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도 죽어서도 오고 싶다는 순례지
고야산 下
2013-12-14 신중일 기자
日 진언종 본산 곤고부지서
구카이 스님 발자취 느껴
20만기 무덤있는 오쿠노인
전나무 숲길 걸으며 ‘힐링’
곤고부지는 진언종의 시조인 홍법대사 구카이 스님이 포교 활동의 거점으로 삼은 사찰이다. 그런 이유로 곤고부지는 참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곤고부지라는 명칭은 구카이 스님이 불경에 나오는 ‘금강봉루각일절유가유기경(金剛峯?閣一切瑜伽瑜祇經)’라는 대목에서 따온 것이라고 전해진다. 또한 곤고부지는 원래는 고야산(高野山) 전체를 일컫는 명칭이기도 했다. 하지만 1869년 2개의 사원이 통합되면서 사찰의 명칭으로 정착하였다.
사찰 내에는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동서 길이 약 60m, 남북 길이 약 70m의 본당을 비롯하여, 종루, 서원 등 여러 채의 전각들이 있다. 류로도(柳鷺圖)가 있는 야나기노마(柳の間)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할복 자살한 곳이기도 하다.
곤고부지에서 눈길을 끄는 것 중 하나는 ‘반류정(蟠龍庭)’이라는 정원이다. 약 2,340㎡ 규모의 반류정은 일본 최대 석정(石庭)으로 140개의 화강암의 배열은 구름으로부터 나타난 두 마리의 용이 절을 보호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고야산 순례의 하이라이트는 공동묘지인 ‘오쿠노인(奧の院)’ 참배이다. 곤고부지에서 오쿠노인까지는 버스로 10분정도 이동해야 한다. 오쿠노인을 일본인들이 ‘살아서도, 죽어서도 꼭 한번은 가봐야 하는’ 일본 최고의 성지라고 말한다.
홍법대사 구카이 스님의 사당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2㎞ 참배로에는 20만기 묘비들이 상존한다. 그 옆에는 500년 가량의 삼나무 숲과 함께 펼쳐져있다. 이들 묘비는 황실, 귀족, 다이묘(大名) 등의 묘로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구카이 스님의 묘가 있는 곳은 모자를 벗고 예를 갖춰야 할 정도로 성지로 극진히 모셔져 있다. 카메라 촬영은 일절 금지이며 말 소리도 낮춰야 하는 ‘침묵의 장소’이기도 하다.
고야산에는 따로 숙박업소가 따로 없고 사찰이 그 역할을 담당한다. 예부터 참배객들이 쇄도했기 때문에 발달한 문화로 숙박을 운영하는 사찰을 ‘슈쿠보(宿坊)’라고 한다. 현재는 53개의 슈쿠보가 운영중인데 참배객이 임의로 골라서 묵을 수가 없고 와카야마현에서 무작위 배정을 한다고 알려졌다.
슈쿠보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일본의 사찰음식인 ‘쇼진(精進)요리’이다. 고기와 생선류를 사용하지 않고 산나물과 야채로만 만든다. 파, 양파 등 향이 강한재료 또한 사용하지 않으며 제철 식재료만 활용해 맛이 담백하다.
홍법대사 구카이 스님이 개창하고 일본 최고의 성지로 자리매김한 고야산은 2015년 창건 1200주년을 맞는다. 전통을 지키며 시대와의 조화를 도모하는 일본 불교의 단면을 고야산에서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