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불교가 답하다]1. 무엇이 문제인가
인류 역사상 ‘6번째 대멸종’ 향해 가나 지구 온도 상승 막지 못하면 더이상 지구·인류 미래 없어 남극·북극의 빙하 녹으면서 해수면 상승·동물들도 위기 한국, ‘기후악당국가’ 오명 파리 기후협정에도 무관심 대대적 에너지 전환 없다면 현인류, 마지막 세대될수도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재앙의 시대다.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태풍과 폭염, 폭우, 쓰나미와 대형산불 등 이상기후 현상과 이로 인한 재난재해, 지난해 전 세계를 펜데믹으로 몰아넣은 코로나19 바이러스까지. 이 모두가 지구의 경고이자 기후 재앙을 알리는 서막이라는 시각이 많다.
산업혁명 이후 물질주의에 사로잡힌 인류는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기대어, 개발이라는 명복으로 자연을 파괴하고 화석연료를 이용한 산업 확장에 매진했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자연을 인간을 위한 자재 및 도구로 전락시켰고, 지구가 가진 자정범위를 넘어 환경을 파괴하는 우를 범했다.
기후위기는 인류의 행위로 인해 지구에 가장 부정적이고 심각한 영향력을 미친 ‘공업(共業)’의 산물이다. 동시에 지구상에 발 딛고 살아 온 모든 생명들의 생존과 지구의 존손가능성을 위협하는 재앙이 되고 있다. 인류로 인해 지구는 멸망 위기에 놓여있다. 지금이라도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개인과 사회의 급속한 전환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지구와 인류의 미래는 보장받을 수 없다. 어쩌면 현 인류는 기후위기를 끝낼 수 있는 마지막 세대일지도 모른다. 〈편집자주〉
전문가들은 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한 이래, 지구에 가장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고 말한다. 그동안 인류의 삶 형태가 바뀌는 역사적인 지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일어난 어떤 변화도 지구의 기온과 바다, 공기질의 화학적 성분까지 변화시키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인류의 행위로 인해 지구는 태초부터 가져온 자정기능이 마비되고 자연 생태계 순환의 고리가 끊어지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 지구의 미래가 그만큼 암울하고 절망적인 상황에 빠져 있다는 방증이다. 급기야 5억년 지구역사상 6번째 대멸망의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기후위기, 얼마나 심각한 문제일까.
지구온도 상승임계점 1.5℃
지구 상승온도 1.5℃가 인류의 한계온도이자 임계점이라는 게 과학자들의 경고다. 1.5℃가 상승할 경우 항시적 위험, 2℃ 상승시 회복력과 탄성력을 상실하고, 3℃ 상승시 파국적 혼돈이 야기될 것이라는 것이다. ‘인류가 지구상 여섯 번째 대멸종’을 앞두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2018년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화 이전에 비해 지구 평균 기온은 약 1℃ 상승했다. 이에 따르면 앞으로 인류에게 남은 기회는 0.5℃에 불과하다. IPCC 역시 앞으로 지구기온 상승이 0.5℃를 넘는다면 더이상 이를 억제할 수 없게 되며 인간은 물론, 생태계가 회복 불능의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온도 상승의 원인은 이산화탄소다. 온실가스 배출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비중이 높아지고 지구가 과하게 따뜻해져 생기는 문제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지구 기온이 1℃ 올라갈 경우, 대기 중 수증기량이 7% 증가한다. 기후 양상이 달라져 변동성이 심해지면서 가뭄이나 폭우, 혹한 등 극단적 기후재난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바다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농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미 바닷속 이산화탄소 농도는 포화상태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량이 급격하게 감소하지 않는 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금보다 훨씬 가파르게 올라갈 것이며 지구는 더 빨리 뜨거워질 것이라는 경고다. 물 부족·식량부족·해수면 상승 등 전 지구적인 문제로 이어지게 되는 셈이다.
기후위기 현상
지난해 ‘북극 최후의 빙하’가 녹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제적 충격을 안겼다. 과학자들은 2035년에는 북극해의 빙하가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구 기온 상승과 함께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고 있는 것이다. 남극 빙하가 녹는 속도 역시 최근 5년간 3배 이상 빨라졌다.
지난 1992년 이후 25년간 남극에서는 약 3조 톤의 빙하가 녹았고, 해수면은 약 8cm 상승했다.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2070년 해수면은 25cm~100cm까지도 상승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세계 주요 해안 도시와 섬나라 국가는 침수되거나 아예 사라질 수 있다.
해빙의 감소는 지구의 태양복사 반사율 감소로도 이어져, 결국 온실효과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 영구동토층이 융해되면서 배출되는 탄소도 온실효과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 지구 곳곳에 온실효과를 높이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셈이다.
지구 기온상승은 해수면 상승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인류 생존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식량생산의 감소와 생명체들의 멸종, 물 부족 현상, 전염병의 증가 등이 대표적인 현상이다.
죽어가는 동물들
지구온난화에 의한 생태환경의 변화로 이미 많은 생물들이 죽음에 직면해 있다.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곳이 극지방이다. 지구온난화로 해빙이 얇아진 탓에 사냥이 어려워진 곰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다. 최근 북극곰이 굶주림으로 동족을 사냥하는 현상이 발견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빙하가 사라지면서 그 아래 서식하던 크릴새우가 사라지자 이를 주식으로 살아가는 아델리펭귄이 집단 폐사한 사례도 대표적이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같은 이유로 코끼리섬에서만 턱끈펭귄 7만 쌍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눈이 녹는 시기가 빨라지면서 철새들의 생존도 위태롭다. 번식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생존율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아프리카 치타와 자이언트 판다, 뱅갈호랑이, 바다거북 등이 기후변화로 인해 멸종위기에 처한 대표적인 동물로 거론되고 있다. 폭염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로 번식이 어려워진 것은 물론, 해수면 상승으로 서식지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다거북의 경우 모래의 온도상승으로 인한 암수불균형이 심각한 상태로 분석되고 있다. 사실상 생물 다양성은 이미 멸종 수준이라는 게 과학자들의 분석이다.
기후악당 ‘대한민국’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전세계 195개국이 참여한 파리 기후변화협약(이하 파리협정)이 올해로 6주년을 맞았다. 파리협정은 2015년 파리에서 열린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약속한 국제협약이다. 우리나라도 195개국 중 하나지만, 여전히 ‘기후깡패국가(climate villain)’의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유럽의 평가기구 저먼워치, 뉴클라이밋연구소, 기후행동네트워크(CAN)가 발표한 ‘2021년 기후변화대응지수’에서 한국은 61개국 가운데 53위에 랭크됐다. 2020년 58위에 머물렀던 데 비하면 다소 나아졌지만 큰 변화로 보긴 어려운 수준이다.
한국은 지구에 순환면적 3.5배를 요구할 만큼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주범이자 사회적으로 플라스틱 사용 및 배출률도 세계적으로 높다. 동시에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에 가장 둔감하고 무관심한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