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 습관화로 감정 ‘갈고리’서 벗어나자

분노와 미워하는 마음, 짜증나는 마음 등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들을 지속하는 것은
자신의 내면에 스스로 독을 주입하는 것

▶한줄요약
분노를 계속 마음에 간직하는 것은 본인 스스로 독을 마시면서 그 다른 사람이 죽길 바라는 것과 같다

우리는 일상의 삶 속에서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개인적이든 업무적이든 그 관계속에 생각, 감정은 다양한 형태로 생성된다. 시간이 지속될 수록 관계는 더 많아지고, 생각과 감정 정보들 역시 많이 생성되게 된다. 정보가 축적된 이후에는 판단이 생기게 된다. 어떤 사람을 만나면 보기만 해도 즐겁고 행복하지만, 어떤 사람은 멀리서 실루엣만 보이더라도 피하고 싶거나 불편한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누구나 매일 경험하고 있는 것들이다. 필자 역시 명상을 통해 마음의 움직임을 보기 전까지는 자신이 판단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명상을 통해 내면을 바라보는 힘이 조금씩 커지면서 관점이 달라졌다. 마음이라는 공장에서는 어떤 원재료들이 투입되어서 생각과 감정들이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만들어진 생각과 감정들이 어떻게 유통되는지를 알게되면서부터 다른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뀐것이다. 자동적으로 생성되는 생각과 감정의 갈고리에서 벗어나 현재 있는 그대로 고정관념 없이 비 판단적 태도를 갖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럴수록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사랑하고 돌봐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번 글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생각과 감정의 갈고리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공유하고자 한다. 특히 자신이 원하지 않더라도 업무상 외부에서 지속적으로 부정적 자극이 들어올 때 어떻게 대처를 해야할 지에 대해서도 사례를 통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부처님께서는 “분노를 계속 마음에 간직하는 것은 본인 스스로 독을 마시면서 그 다른 사람이 죽길 바라는 것과 같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분노의 마음, 미워하는 마음, 짜증나는 마음 등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들을 지속하는 것은 자신의 내면에 스스로 독을 주입하는 것과 같다는 의미다.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저항하면서 후회, 자책, 원망 등을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독’이라고 할 수 있다. 간단한 생각 실습만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금 자신이 정말 미워하거나 보기싫은 사람이 있다면 한번 떠올려보라. 그 사람을 처음 만난 시점이 언제인지도 기억해보라. 그리고 그 사람과의 관계가 나빠지기 전까지 잘 지내왔던 시절들도 생각해보라. 언제부터 좋지 않은 관계가 만들어졌는지 그 사건이나 시점도 떠올려본다. 그리고 그 시점 이후 지금까지 상대방에 대한 미움이나 분노가 지속시킨 마음 공장의 원재료가 무엇인지 잘 살펴보라. 실제로는 간단했던 이슈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상황이 악화되면서 회복하지 못하는 이유의 대부분이 자신의 내면에 있다. 상대방이 앞에 없더라도 그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이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싫어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점점 더 고착화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 수용전념치료(ACT, Acceptance Commitment Therapy)에서는 이것을 ‘갈고리’로 표현한다. 하지만 갈고리에 벗어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첫째, 힘겨운 생각과 감정을 알아차린다. 알아차리는 것은 마음챙김 훈련을 통해 습관화 할 수 있다. 둘째, 그 생각과 감정에 이름을 붙인다. “여기 힘겨운 감정이 있다.”, “여기 누군가로 인해 슬픔이 올라오는 것을 알아차린다” 처럼 자기 생각과 감정을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다. 셋째,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다시 집중한다. 알아차리고 이름 붙이고 난 후 무심히 현재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하는 것이다. 이렇게 마음챙김을 통해 갈고리에서 벗어나는 연습을 할수록 마음은 편해지고 일상의 스트레스가 감소되고 타인과의 관계가 더 좋아진다. 일상을 보내면서 하루에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이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상의 삶 속에서 매일 생각과 감정의 갈고리 때문에 힘든 상황의 압권은 아마도 콜센터가 아닐까 한다. 콜센터 속성상 직원들은 긍정적 자극보다는 부정적 자극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매일 외부에서 갈고리가 날라온다. 청각을 통해서 계속되는 자극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정신적 건강문제, 신체적 건강문제 그리고 불건강한 생활습관 형성 등과 같이 고통에 직면하기 쉽다. 콜센터 직무 특성 때문에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의 직무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적인 시각을 가지고 대응하고 있다. 온 몸으로 받은 스트레스와 고통을 나중에 해소하는 방식, 즉 상한 음식을 잔뜩 먹고 나중에 치료를 하는 형국이다. 이것은 올바른 방법도 아니고 지속 가능한 처방전이 아니다. 처음부터 부정적 정보를 자신의 몸과 마음에 담지 않는 것, 즉 상한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콜센터 업무도 자극에 대한 자동 반응이 아니라, 자극과 반응 사이의 공간을 늘려서 선택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면 스트레스와 고통은 훨씬 경감되고, 고객만족과 생산성은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부정적 정보 자극을 자신의 몸과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그 순간 손가락 사이로 물이 빠져나가듯 어떤 걸림도 없이 지나가게 할 필요가 있다. 갈고리에 걸리지 않는 기술을 배워야 한다. 생각과 감정을 알아차리는 마음챙김 훈련을 통해서 가능하다. 마음챙김은 자기인식과 자기조절 등 정서지능을 강화시킨다는 과학적 근거들이 무수히 많고, 특히 감정노동 직무 수행자들에게는 자신을 보호하는 기술로 적극 추천되고 있다.

