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학 올림픽’…“한국불교 세계로 뻗는 초석”

8월 15~19일 19차 세계불교학대회
서울대서 열려… 첫 韓개최 의미커 
中명문 저장대 제치고 유치 성공해
“한국 수락 연설에 중국 측 자리 떠”

36개국 250여 명 논문 250편 발표
코로나19 유행에 2년 간 대회 연기
매년 새 팀 꾸려 대회 준비에 박차
“한국불교 세계 알리는 기회” 기대

조은수 조직위원장은… 서울대 약학과를 거쳐 서울대 철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미국 버클리 대학에서 불교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시간대학 교수를 비롯해 서울대 규장각 국제한국학센터 초대 소장,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지역 세계기록문화유산 출판소위원회 의장,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 소장을 역임했고, 2013~2015년 불교학연구회 회장을 지냈다. 현재 서울대 철학과 교수, 샤카디타 코리아 공동대표로 활동 중이다.  사진= 박재완 기자
조은수 조직위원장은… 서울대 약학과를 거쳐 서울대 철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미국 버클리 대학에서 불교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시간대학 교수를 비롯해 서울대 규장각 국제한국학센터 초대 소장,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지역 세계기록문화유산 출판소위원회 의장,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 소장을 역임했고, 2013~2015년 불교학연구회 회장을 지냈다. 현재 서울대 철학과 교수, 샤카디타 코리아 공동대표로 활동 중이다. 사진= 박재완 기자

세계불교학대회는 ‘불교학 올림픽’이라고 불릴 정도로 규모와 위상 면에서 단연 세계 최고라고 평가할 수 있는 불교학술대회다. 제19차 세계불교학대회가 오는 8월 15일부터 19일까지 서울대 일원에서 열린다.  

본래는 2020년 열려야 하는 대회였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년간 연기돼 오다가 마침내 개최되는 것이다. 개최와 연기를 반복해야 했던 지난한 시간이었지만, 조은수 세계불교학대회 조직위원장(서울대 철학과 교수)은 흔들림 없이 대회 개최를 추진해왔다.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난 조은수 조직위원장은 함께 대회를 준비해준 팀원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말머리를 풀었다.

“지난 2020년 8월 대회를 앞두고 호텔 예약 등 모든 준비를 다 마쳤는데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대회를 연기했고, 그 후에도 한 차례 더 연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처음에 같이 준비했던 대학원 학생들은 졸업한 사람도 생겼어요. 매년 새로운 팀을 꾸릴 수밖에 없었죠.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고 지금까지 왔는데 그동안 같이 해준 팀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손에 땀 쥐게 한 유치 과정
세계불교학회(International Association of Buddhist Studies)에서 개최하는 학술행사인 세계불교학대회는 1978년 뉴욕 컬럼비아 대학에서 제1회 대회를 개최한 이래 유럽, 북미, 아시아를 순회하며 3년마다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대만, 태국에서 열렸으며, 한국 개최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회 유치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2017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제18차 대회에서 중국 최고 명문인 저장대(浙江大)가 갑자기 유치를 희망하며 한국과 경합을 벌이게 됐다. 치열한 경합 끝에 한국 개최가 결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2017년 토론토대학에서 열린 제18차 대회에서 치열한 논의가 있었어요. 결국에는 ‘한국의 불교학 연구 수준이 높으며 뛰어난 불교 문화 전통을 가진 나라라는 점에서 선정한다’고 발표하더군요.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한국이 수락 연설을 하는 동안 경쟁국인 중국 대표단이 자리를 뜨는 해프닝도 있었죠.” 

어렵게 개최되는 한국 대회인 만큼 기대도 크다. 우선 세계불교학계를 주도하는 석학들과 중진학자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성과다. 조은수 조직위원장은 “전 세계 36개국 250여 명의 불교학자가 참여해 250편의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귀띔해줬다.

참여 세계 석학 면면들
실제 대회에 참가하는 학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기대감은 커진다. 유럽에서는 영국의 최고 불교학자라고 평가받는 얀 웨스터호프 옥스퍼드대 교수, 서구 대학 교양수업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교재인 〈불교의 기초(The Fundamentals of Buddhism)〉의 저자 루퍼트 게틴 브리스톨대 교수, 인도논리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비르기트 켈너 세계불교학회 부회장, 티베트 문헌 연구로 잘 알려진 클라우스 디터 메스 비엔나대학 교수 등이 참여한다. 

