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포교일기] 우연 같은 호의
“스님, 저 조금 더 살게 부처님께 기도 해주세요. 고비 넘기기 힘들어요. 욕심많은 중생, 고맙습니다. 스님 성불하세요.”
노(老)거사의 문자를 보고 깜짝 놀라 전화를 드렸다. 거사는 반가워하며 방문하겠다는 내게 주소를 불러주셨다가 금방 다시 취소해 버리신다.
“저 있는 곳까지 100리길입니다. 제가 살아나서 우리 스님 꼭 찾아뵙고 좋은 법문 잘 받겠습니다.”
반가움과 미안함과 불안 등의 여러가지 감정들이 교차하는 노거사님의 마음이 느껴져 가슴이 뭉클했다. 거사와의 인연은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내가 입원하여 일반병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겨가게 되었다. 딸의 요청으로 중환자실에 몇번 들러 의식없는 아내를 위해 치유를 발원하며 기도를 하였었다. 아내의 임종 전과 후, 그리고 입관을 도와드리고 49재 막재 때 의식에도 함께 참석하여 기도했었다.
‘일부러 시간을 맞추기도 어려운데 참 지중한 인연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까지 거사는 그저 인사만 건넬 뿐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었다. 아내를 떠나보낸 뒤, 거사는 불교법당에 종종 오셔서 부처님 전에 참배하고 차 한잔하며 담소를 나누다 가곤 하였다. 아내는 승가사를 다니던 신심 깊은 불자였다고 한다. 아내의 불심에 대해 한동안 추억한 후엔 조용히 자리를 뜨곤 하였다. 워낙 말씀이 없고 고요한 사람이었다.
한번은 거사에게 안부전화를 드렸는데 “스님 제가 입원했습니다”라고 했다. 그때도 마침 설 무렵이 었다. ‘얼마나 적적하실까’싶어 병원을 찾았다가 우연히도 병원 복도에서 병원장과 마주쳤다. 병원장은 반가워하며 노거사의 호실을 묻고 병동 수간호사에게 특별히 부탁전화까지 넣었다. 노거사는 나의 방문과 병원장님의 호의를 느끼시며 삶의 용기와 의욕을 갖게 된 것 같았다.
며칠 후 퇴원 소식을 접하고 안심했다. 이 글을 쓰고 보니 노거사의 전화의 의미를 알 것 도 같다. 시기도 그때와 비슷하고 노거사가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한 상황도 비슷하다. 그 당시도 위험한 고비였는데 잘 넘겼듯이 이번의 고비도 잘 넘기고 싶은 거사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노인 불자들의 외로움에 대해 어떻게 공감하는 것이 좋을지를 많이 고민하는 요즘이어서인지 거사의 말과 문자가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그때 병원장의 우연한 호의처럼, 그런 우연같은 느낌의 용기와 의욕을 드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