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사찰에 나무를 심자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은 나무를 아무렇게나 취급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나무를 신성한 존재로 생각해서 숭배하기까지 하였다.
한 학자가 실험한 결과를 보면 나무가 사람의 목소리나 생각을 알아차린다고 한다. “이 나무를 베어버릴까?”라고 하면 나무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나뭇잎이 시들기도 하고 열매가 떨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래전 도문화재위원으로 있을 때 한 사찰에서 신청한 문화재현상변경을 위한 조사를 나갔는데, 집을 지을 자리에 있는 아름드리 소나무를 의도적으로 죽이는 현장을 목격했다. 그냥 베어버리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지 뿌리를 손상시켜 서서히 말라죽도록 하고 있었다. 정말 끔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부처님도량에서 일어날 수도 없고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이어서 더더욱 당혹스러웠다.
최근에 남을 해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심지어는 자기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을 죽이는 일까지 생기고 있으니, 우리 사회가 과연 어느 정도까지 험해질 수 있는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부처님께서는 살아있는 것들을 조금이라도 다치게 하지 않기 위해서 우기에는 탁발을 하지 않고 집에서 나가지 않으셨다고 한다. 그것이 바로 불가에서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이른바 안거이다. 부처님의 이러한 생명존중 사상은 세상을 이롭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남의 생명을 귀중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존엄한 일은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람뿐만이 아니라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의 가치를 귀중하게 생각하는 교리는 아마도 불교가 아니고서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세상이 점차 도시화되고 사찰이 도시로 내려오면서 불교계에서 해야 할 일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살아있는 생명을 죽이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색도시에 살아있는 생명을 끌어들이는 일도 그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적어도 사찰에서는 법에서 정했으니 어쩔 수 없이 나무를 심는 것이 아니라 절을 찾는 많은 대중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 나무를 심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