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장점 드러내고 타인 장점 숨기면…

2013-12-16     김호성 교수

원효를 위한 변명

▲ 그림 박구원
“원효스님, 좋아해요?” 이렇게 물어보기로 할까?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가령, “좋아해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고 하자. 그렇다면 다시 물어보자. “어떤 점이 좋아요?” 그럼 이번에는 또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우리나라 불교 역사상 가장 유명한(널리 알려진) 스님이 원효 스님이라는 데에는 이견(異見)이 별로 없을 것이다.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데, 어떤 점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일까?

사실은, 우리 불교가 원효 스님에 대해서 정확하게 자리매김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원효 스님이 가장 널리 알려진 데에는, 어쩌면 그가 파계를 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요석공주와의 사이에 아들 설총을 낳았다는 것 말이다.

그렇다. 그는 분명 그랬다. 그리고서는 스스로 “소성(小姓)거사”라 자칭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원효가 있다. 그가 파계했다고 해서, 그에게는 지계의식(持戒意識)이 없었던가 하면,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파계를 했기 때문인지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그는 다른 어떤 스님들보다도 더 깊은 지계의식을 갖고 있었다.

지금 전하는 저술들로만 생각해 보더라도, 원효는 몇 권의 중요한 계율관계 저술을 남기고 있다. 고백하자면, 나는 원효 스님 글을 읽은 것이 별로 없다. 다만 몇 권의 책을 편독(偏讀)을 했을 뿐인데, 그것들은 모두 계율관련 저서이다.

하나는 그의 참회록이라 할 수 있는 <대승육정참회(大乘六情懺悔)>이고, 다른 하나는 보살계와 관련한 논문이라 할 수 있는 <보살계본지범요기(菩薩戒本持犯要記)>이다. 이 중에 특히, 내가 좋아하는 글이 <보살계본지범요기>이다. 그 제목의 뜻은, “어떻게 하면 보살계를 지킨 것이 되고, 어떻게 하면 범한 것이 되는가에 대한 요점 정리” 정도가 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계율

놀랍도다, 원효의 안목이여! 놀라운 것은, 그가 보살계의 총 58개조나 되는 계율 중에서 단 하나의 계율만을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의 안목이 높다는 것은, 그가 “불자찬훼타계(不自讚毁他戒)”를 가장 중요한 계율(第一戒)로 들고 있다는 점이다.

불자찬훼타계는, <범망경>의 보살계본에서는 10가지 무거운 계율 중의 일곱 번째이다. “보살은 마땅히 모든 중생을 대신하여 욕됨을 당할 것이며, 나쁜 일은 자기에게 향하게 하고 좋은 일은 다른 사람에게 향하게 할지어다. 자기의 장점(德)을 드러내면서 다른 사람의 장점을 숨겨서는 아니된다.”

한마디로 “자기를 칭찬하고 다른 사람을 비방하지 말라”는 계율이다. 원효는, 어찌 보면 간단할 것도 같은 이 계율의 의미를 해석하느라 책을 한 권 집필했던 것이다. 도대체, 도대체, 왜? 그는 이 계율을 그렇게 중시했던 것일까? 이 문제에 대한 정답을 구함에 있어서 명심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 사상은 결코 삶을 떠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원효는 결코 자기 삶을 떠나서, 경전을 읽지 않았다. 자기 삶과 자기가 살았던 그 시대, 그리고 그 시대의 불교교단을 모두 헤아리면서 경전을 읽었던 것이다.

그에게는 뒷날 “화쟁(和諍)국사”라는 호(號)가 주어졌다. ‘국사’는,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삶과 사상을 ‘화쟁’으로 정리한 데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화쟁! 그렇다. 지금 이 시대의 화두 역시 화쟁이다. 어떻게 화쟁을 이룰 수 있을까? 또한 과연 무엇이 화쟁을 방해하는 것일까? 이 물음 앞에서, 원효는 그 해법을 ‘자찬훼타계’에서 보고 있었던 것이다. 스스로를 높이고 칭찬하며 남을 비방하는 것 말이다.

보라! 싸우는 사람들을 … 언제 그들이 말하는 것을 한번이라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사실, 그것은 나의 잘못입니다. 저분들은 잘못이 없습니다. 다들 훌륭합니다.”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어디 한번이라도 있었던가?

그런데 우리의 자아의식이 그것을 못하게 한다. “나는 훌륭하고, 남들은 나보다 못하다” 말하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