미국에서는 〈본각사상〉이라는 저술로 유명한 여성불교학자인 재클린 스톤 프린스턴대학 교수, 중관철학 연구의 대가 제이 가필드 스미스칼리지 교수, 간다라 사본 연구로 잘 알려진 리처드 살로몬 워싱턴대 교수 등이 참여하며, 일본의 시모다 마사히로 동경대 교수, 야마베 노부요시 와세다대 교수 등 유명 불교학자들도 한국을 찾는다. 

미국 불교학계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학자인 예일대 교수 일미 스님을 비롯해 김진아 하버드대 교수, 박진영 아메리칸대 교수, 안준영 미시간대 교수 등도 참여해 논문을 발표한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발표 주제
세계 학자들이 발표하는 논문들의 주제 역시 눈길을 끈다. 불교철학부터 문헌학, 미술사, 역사를 비롯해 수행·명상, 사회문제, 윤리학 등 그 폭과 양이 방대하다. 수백의 패널과 섹션 중 주목할 만한 주제를 조은수 조직위원장에게 물었다. 

이에 대해 조은수 조직위원장은 한·중·일에 남아 있는 아시아에서 발견된 오타니 컬렉션에 대한 최근 연구 성과를 집대성 해보는 패널 3번 발표를 비롯해 얀 웨스터호프 옥스퍼드대 교수가 조직한 ‘철학자를 위한 불교철학(Panel 5. Buddhist Philosophy for Philosophers)’과 독일 하이델베르그대 포스트닥 과정에 있는 이상엽 박사가 진행하는 ‘불교의 ‘중국화’에 대한 새로운 접근 - 연속, 변형, 그리고 그 넘어(Panel 10 New Approaches to the ‘Sinification’ of Buddhism: Continuation, Transformation, and Beyond)’ 등을 꼽았다. 

또한, 간다라 문헌의 새로운 발굴 자료를 소개하는 패널 14번(Panel 14 Gandhran Buddhist Manuscripts and Inscriptions: New Discoveries and Research), 〈대승기신론〉의 새로운 연구를 발표하는 패널 25번(Panel 25 New Studies on the Awakening of Faith or Qixinlun)과 최신 디지털 불교학의 성과를 선보이는 패널과 워크숍도 주목할 발표로 소개했다. 

한국불교, 세계적 역량 키워야
조은수 조직위원장은 이번 한국 대회가 “학생들에게는 세계 석학들을 만날 수 있는 둘도 없는 기회”이고, 한국불교와 한국불교학계에는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초석”임을 강조했다. 

“한국불교학 연구 수준은 분명 세계적입니다. 하지만 국제적 교류나 리더십은 부족한 편입니다. 현재 세계불교학회 이사 20명 중 한국인은 이주형 서울대 교수가 유일합니다. 이제 국제적 활동에 한국불교와 불교학계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현재 중국은 그동안 발굴되지 않은 고대 불교 문헌으로 막대한 연구를 하고 있고, 세계 불교학자들도 중국과 친분관계를 가지려고 합니다. 최근 일본의 유명 불교학자들이 대회 발표를 취소했는데, 아마도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이뤄진 것 같습니다. 한국이 중국을 제치고 대회를 유치했잖아요.”

학생들에게는 대회 자원봉사를 요청했다. “원래 대회에 참가하려면 교수든 학생이든 참가비를 내야합니다. 하지만 학생의 경우 대회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면 무료이고 교통비도 드립니다. 세계 석학들을 한자리에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습니다. 서울대와 동국대뿐만 아니라 불교학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은 대회 자원봉사에 지원해주길 바랍니다.”

인터뷰 내내 조은수 조직위원장은 ‘불교학’이 인문·복합적 연구로 나아가야 함을 강조했다. 한국 대회의 기대점도 여기에 있다. 세계불교학계의 연구 동향과 성과들이 한국불교학의 지평을 확대해줄 계기가 될 것이 분명해서다. 

“불교학의 영문명은 ‘Buddhist Studies’입니다. 공부(Study)를 복수형으로 쓰고 있죠. 이는 불교의 역사부터 철학, 예술 등 모든 학문적 접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 구미와 아시아 지역의 근대적 불교 연구는 19세기 문헌학 연구에서 시작했으나 현재는 철학, 역사, 문화, 예술 등 인문학의 모든 학문 분과를 망라하고 있습니다. 한국불교학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뤘습니다. 이제는 세계화를 향해 나아갈 때입니다. 이번 대회는 그동안 축적된 한국불교 연구의 성과를 세계에 알리는 장이자 세계 학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한국불교학의 지평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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