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 먼저 돌아볼 줄 알아야

41. 조고각하(照顧脚下)

2019-11-15     현불뉴스

조고각하, ‘자기 발(다리) 아래를 잘 살펴보라’는 뜻이다. 사찰에 가면 대웅전이나 법당, 선방이나 대중방(큰방) 섬돌 앞에 ‘조고각하’라는 글씨가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글자를 풀이하면 ‘조고(照顧)’는 ‘돌아보다’, ‘살펴보다’는 뜻이고, ‘각하(脚下)’는 ‘발 밑’ 또는 ‘다리 아래’를 뜻한다. 즉 ‘자기 발(다리) 밑’이나 ‘발아래를 살펴보라’는 뜻이다.

‘조고각하(照顧脚下)’는 선종(禪宗, 선불교)에서 사용하는 언어이다. 물론 선원의 현관이나 법당, 큰방 등 신발을 벗어놓는 섬돌 앞에 쓰여 있으므로, 한자를 안다면 물을 것도 없이 ‘자신이 벗어 놓은 신발을 살펴보라’ 즉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 놔라’는 말임을 알 수 있는데, 아뿔싸! 자신이 벗어놓은 신발이 가지런하지 못하고 ‘갈 지(之)’자가 되어 있다면, 그 하나로 그의 인격의 절반은 노출되어버렸다고 할 수 있다. 절반이 노출되었다면 그 나머지는 어느 정도 짐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남의 단점이나 허물은 잘 발견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단점이나 허물에 대해서는 돌아볼 줄 모른다. 남에게만 문제가 있고 자신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은 옳고 상대방은 그르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논문 한 편을 쓸 정도로 예리하게 분석하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무지할 정도로 모른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징이기도한데,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나는 항상 옳고 남은 틀리다는 사고는 금물이다. 내 생각도 틀릴 수 있고 내 말도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가 가장 옳다고 말하지만, 과연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옳은지, 그 확률은 얼마나 되는가? 착각이지만 자신의 판단이나 생각이 옳은 경우는 많아야 30%~40%를 넘지 못한다.

모든 분쟁이나 싸움의 발단은 자기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데서 출발한다. 우월감, 에고 (ego)에서 비롯한 자기 존재에 대한 커다란 환상이고 착각이고, 과대망상증이다. 남의 허물이나 남의 일을 논하기에 앞서, 먼저 자신을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조고각하의 의미이다. 소크라테스가 남긴 격언으로 알려진 ‘너 자신을 알라(Gnothi seauton)’라는 말이 있는데, 자신의 발밑을 관찰하는데 소홀히 하거나 자기 자신을 돌아볼 줄 모르면 훌륭한 인격을 만들 수 없다.

이상과 같이 조고각하의 본래 의미는 ‘자기 자신을 살펴보라’는 뜻이다. 각하는 다리 아래지만 자기 자신을 가리키고, 조고는 되돌아본다는 뜻으로서 반성적 의미다. 지금 자신이 어떠한 위치에 있는지, 자신이 서 있는 위치는 안전한지 위태로운지, 또는 지금 자기가 하는 것은 선(善)인지, 악인지, 의로운 일인지, 불의한 일인지 그리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인지 아닌지 등등을 잘 살펴보고 일에 임하라는 뜻이다.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반성, 성찰해 본 다음에 처신하고, 행동해야할 것이다.

필자가 10년 전에 항주 부근에 있는 선종사원인 천동사, 아육왕사 등을 답사한 적인 있다. 천동사 선당(禪堂)에 갔더니 한쪽 기둥에는 ‘염불자수(念佛者誰, 염불하는 자는 누구인가)’라는 화두가 붙어 있고, 한쪽 기둥에는 ‘조고각하’라는 말이 붙어 있었다. 풀이하면 ‘염불자수’라는 화두를 들고 있는 그대는 누구인가? 그대 자신을 보라. 조고각하.

선불교에서 조고각하의 의미는 ‘지금 당장 너 자신을 살펴보라’, ‘너 자신의 문제부터 해결하라’는 말로서, 너의 본래면목을 찾으라는 훈계이다. 심외무법(心外無法) 즉 ‘마음 밖에 별도로 찾아야할 법(法)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밖을 향해 구하지 말고 안으로 자기의 본성을 살펴보라(廻光返照)’는 뜻이다.

또는 ‘너는 지금 가부좌를 하고 앉아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방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치열하게 화두를 들고 있는가. 졸고 있거나(昏沈, 혼침) 번뇌 망상 속에 있는 것은 아닌가(掉擧, 도거). 지금 당장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본래면목을 찾는 데 매진하라’는 뜻이다. 오늘날 자기 자신을 찾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사자성어이다.

조고각하는 각하조고(脚下照顧), 간각하(看脚下, 발 아래를 보라)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