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조직 만들려면 ‘컴패션’ 일깨워라

韓 직장 만족도 100점 만점에 40점
직원 고통 공감 ‘컴패션 경영’ 주목
경청, 공감하고 행동하는 게 ‘컴패션’
진심 어린 한마디에 조직 변화 가능

▶한줄요약

직장에 대한 일반적 이미지는 스트레스, 갈등 등 고통이다. 실제 한국인의 직장인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40점이라는 조사도 있다. 이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컴패션 경영’이 주목된다.

월요병(月曜病)! 네이버 국어사전에 ‘한 주(週)가 시작되는 월요일마다 정신적·육체적 피로나 힘이 없음을 느끼는 증상’으로 정의되어 있다. 조금 더 자세히 ‘주말을쉬고 나면다시평일로돌아가야하는데주말 동안늘어졌던몸이회복이덜되어서기운이없고무기력해진상태.또는주말 동안너무잘놀다 보니다시일하기위한콘트롤모드로의변환이되다만상태.꼭주말다음뿐만이아니라연휴 뒤나주중에끼인휴일다음날에도많이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대부분 사람은 주말이나 휴일에 편안히 쉬고 나서 다음 날 직장에 출근하는 것이 즐거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일하는 것이 너무 즐거워서 주말이나 휴일이 빨리 지나가서 출근하는 월요일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분들은 아마도 극소수일 듯하다. 2022년 직장인 소셜 플랫폼 블라인드가 실시한 직장인 행복도 조사에서 한국 직장인 행복도는 100점 만점에 평균 40점이었다. 직장 또는 일터가 그다지 행복한 곳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직장 생활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대부분 행복보다는 직장 내 스트레스, 갈등, 괴로움, 불편함 또는 고통 등을 이야기한다. 직장에서 경험하고 있는 이런 고통 등은 당연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필자가 공역한 <컴패션 경영(Awakening Compassion at Work)>에서 저자인 모니카 월라인과 제인 더튼은 직장에서 고통에 대한 침묵을 깨야만 더 행복하고 즐거운 직장 생활이 가능하다고 한다.

필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조직구성원들은 자신의 역량과 기여도에 대한 합당한 인정이 부족할 때,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사들이 이러 저러한 이유로 힘들게 할 때, 급박하게 업무를 처해야 하는 압박감이 밀려올 때, 그리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 가치를 찾기를 원하지만, 평가절하의 느낌과 박탈감이 밀려들 때 특히 고통이나 괴로움을 느낀다고 한다. 실제 직장에는 이런 종류의 고통들이 가득하다. 사실 너무 만연해서 그 고통들은 업무 환경의 일부인 듯 당연하게 간주하기도 한다. 고통은 일상적 직장 생활의 어딘가에 살며시 숨죽이며 자리 잡고 있으면서 언제든지 고개를 들고 예고 없이 튀어나올 수 있다. 이에 더해 직장 밖에서 유발되는 고통의 원인도 많다. 가족의 죽음이나 질병, 이혼, 별거 등에서 오는 고통들. 자녀 문제, 경제적 어려움, 중독, 그 외 힘든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괴로움들. 직장밖에 고통이지만 직장 내 고통과 섞이게 되면 고통은 더 증폭되기도 한다. 또한, 고통은 조직 자체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구조조정이나 인원 감축과 같은 정책 때문에 또는 급격한 시스템의 변화와 과도한 업무량 때문에 승진탈락이나 원하지 않은 직무이동 때문에 실적을 달성하지 못했을 때 등 원인은 많다. 대부분의 경영자나 관리자들은 이런 고통들을 간과하거나 외면해왔고 때론 당연하게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기업경영과 관련된 컴패션 연구에 따르면 직장 내 고통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고통을 받는 구성원들에게 공감적 관심을 느끼며 이러한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적극적 행동을 취하는 컴패션 경영 또는 컴패션 리더십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컴패션이 수익성, 혁신, 문화, 몰입 등 경영성과에도 긍정적이면서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컴패션은 ‘자비’ 또는 ‘연민’이라고도 표현을 하는데 ‘함께 고통을 나누는’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compati’에서 유래되었다. 달라이 라마는 ‘자신과 타인들의 고통에 대해 민감하고, 그 고통을 줄이기 위해 깊게 헌신하는 일’이라고 컴패션을 정의했는데 컴패션을 고통을 알아차리는데 그치지 않고 고통을 줄이는 것까지를 포함한 능동적인 동기와 행동하는 실천력을 전제하고 있다.