콜센터의 경우 직원들이 같은 장소에 모여 있고, 헤드셋을 사용해서 업무를 수행한다. 따라서 오디오를 통해 마음챙김 훈련을 쉽게 할 수 있는 여건이다. 하루 5시간 마음챙김 훈련을 하는 것보다 10분이라도 매일 하는 것이 훨씬 유익하고, 효과적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다른 교육장소로 이동하지 않고 콜센터에서 마음챙김 훈련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 구조는 쉽게 만들 수 있다.

실제 캐나다 몬트리얼 대학의 사이먼 그레고리 교수와 그의 동료는 콜센터의 업무특성과 마음챙김 훈련의 핵심 요인을 잘 조합하여 콜센터 직무특성에 특화된 5주간의 마음챙김 기반 프로그램(MBI, Mindfulness-Based Intervention)을 실시하여 획기적인 성과를 나타냈다. 프로그램은 5주간 진행되었다. 매일 프로그램에 참여한 콜센터 직원들은 아침 업무시작 직전에 10분간 오디오를 통해 마음챙김 명상에 참여를 하고, 점심 식사 직후 5분간 오디오를 통한 마음챙김 명상에 참여하게 된다.

오디오 컨텐츠는 약 20여년간의 마음챙김 명상 경력이 있는 전문가가 개발하고 직접 녹음을 하였다. 참가자의 91%가 여성이었고, 평균 연령은 35.8세였다. 효과성 측정은 프로그램 실시 전, 프로그램 종료 직후, 프로그램 종료 5주 후 3번을 실시했다. 이 프로그램의 공식 훈련 시간은 총 약11시간 45분이다. 인지교육 3시간과 매일 15분씩 5주간 훈련을 합한 시간이다. 매주 마음챙김 대상을 바꾸어 가는 구조화된 교육을 한다. 짧은 교육 시간이었지만 효과는 크게 나타났다.

첫째, 프로그램 진행 전체 과정에서 참가자들의 심리적 고통(스트레스, 불안, 우울, 권태, 부정 정서 등)이 감소하였고, 마음챙김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수년간 정체되었던 고객만족 지표가 좋아졌다. 셋째, 마음챙김 훈련을 통해 구성원들이 매일 직장 생활에 임하는 태도가 눈에 띄게 긍정적으로 변화하였고, 내부 구성원들과의 관계도 개선되었다. 구성원들이 부정적 자극에 대한 감정조절 능력이 강화되면서 자신을 스스로 보호할 수 있게 되었고, 편안하고 지혜로운 고객 대응이 가능해진 것은 개인의 삶은 물론 조직의 성과 측면에서도 큰 혜택이라고 할 수 있다.

삶속에서 생각과 감정의 갈고리에 걸리지 않는 지혜는 이미 부처님께서 오래전에 설하셨다. 상윳따 니까야(S36:6) 화살경에서 정확한 해법을 제시하셨다. “비구들이여,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화살에 맞았지만 그 첫 번째 화살에 연이은 두 번째 화살에는 맞지 않는 것과 같다.그래서 그 사람은 하나의 화살로 인한 괴로움만 겪을 것이다.비구들이여,그와 같이 잘 배운 성스러운 제자는 괴로운 느낌에 접하더라도 결코 근심하지 않고 상심하지 않고 슬퍼하지 않고 가슴을 치지 않고 울부짖지 않고 광란하지 않는다.그는 오직 한 가지 느낌,즉 육체적 느낌만을 경험할 뿐이다.그는 즐거운 느낌을 경험할 때에도 매이지 않고 그것을 느낀다.괴로운 느낌을 경험할 때에도 매이지 않고 그것을 느낀다.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을 경험할 때에도 매이지 않고 그것을 느낀다.”(중략) “비구들이여,이러한 사람을 일러 잘 배운 성스러운 제자라 하나니,그는 태어남과 늙음,죽음과 근심,탄식,육체적·정신적 고통,절망에 매이지 않으며 그는 괴로움에 매여 있지 않다고 나는 말한다.비구들이여,이것이 잘 배운 성스러운 제자와 배우지 못한 범부간의 차이점이고,특별한 점이고 다른 점이다.” 정말 지혜로운 가르침이다.

두 번째 화살을 맞더라도 좋다 싫다 판단하지 않고 현재의 느낌만 알아치리면 된다. 앞서 말한 알아차리고-이름 붙이고-현재로 돌아오면 된다. 그러면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에서 물러나거나 도망가지 않고 온전히 가치를 향해 다가갈 수 있는 힘이 생기게 된다. 갈고리에서 벗어나게 되면 자신이 바꿀 수 있는 상황은 바꾸고, 바꿀 수 없는 고통은 온전히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가치에 따라 살아갈 수 있다. 이러한 삶의 태도가 바로 중도(中道)적 삶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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