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군청 1월 ‘기독교체험관 공모
예산 95억원 투입… 명백한 ‘위헌’
‘천사섬’ 부각도 ‘견강부회’의 행위

숙종代 임자도에 中무역선 표류해
‘기흥대장경’ 전래…韓화엄학 발전
조선 후기 사상 전반에 영향 미쳐
기독교체험관 아닌 해양사 조명을 

신안군은 올해 1월 ‘신안 기독교체험관 건축설계 및 전시물 제작 설치’에 대한 공모를 진행하였다. 3월에는 해당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임자도의 기독교 역사와 상징성을 드러내는 기독교체험관을 건립하는 사업체를 선정했다. 뒤늦게 사실을 확인한 불교계는 종교편향 행정을 항의 하였으나 신안군 공식 입장은 예산이 이미 집행되어 사업 중지가 어렵다고 한다. 

기독교체험관을 건립하는 것은 종교편향 행정이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독교 관광 마케팅 차원에서 진행한 것이라고 옹색한 변명을 하였다.

신안군청이 기독교체험관을 건립하는 행정은 명백한 위헌이요 범법행위이다. 군청이 나서서 임자도를 찾아오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국비와 군비 95억 원을 들여서 부지 3만 평을 매입하여 기독교체험관을 지어 기독교 체험을 시키는 선교행위를 하는 것은 소가 웃을 일이다. 생뚱맞게 신안군 1025개 섬을 1004섬(천사섬)이라고 각색한 것 역시 견강부회이다. 

헌법 20조 2항에서 국교의 불인정과 정교분리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정교분리원칙은 국가가 특정종교를 특별히 보호하거나 지원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종교 활동과 국공립학교에서의 특정종교 교육 행위도 위헌이다. 민주주의는 법치를 근간으로 한다. 국민이 공동으로 제정한 사회규약을 준수함으로써 공공의 이익과 행복이 지키는 인간이 만들어낸 최상의 정치제도이다.

신안군청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하여 국비를 지원받아서 사업을 할 때는 임자도 섬의 자연환경과 역사 문화에 관계된 지역주민에게 도움되는 사업을 해야 한다. 2021년에 개관한  조희룡미술관은 아주 적합한 사업이다. 조희룡은 추사 김정희의 제자로 당대 유명 화가인데 임자도에서 3년 유배생활을 하였다. 임자도 유배지 예술문화를 보존하고 발전하는데 의미가 있다.

〈숙종실록〉에 보면 조선 숙종 7년(1681년), 중국에서 〈가흥대장경〉을 싣고 일본으로 가는 무역선이 태풍으로 임자도에 표류한 큰 사건이 있었다. 이것은 일본에서 이 대장경판으로 〈황벽판대장경〉을 편찬 간행하기 위하여 싣고 가다가 생긴 일이다. 숭유억불 조선시대에 중국의 불교와 단절된 상황에서 조선후기 불교의 사상적 공백을 극복해 줄 수 있는 기적과 같은 사건이다. 

때마침 백암성총(1631~1700)이 소식을 듣고 바다 위에 떠있는 대장경을 수습하여 순천 징광사에서 10여 년을 판각하여 간행하였다. 당나라 화엄종의 4대조사 징관대사의 〈화엄경수소연의초〉 90권과 〈회현기〉 40권, 〈정토보서〉 1권 등 12종 197권 5000판목을 10여 년에 걸쳐 판각하여 불교강원 교재로 사용했다. 이것은 조선후기 화엄학 불교에 큰 영향을 줬다. 

한국불교가 선불교이면서도 화엄경(교종)을 함께 수행하는 선교합일 종교가 되고, 염불(정토보서)까지 수용한 것은 임자도에 표류해 건진 〈가흥대장경〉이 조선불교에 전래된 덕분이다. 이 사건은 한국불교 뿐만 아니라 한국사상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불교교단과 신안군청은 임자도에 가흥대장경판이 표류해 성총대사가 판각해 간행한 불교경전을 수집하여 전시해야 한다. 신안군청이 종교형평 행정에서 벗어나려면 차라리 ‘기독교체험관’의 명칭을 ‘해양종교역사문화기념관’으로 변경해서 각 종교단체에 의뢰하여 종교의 역사적 자료를 수집 정리하여 전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임자도는 한중일 3국 동아시아 해양국가의 길목에 있는 섬인 만큼 바닷길 해양문화·예술의 역사를 연구해 바닷길 유람선 관광사업을 계획해 볼 일이다. 잘못된 오류나 정책은 빨리 인정하고 바로잡는 것이 실수를 줄이는 최선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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