링크드인 CEO였던 제프 와이너는 컴패션 경영을 하는 리더로 유명하다. 그는 “리더십은 직원들이 가진 고통을 이해하고 이를 해결해 주려고 하는 것이 진짜 리더십이다. 리더십은 공감이라는 요소가 중요한데 공감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지만 컴패션은 그 감정을 느끼는 것을 넘어 행동까지 하는 것을 뜻한다. 컴패션이란 속도를 줄이고 시간을 투자하여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진정으로 귀를 기울이고, 그 감정을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실제로 제프 와이너의 컴패션 리더십 실천 사례 하나를 소개하면, 2017년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링크드인에서 근무하는 직원 마리아 월턴은 이탈리아 베니스로 휴가를 갈 예정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휴가 기간 중에 CEO인 와이너가 더블린 사무실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CEO를 직접 만날 기회를 놓치는 게 안타까웠던 월턴은 휴가를 떠나기 전 와이너에게 손으로 쓴 쪽지를 본인 컴퓨터에 붙여 두었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더불어 휴가 때문에 CEO를 만나 사진을 찍을 기회를 놓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적은 내용이었다. 월턴은 쪽지와 함께 자신의 셀카 사진도 남겼다. 더블린 사무실을 방문해 월턴의 쪽지를 본 와이너는 월턴의 안타까움에 공감해 그녀의 자리에서 그녀의 사진이 배경에 나오도록 셀카를 찍었다. 그리고 그 사진을 월턴의 자리에 남기고 돌아왔다. 비록 월턴을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월턴의 셀카와 함께 사진을 찍음으로써 그녀의 바람이던 자신과 함께 사진 찍기를 대신 이뤄준 것이다. 휴가를 다녀온 월턴은 와이너가 남긴 사진을 본인 링크드인 페이지에 올렸고 와이너는 이 포스트에 “더블린에서 만나지 못해 안타까웠다”라며 “맡은 일을 계속해서 잘해 달라”는 격려의 메시지를 남겼다. CEO로부터 셀카 사진과 격려 메시지를 받은 직원이 동기 부여되지 않을 리 없다. 이런 와이너의 행동은 배려와 연민을 몸소 실천하는 리더십이란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큰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진심으로 구성원을 위하는 마음이 있을 때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 누군가 힘들 때, 도움이 필요할 때, 그때 할 수 있는 실천 행동을 하면 된다.

