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태풍과 미네랄 공급시스템

우리나라의 경우 여름 혹은 여름이 끝나갈 무렵이면 태풍이 불어온다. 몇 번 안 될 경우도 있고 여러 번 오는 경우도 있다. 경우에 따라 큰 피해를 주고 때로는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기도 한다. 큰 피해를 겪다보니 태풍이 좀 안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지구상에는 대부분 지역에 태풍과 유사한 현상이 일어난다. 아시아에서 위력을 떨치는 것을 태풍(Typhoon), 북미와 멕시코 서해안의 것은 허리케인(Hurricane), 인도를 중심으로는 사이클론(Cyclone), 호주에서는 윌리윌리(WillyWilly), 필리핀에서는 바기오(Baguio), 멕시코 서해안에서는 코르도나자(Cordonaza)라고 부른다.

이들 태풍은 종종 세계적인 뉴스에 등장하는 것처럼 엄청난 피해를 준다. 그럼 태풍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좋은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태풍이 부는 지역이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이라는 것을 보면 그 지역이 사람 살기에 좋은 것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렇게 자연재해가 해마다 되풀이되면 상식적으로 사람이 살지 않거나 살 수 없는 지역이 되어야 맞지만, 그곳은 대부분 인구 밀집 지역이다, 그것은 바로 태풍이 그 피해 이상의 좋은 것을 주기 때문이다. 태풍이 가져다주는 좋은 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육지의 흙을 바꾸어 준다. 홍수가 난 후 그 지역에는 예외 없이 풍년이 든다. 그것은 홍수로 인해 토양이 바뀌고 상류의 비옥한 흙과 미네랄이 불어난 물에 쓸려 내려와 하류의 농토를 뒤덮기 때문이다.

태풍발생지역
태풍발생지역

 

이처럼 태풍은 토양을 바꾸어 준다. 다시 말하면 오랜 농사로 인해 토양에서 사라진 미네랄을 보충해 주는 것이다. 같은 지역에 계속해서 농사를 짓게 되면 농사짓는 토양의 미네랄은 계속해서 소모될 뿐 공급이 없어 그 땅은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다. 이때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태풍은 그 부족한 미네랄을 공급하기 위해 상류의 땅속 깊은 곳의 흙을 파헤쳐서 하류의 농토에 공급한다. 그렇게 공급된 토양은 각종 미네랄과 유기물이 풍부하여 땅을 비옥하게 만든다.

옛날 이집트에서는 홍수가 나게 해달라고 신에게 기도하였다. 지금 우리가 제발 홍수가 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과는 너무나 다른 행동이다. 그 이유는 그렇게 해야 미네랄이 공급되어 풍년이 들기 때문이었다. 홍수가 나서 상류의 미네랄이 풍부한 흙이 떠내려 와서 농토를 새롭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논에 객토라고 해서 모내기 전에 황토를 날라다 논에 뿌려주었던 것이 같은 이치이다.

둘째는 바닷물을 바꾸어 준다. 태풍은 바다 및 육지 온도를 조절해 주고 바닷물을 섞어주는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바닷물은 다 같은 바닷물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미네랄이 많은 바닷물이 있고, 지역에 따라 오염된 바닷물도 있다. 또 적조로 인해 미네랄과 산소가 부족해 죽어가는 바다도 있다. 태풍은 이런 여러 종류의 바닷물을 엄청난 힘으로 섞어 준다. 그렇게 해서 바닷물은 새롭게 미네랄을 공급받음으로써 다시 살아나 건강한 바다가 되는 것이다. 태풍이 몰려오면 우리나라 남해안의 적조 현상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사라진다.

셋째는 육지에 바다의 미네랄을 공급하는 것이다. 태풍은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수많은 일을 하기도 한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다의 미네랄을 육지에 공급하는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태풍의 위력은 엄청나다. 보통 풍속이 33m/s 이상인 것에 태풍이라는 이름을 사용되는데, 그 크기도 엄청나고 에너지도 엄청나서 원자폭탄의 수천, 수만 배에 해당된다. 이런 엄청난 힘으로 바닷물을 섞고 공기 중으로 퍼 올리고 그것을 육지에 쏟아 붓는 것이다. 그렇게 태풍과 함께 육지로 올라오는 바닷물 속에는 많은 미네랄이 포함되어 있다. 그 바닷물로 인해 육지에 미네랄이 공급된다. 중국에서 발원한 수천, 수만 톤의 황사 먼지가 태풍의 힘 없이도 수천 km를 날아 한반도와 일본에까지 날아가는 것을 보면 바다의 태풍이 바닷물을 퍼 올려 육지에 뿌리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가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사는 육지는 끊임없이 비가 내리고 눈이 내린다. 그 결과 흙 속에 있는 미네랄이 계속해서 씻겨서 바다로 흘러간다. 그렇게 수천 수만 년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농사 및 과수 등을 통해 땅속의 미네랄은 식품에 포함되어 계속해서 소모된다. 그럴 경우 육지와 논과 밭에 미네랄이 남아 있을 수 있을까? 토양에 포함되어 있던 미네랄은 대부분 없어져야 정상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식물에서 섭취하는 미네랄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끊임없이 자라는 식물에 공급되는 미네랄의 공급처는 어디일까? 물론 비료와 거름을 주고 있지만, 그 양으로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부족한 미네랄을 채워주는 공급원이 태풍일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나무가 무성한 열대 우림지역의 토양이 비옥할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태풍 없이 너무 잦은 비로 영양분이 씻겨 내려가서 표층의 토양에는 미네랄이 거의 없다. 겉보기만 그럴듯해 보이는 땅일 뿐이다. 그래서 농사가 잘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곳에 사는 사람은 정착을 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살아간다. 울창한 열대우림을 불태워 그 불탄 나무가 가지고 있는 어느 정도의 유기물과 미네랄로 농사를 짓고나 후 다른 곳에 불을 질러 농사짓기를 반복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토양에 미네랄이 부족한 것이 그들이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화전민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태풍 없이 비만 내리는 지역의 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 태풍은 큰 피해도 주지만 육지에 바다의 미네랄을 공급해 주고 바다를 바꾸어 주는 고마운 현상이기도 하다. 바다의 미네랄이 없으면 생명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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