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비구니 호계위원 진입’ 다시 좌절
조계종 중앙종회, 관련 종헌 개정안 부결
찬성 46표, 반대 20표로
의결정족수 54표 못 채워
통과 약속한 비구 스님들
무기명 투표 가더니 반대
재가·여성 단체 비판 성명
“만연한 차별의식서 기인”
비구니 초·재심 호계위원 진입이 다시 좌절됐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3월 18~20일 열린 제197차 임시회에서 비구니 호계위원 진입을 위한 종헌 개정안을 무기명 비밀투표를 통해 부결시켰다. 결과는 찬성 46표, 반대 20표, 무효 1표였고 의결정족수 54표를 채우지 못했다.
지난해 중앙종회 196차 회의에서도 비구니 호계원 진입에 실패했고, 일부 비구 의원 스님들의 의사 발언까지 논란을 빚으며 당시 비구니 의원 스님들은 회기를 보이콧했다.
이후 종헌종법제개정특별위원회는 수 차례 회의를 거쳐 현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르면 초심호계위원 7명, 재심호계위원 9명을, 비구니 스님 2명을 추가해 각각 9명과 11명으로 늘렸다.
또 ‘재심호계위원의 자격은 법계 종사·명덕, 승납 30년, 연령 50세 이상, 초심호계위원 자격은 법계 종덕·현덕, 승납 25년, 연령 45세 이상의 율장과 청규 및 법리에 밝은 승려’로 개정했다. 다만, 비구니 호계위원은 비구 징계사건의 심리와 판결에 참여할 수 없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하지만 비구니 호계위원의 비구 징계사건의 심리와 판결에 참여할 수 없다는 단서 조항이 문제가 됐다.
종회의원 영배 스님은 “비구니 호계위원이 비구 스님의 심리와 판결에 참여 못한다면 아예 회의에 참석하지 말라는 건가”라고 따져 물었고, 영담 스님은 “호계원 심리에 호계위원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은 불평등하다. 차라리 비구니 호계원을 별도로 구성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또한 대승적 차원으로 만장일치로 통과할 것이 제안됐으나 종헌 규정대로 무기명비밀투표로 해야 한다는 원칙론을 넘지 못했다.
강력하게 원칙론을 주장한 무애 스님은 “반대하자는 것이 아니라 원칙대로 하자는 것이다. 종헌에 위반하는 표결에 반대한다. 종헌대로 하지 않는다면 퇴장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삼화도량 회장 영담 스님은 “삼화도량 회원 스님들은 모두 종헌 개정에 찬성해달라”며 공개 지지했고, 불교광장은 만당 스님이 공개 찬성을 요청하며 무기명 비밀투표가 진행됐다. 결과는 부결이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비구니 종회의원 일운 스님은 “비구니 권익 향상에 이렇게 도움을 주지 않을 수 있는가”라면서 “더 이상 이 자리에 있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후 비구니 의원 스님들은 자리를 떠났으나 종회 사무처장의 설득으로 다시 자리를 채웠다.
이번 비구니 호계위원 진입에 대한 기대는 어느 때보다 컸다. 전국비구니회와 비구니 중앙종회의원 스님들은 3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비구니 승가의 호계위원 참여를 위한 종헌 종법 개정을 촉구했고, 기자회견 직후에는 청원서를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또한, 비구니 군승장교와 첫 비구니 종단기관장 임명 등 비구니 위상 강화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어 사회 여론도 긍정적으로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조계종은 기득권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비구니 호계위원 진입 좌절’에 불교계 재가 시민단체와 여성계 역시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냈다.
교단자정센터와 나무여성인권상담소, 불교여성개발원, 불교여성연구소, 지혜로운여성, 종교와젠더연구소는 3월 21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종회의원의 인식에 실망감을 금할 길이 없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그 누구도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다. 비구니 스님을 호계원에 들어올 수 없다고 반대하는 비구 종회의원은 누구며 이유는 무엇인지 묻고 싶다”면서 반대한 20명은 스스로 이유를 밝힐 것을 촉구했다.
이어 “비구니 스님의 호계원 참여는 비구니 승가를 인정하고 동반자로 여긴다는 최소한의 표시”라며 “그럼에도 이를 부결시킨 것은 비구 승가만이 모든 권력과 역할을 갖고 사부대중공동체를 대놓고 차별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이번 중앙종회의 결정은 교단에 만연한 비구니에 대한 차별적인 관행과 제도 그리고 차별의식에 기인한다”며 “차기 종회에서도 비구니차별이 지속된다면 종도들의 뜻을 모아 구체적인 실천 행동을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