직장의 규모가 크든 작든 상관없이 어디든 고통이 존재한다. 그러니 직장에서 컴패션을 일깨울 수 있는 가능성 또한 항상 존재한다. 어느 날 한 직장인이 긴급한 업무 때문에 타 지역에 있는 큰 병원으로 출장을 가는 택시에서 기사와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다가, 뜻밖에도 택시 기사의 고충을 듣게 되었다. 알고 보니, 출장 가는 곳이 1년 전에 어머님께서 투병하다가 돌아가신 병원이었다. 택시 기사는 어머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수 년 동안 병원을 왔다 갔다 하며 병간호를 했었기 때문에 그 병원을 생각할수록 슬픔과 괴로움 그리고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이 생긴다고 이야기를 했다. 가능하면 운행을 피하는 곳인데 손님이라 어쩔 수 없이 왔다는 것이다. 이 택시 기사의 예에서 보듯, 고객과의 연결이 고통스러운 기억을 불러일으키거나 슬픔을 느끼게 하는 것처럼, 직장에서의 고통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표면에 떠오른다. 손님에게 자신의 고통을 얼마나 드러낼지 선택할 수 있었던 택시 기사처럼, 상대방도 선택의 여지가 있었다. 출장에서 마음을 심란하게 만드는 여러 방해물을 맞닥뜨리게 될 때, 가령 택시 기사의 말에 공감하면서 귀를 기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낯선 사람이 표현하는 격한 감정을 외면할 수도 있다. 위로의 말을 건넬 수도 있고, 아니면 묵묵히 가만히 듣고만 있을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기는 흔한 장면들이며, 직장 생활에서 컴패션을 만드는 선택의 순간들이기도 하다. 우리는 대부분 혼자가 아닌 여러 동료와 함께 직장에서 일한다. 직장에서 고통을 마주치게 될 가능성은 조직의 규모와 복잡성에 따라 다르다. 직장에서는 고통의 목소리가 표출되는 것을 싫어한다. 스트레스 받는 마감일과 치열한 경쟁의 압박감, 직원들에게 무심한 경영진, 권위적인 조직 문화, 끊임없는 일정과 업무 등이 조직 내 괴로움을 만들어내는 원재료들이다.

이러한 상황을 지혜롭게 헤쳐나가는 방법으로 모니카 월라인과 제인 더튼은 네 단계를 통해 조직 내 컴패션 깨우기를 제시하였다.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단계는 조직에 고통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차리는(Noticing) 것이다. 고통이 있어도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면 컴펴션도 없다. 알아차리기는 직장에서 컴패션을 일깨우는 관문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는 탐색 작업(Inquiry Work)이 필요하다. 동료가 고통 속에 있거나 평소와 달리 힘들고 어려워 보일 때 이를 알아차리고 열린 마음과 호기심을 가지고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고통 완화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고통을 해석하는(Interpreting) 것이다. 타인의 고통을 해석할 때는 세 가지를 주의해야 한다. 우선 고통을 받는 당사자를 비난받아 마땅한 사람으로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누군가가 겪는 고통에 대한 책임이 그 사람 자신에게 있다고 판단할 때 공감과 걱정은 사라진다. 다음으로 고통을 겪는 사람이 관심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평가를 하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평가는 고정관념이나 낙인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은 고통을 겪는 사람이 무언가를 절실히 필요로 할 때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자원이나 역량이 없다고 평가하지 않아야 한다. ‘난 이 상황을 감당할 능력이 없어’라는 생각은 자신의 행동을 제약할 뿐이다. 세 번째 단계는 고통받는 사람에게 공감적 관심을 느끼는(Feeling)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공감의 인지적 측면과 감정적 측면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공감의 인지적 측면은 타인의 관점을 취하거나 그 사람의 상황에서 생각해 보는, 소위 말하는 역지사지를 가능하게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타인의 고통을 자신과 교감할 수 있다. 또한, 공감적 경청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관점에 깊이 귀를 기울이고 그 말에 숨은 감정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 네 번째 단계는 고통을 완화하는 데 필요한 행동을 하는(Acting) 것이다. 이러한 행동들의 집합을 컴패션 활동이라고 한다. 조직 내에서의 컴패션 활동은 당사자의 고통을 완화하는 방향과 일이 계속 진행되게 하는 방향으로 도움을 준다.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자원을 만들어내거나 이를 당사자에게 전달하는 방법을 고안하는 일, 업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주거나 업무 과부하를 방지하기 위해 업무를 재분배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고통의 시기에는 상황이 급변할 수 있으므로 상황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거나 점검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고통받는 구성원들의 필요와 선호도에 맞게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

어느 조직이든 명시적이고 묵시적인 고통이 존재한다. 이러한 고통에 컴패션의 물을 부으면 행복이라는 무지개가 피어난다. “힘들지~”, “내가 도와줄 게~”라는 따뜻하고 진심 어린 한마디로도 커다란 무지개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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