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가 좋다

2011-10-18     현각 스님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곧 잘 눈에 띄는 광고물을 발견하게 된다. 두 얼굴을 대조해 놓고 수술 전ㆍ수술 후라고 표기하여 대조를 이루고 있다. 실로 한 사람의 얼굴이라고 판별하기 어려운 영 딴판의 얼굴이다. 수술 전 취약한 부분을 수술해 미인으로 탈바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은 이렇게 변하고 있다. 우리는 내면 보다 외형에 너무 집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며칠 연휴가 낀다거나 방학이 되면 성형외과는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한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수술 자체를 후회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옛 모습으로는 복원이 되지 않는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기 때문이다.

기업에서는 신입사원 면접 때 외모를 많이 참작한다고도 한다. 그러다보니 입사시험을 치러야하는 젊은이들은 너 나 없이 성형외과를 남나들기 일수라는 것이다. 생각해 보자. 세상에 어느 재벌이 얼짱이나 몸짱이었다는 말을 들어 보았던가. 또한 위대한 정치인이나 과학자도 마찬가지 경우이다. 다 떨어진 배잠방이를 입은 촌부와 값진 밍크코트를 입은 부잣집 마나님을 보자. 그 마나님이 시선을 끈 것은 값비싼 외투 때문이지 그녀의 인격이 고매해서가 아니다. 그 외투를 벗고 화장을 지우고 나면 몰골이 사나운 사람으로 변형되기도 한다. 반면에 땀내 나는 배잠방이를 벗어버린 촌부의 모습에서 노동의 신성함을 온 몸으로 느끼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일상이 세상에 바랄 것이 더 무엇이 있겠느냐는 뿌듯함을 볼 수 있다.

<십팔사략(十八史略)>에 괄목상대(刮目相對)라는 말이 있다. 선비가 담소를 나누다 헤어져 3일 후에 만나면 예전의 친구를 알아 볼 수가 없어 눈을 비비고 보아야 만이 이전 친구를 알아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상대 친구가 성형외과에 가 여기저기 뜯어 고친 것이 아니다. 촌음을 아껴 독서에 매진했던 선인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상서(尙書)>에도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얼굴 좋은 것은 몸 좋은 것만 못하고, 몸 좋은 것은 마음 좋은 것만 못하다(相好不如身好 身好不如心好). 이 말은 미모 보다는 건강이 중요하고 건강보다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외모지상주의가 낳은 몸짱, 얼짱을 엄중히 경계한 말이 아니겠는가.

우리말 가운데 ‘아무개는 상호가 좋다’는 말을 쓴다. 상호는 불교에서 유래된 말이다. 부처님의 상호를 말 할 때 구체적으로 32상 80종호로 말한다. 범부 중생과 다른 32가지의 다른 모습을 지녔고 80가지의 원만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범어로 상은 lakshaṇa라 하며 큰 특징을 말한다. 호는 anuvyañjana라 하여 작은 특징을 말한다. 상호는 전적으로 외적인 문제이다. 외형적으로 가진 것이 많고 적음이나 지위의 높낮이에 비중을 두지 않고 석존이 우리에게 강조한 것은 외적인 문제보다 내면세계의 확대와 내면세계 견고함을 강조하였다. 인간의 굴절된 마음, 일그러진 마음의 순화에 치중하여 마음 닦기를 한결 같이 역설했다. 마음을 닦는 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드러내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아니고 상실된 인간성의 회복에 있는 것이다.

어느 성인에게 걱정이 있었다. 그 하나는 덕을 닦지 못하는 것이고, 둘째는 학문을 열심히 익히지 못하는 것이며, 셋째는 의로운 것을 듣고 바로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것이며, 넷째는 자신의 착하지 못한 행동을 고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범부의 걱정거리는 무엇인가. 상대가 나와 같지 않다는 게 큰 걱정거리다. 그러다가 마침내 동화가 되지 않으면 화가 나기 일 수 이다. 그리고 돈타령, 출세타령, 시대타령, 이웃타령을 하다가 종국에는 부모타령까지 하며 장탄식을 늘어놓는다. 모든 사단을 상대편에 돌리고 자신은 쏙 빠지고 만다. 이러한 사람은 날씨가 타분한 날의 육신과 마음의 상태와 흡사할 것이다. 타령조의 인생이 진취적이고 생산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삶으로 바뀌는 길은 삶의 틀을 다시 짜는 것이다. 성인의 걱정거리가 곧 나의 걱정거리로 여기고 열심히 자신의 삶을 연소시키려 하는 것이다.

목적의식은 모든 발전의 기초를 이룬다. 산에 오르면 그 주변에 많은 구름이 끼어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 구름은 목적의식이 있는 산악인에겐 가식에 지나지 않는다. 가식은 오래 가지 않고 그 허구성이 이내 드러나기 마련이다. 우리의 일상도 뭐 다를 게 없다. 세상에 진실보다 앞서는 것은 없다. 의술에 의해 아름다움을 추구하지만 세월 앞에 그 인위적인 S라인도 얼짱도 퇴색하기 마련이다. 가식 없고 청순한 삶 이야말로 값진 화장품의 향기 보다 그 내음이 오래가는 것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역사에 훈풍을 전하는 메신저가 되기 위하여 바로 지금 내면의 세계를 확장하는 공사를 하자. 생각 보다 더 소중한 것이 실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