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불교가 답하다] 3. 과제와 실천방안

채식·빈그릇 운동 전개…대정부정책 참여도 한국은 기후의 위기 알지만 ‘내 문제’는 아니라는 인식 관심이 실천으로 이어져야 연기·생명존중 가르침 토대 불자들 역할 상당히 중요해 중생 위한 연대가 핵심과제

2021-01-02     송지희 기자

인류 역사상 유례없을 기후위기 상황에서, 불교 그리고 불자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첫걸음은 ‘관심’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후위기 문제는 너무 거대해 자칫 내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으로 방관하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로 야기된 여러 가지 현상으로 이를 인지하게 됐다면, 보다 깊은 관심으로 그 원인을 들여다보고 개인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해 실천에 옮겨야 한다.

이를 통해 기후문제로 고통 받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들과 연대하고 보다 더 적극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게 관련 활동가들의 조언이다. 그것이야말로 부처님의 생명존중 사상과 연기의 가르침을 따르는 불자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실천행이자, 우리 사회 나아가 지구를 변화시킬 수 있는 사회참여일 것이다.〈편집자주〉

인류역사상 유례없는 기후위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실천의 첫걸음은 ‘관심’이다. 사진은 지난해 ‘종교인기후행동’이 기후위기 대응 실천을 선언한 모습.

원인에 대한 관심 확대
기후위기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들의 인식은 이상할 정도로 적다. 이상기후 현상으로 폭우와 폭염이 이어져도 관심은 그때 뿐이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해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국가와 캐나다 국민들은 ‘전염병’보다 ‘기후변화’를 국가의 가장 중대한 위협으로 꼽았다. 코로나 펜데믹 상황 속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로 사망하는 등 공포가 최고조에 달했음에도 ‘기후위기’가 더 큰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KBS와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지난해 우리나라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식조사에서는 ‘세계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반수 이상인 51.7%가 ‘전염병’을 선택했다. 기후위기를 꼽은 응답자는 19.2%에 그쳤고 이어 17.7%가 경제위기를 선택했다. 이 같은 결과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모른다기보다는, 개인의 삶에 영향을 줄 만큼 큰 문제로 인식하지 않음을 방증한다.

실제 기후위기 심각성을 묻는 질문에는 86.9%가 심각하다고 답했지만. 기후위기가 영향을 미치는 세대에 대해서는 ‘내 다음세대’라고 답한 사람이 52.7%, ‘손주세대’가 37.0%인 반면 ‘내 세대’는 8.6%에 그쳤다. 결국 기후위기의 심각성은 알지만, 지금이 아닌 먼 훗날 닥쳐올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기후위기를 ‘나와 내 가족의 문제’로 인식해야 이를 가속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조금이나마 끊어 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불교계 역시 불자들을 대상으로 인식확산과 실천을 이끌기 위한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생활 속 실천 방안
코로나19 사태 이후 환경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면서 일부 대중들을 중심으로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용기 사용을 자제하고, 패트병 분리배출 시엔 비닐을 제거해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처리까지 전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을 감소시키기 위한 노력이다.

재활용에너지 효율을 높이거나 절약하기 위해 사용하지 않는 전자기기의 전원을 끄거나 콘센트를 제거하는 등의 여러 방법도 인터넷상으로 공유된다. 환경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면서 작은 불편을 감수하기 위한 작은 움직임들이다.

이보다 더 효과가 좋은 것은 바로 채식과 음식물쓰레기 제로운동이다. 특히 채식의 경우 이미 그 효용성이 상당히 증명된 방안이다.

UN ‘토지 이용과 기후변화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고기와 유제품의 높은 소비율은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며, 공장식 축산은 탄소배출량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 축산용지 확보를 위해 지구상 숲의 절반 가까이가 사라졌다. 숲은 공기 중 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에 지구온난화를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결국 “채식주의는 지구 기후변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데 UN전문가들의 결론이다.

육식 위주의 식단을 채식으로 전환하고 잔반을 남기지 않는 실천은 생각보다 많은 일상의 변화를 요구한다. 불교의 경우 전통적으로 사찰이 살아온 문화형태라는 점에서 심리적으로 익숙하고, 불자들의 경우 이에 대한 사상적 기반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는 점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주요종단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캠페인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주영 불교환경연대 사무처장은 “개개인의 관심과 실천노력이 결집되는 과정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조계종을 비롯한 교단에서 기후위기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불자들, 나아가 국민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실천대안을 제시하는 형태로 공동대응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정부 정책·입법 촉구 운동
기후위기는 일부의 개인적인 실천행 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게 과학자들의 판단이다. UN을 비롯한 국제기구에서 파리기후협약 등 전세계 국가의 정책적 실천을 권고하는 것도, 이제는 정부가 주도하는 대대적인 전환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된 조치이다.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는 악순환의 고리 속에서 점점더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에너지 전환, 탄소 순배출량 급감 등 극단의 조치가 요구되는 긴박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모순적이게도 개인의 실천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 지점이다. 실천하는 개인은 기후위기 극복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실천하는 개인은 사회적 대전환을 이끄는 연대로 이어지며, 나아가 정부의 정책 전환과 입법화를 주도하는 힘이 된다. 기후위기를 인식한 대중들의 실천을 이끌고 그 실천을 여론으로 모아내 정부에 전달하는 과정이 필수적인 이유다.

일례로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은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이는 UN 산하 국제정부간협의체(ipcc)가 주도하는 세계적인 협약의 일환이며,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 제로, 즉 배출되는 탄소의 양과 산림·토양 등을 통한 자연 흡수량이 같도록 하겠다는 약속이다. 그럼에도 아쉬운 측면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사회적인 목소리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민정희 국제기후종교시민네트워크 사무총장은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산업 생태계 자체를 바꿔야 한다”며 “즉 온실가스 다배출 요소인 산업구조, 즉 철강과 석유화학, 시멘트 등 기업 차원의 배출을 줄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기업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바꾸거나 사업 규모를 축소시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구조조정을 통한 대량해고가 예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이 탄소중립 선언문에 대해 “정책이 일관되지 않고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뚜렷한 대안이 없다”고 우려를 드러내는 이유다.

민 사무총장은 “특히 고용문제는 국민 대다수의 삶과도 직결되는 문제이며 기후위기 대안의 향방을 결정할 중차대한 문제”라며 “큰 틀에서의 정책부터 관련관 입법까지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서 여론을 형성하는 한 사람의 개인으로 참여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불자 개개인의 대사회 참여는 ‘나’의 삶을 바꾸고 ‘사회’를 바꿔나가는 실천행에 있는 셈이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