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조계종의 금강산 신계사 템플스테이를 비롯해 북한 사찰 및 문화재 복원·조사사업, 천태종의 의천국사 다례재 등 그동한 불교계가 추진해 온 남북불교교류 사업 또한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천태종 나누며하나되기 진창호 사무처장은 “지난 세월동안 불교계는 정부간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교류는 있었는데, 올해는 새해서신조차 오지 않는 등 교류의 문이 완전히 닫힌 채 최악을 상황을 맞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이를 타개할 수 있는 방안도 보이지 않아 고민이 깊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5일부터 진행 중인 제8차 당대회에서 “현재 남북관계는 판문점선언 발표이전 시기로 되돌아가 관계개선의 전망이 불투명하다”며 “남북관계의 회복이나 활성화 여부는 전적으로 남조선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있다“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간단체들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해 북측이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2018년 판문점 선언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하는 등의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을 감안하면, 올 3월 예정된 한미합동군사훈련이 남북관계의 향방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불교계 한 실무자는 ”지난해부터 북측은 일관된 기조로 남측정부를 향해 판문점 회담 당시 체결한 합의사항을 이행할 것을 요구해 왔다“며 ”이를 위해서는 한미군사훈련 중단, 금강산 관광재개 등을 이행하기 위한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지만 정부 역시 미국과의 관계 속에서 딜레마에 빠져있는 상황이어서 우려는 더욱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