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세상 바꾸는 첫 단계…‘마음’을 가꿔라

2014-04-26     김주일 기자

지안 스님 지음|불광출판사 펴냄|1만2천원
마음 가꾸기는 정원 가꾸기와 흡사
내면 변화없이는 외면 못 바꿔

조계종립 승가대학원장으로 주로 스님들을 가르치며 ‘스님들의 스승’으로 불리는 지안 스님에게 어느 날 문득 한 생각이 들었다.

“산속 생활에 만족하며 지내던 어느 날, 생존 경기를 벌이는 현대인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문득 들었다. 그 무엇으로부터도 자유로운 제삼자의 입장을 분명히 지키면서, 누군가의 승리나 패배를 바라는 대신 경기를 벌이는 양쪽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며 응원하고 싶어진 것이다.”

산중과 도시를 오가며 생활해온 스님은 산속과 도시 풍경, 내면을 탐구하는 생활과 세속적 가치를 쫓아가는 생활의 뚜렷한 대비 속에서, 마치 외계인 인류학자가 지구인을 관찰하듯 현대 도시인들의 생활을 지켜봐왔다. 그 덕에 요즘 사람들을 가두는 생각의 감옥, 다시 말해 우리 시대의 정신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건 바로 ‘행복하려면 내면을 외면하고 바깥을 좇아라’이다. 하지만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이 구호는 도리어 행복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그것이 초래한 사람들의 황량해진 내면 풍경과 인간적 가치들의 몰락이 물질적 풍요를 간단하게 무효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끝모를 결핍감으로 잠식된 마음과, 인간적 사회를 지탱하는 토대가 붕괴된 현실은 현대인이 겪는 고통을 더욱 무겁게 만든다.

스님은 이 책에서 현대인을 향한 안타까움과 미안함을 내비치며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그러다가도 어느 대목에 가서는 단호한 사자후를 던진다. 왜 바깥 풍경에만 온통 주의를 쏟고 자기 내면 풍경을 황량하게 방치하냐고 말이다.

달콤한 위로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되지 않는다. 현실을 바로 보고 그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꿋꿋해져야 우리에게 미래가 있음을 스님은 이 책을 통해 전한다. 수동적으로 치유 받는데서 벗어나 자신이 주체가 되는 능동적 삶을 원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유용한 지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은 마음의 일들에 대한 단상들을 ‘1장 일구기, 2장 기르기, 3장 거두기, 4장 나누기’라는 네 개의 카테고리에 따라 정리해 소개한다. 순서에서 짐작되듯, 마음을 가꾸는 최종 목적은 나누는데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갈 수밖에 없는 게 인간의 운명이지만, 더불어 함께 가는 것이 정도이기에 타인의 행복 없이 내 행복도 없다는 것이다.

“현대인은 마음이 차가운 냉장고 인간” “인심이 메마른 사회” “바야흐로 도덕 불감증 시대의 도래, 순수한 인간애의 실종” “모방만 하며 살아가려는 이 서글픈 현실” 등등, 스님은 이 책에서 현대 사회와 사람들을 거리낌 없이 비판하고 그 현실을 돌파할 처방을 내린다. 오직 사실만을 말하기를 통해 사람의 의식을 일깨우고 마음을 바꾸며, 바뀐 마음이 생각을 바꾸고, 그 생각이 다시 사람을 계속 살 수 있게 해주는 메커니즘은 지안 스님이 선택한 독특한 응원 방식이다.

스님이 보기에 삶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첫 단계는 바로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일이다. 내면이 바뀌지 않고서는 외면을 바꾸는 ‘행동’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을 가꾸는 일은 정원을 가꾸는 일과 흡사하다. 마음을 찬찬히 관찰하고 잘 일궈내어 좋은 씨앗이 마음에 뿌리 내릴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고, 뿌리를 내린 씨앗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물도 주고 거름도 뿌리며, 빨리 자라지 않는다고 조급해하지 말고, 가끔 잡초도 매주며 곁에서 느긋하게 지켜보고, 싹이 잘 자라 열매 맺으면 거둬서 이웃과 나누는 일까지 모두 닮았다. 손에 흙 묻히고 땀흘리며 한 10년쯤 보내야 완성되는 정원의 아날로그적 감성 역시 마음 가꾸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저자 지안 스님은?

통도사 강원 강주를 비롯해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 고시위원 및 역경위원장을 역임했다. 35년간 교학 연구와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으며, 현재는 조계종 종립 승가대학원장으로 승가 교육에 매진중이다. 반야불교학당과 반야경전교실을 개설해 많은 재가 불자를 위한 교학 교육에 관심이 많다. 저서로는 〈기신론 강의〉 〈신심명 강의〉 〈기초경전해설〉 〈보현행원품 강의〉 〈학의 다리는 길고 오리 다리는 짧다〉 등과 역서로는 〈대반니원경〉 〈대승기신론강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