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7일, 미국 대사관저서 간담회
지몽 스님 “차별금지법 제정 시급”
성소수자 상징 레인보우 깃발 게양

방한 중인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국내에서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인권·종교·시민계 인사들과 만나 “한국 내 성소수자들의 인권 증진을 위해 미국 정부도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셔먼 부장관은 성소수자 인권의 달(프라이드 먼스) 을 맞아 6월 7일 미국 대사관저에서 ‘국내 성소수자 인권 및 차별금지 보호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자리에는 종교계를 대표한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지몽 스님을 비롯해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하리수 트랜스젠더 방송인, 크리스 델 코스 주한미국대사관 대사대리 등이 함께했다.

참석자에 따르면, 셔먼 부장관은 이 자리에서 “성소수자 인권의 달을 맞아 뜻깊은 행사를 갖게 돼 영광”이라며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 인권향상을 위해 헌신하고 노력하는 인권단체 대표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내 성소수자들의 인권 증진을 위해 미국 정부도 여러분들과 함께 노력할 것”이라면서 “향후 제시카 스턴 미 국무부 성소수자 인권외교 특사의 방한을 추진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이 자리에서 지몽 스님은 “불교는 모든 인간에 대한 보편적 평등성과 인권을 강조하는 자비와 평등의 종교”라고 강조하고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부처님 평등사상을 실천하기 위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며 평등법 제정을 위해 16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함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체투지와 기도회, 퀴어축제 참여, 불교언론을 통해 성수수자 편견 바로잡기 등 인식전환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온 이력들도 소개했다.

지몽 스님은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스님은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국제적인 영향력 있는 미 국무부 부장관과의 만남이 성소수자의 근본적인 인권증진과 차별금지법 제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관저에서 미국 국기인 성조기와 프로그레스 플래그(무지개 깃발)를 함께 게양했다. 주한미국대사관이 아닌 관저에 무지개 깃발이 게양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셔먼 부장관은 만남 후 자신의 SNS에 “한국 LGBTQI+ 활동가들과 환상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우리는 바이든·해리슨 정부의 전 세계 LGBTQI+ 차별 종식, 인권 증진 작업 등에 대해 토론했다”고 전했다. ‘LGBTQI+’는 레즈비언(L), 게이(G), 양성애자(B), 성전환자(T), 성 정체성 의문자(Q), 간성(I), 기타(+) 등 성소수자를 뜻한다. 주한미대사관도 SNS에서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이 오늘 성 소수자의 인권을 증진하고자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의지에 대한 상징으로 주한미대사관저인 하비브하우스에서 프로그레스 플래그(무지개 깃발)를 게양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2박 3일간 한국에 머무는 셔먼 부장관이 바쁜 일정 중에 국내 성 소수자를 만난 것은 이들의 인권에 대한 미국 정부의 관심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성 소수자 인권을 인권 외교의 중요 의제 중 하나로 다루고 있다.

임은호 기자 imeunho@hyunbul.com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