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 스님 ‘이야기가 있는 도예전 Ⅱ’
경인 미술관 4월 6일부터 11일까지

직접 빚고그린 작품 80여 점 전시
농어촌 청소년 대상 교화 30여 년
2005년부터 공방을 청소년에 개방
6회분 짜리 체험 프로그램 운영도
“일상에서 영감을 얻는 것도 수행”

정운 스님 作, 절에 가는 길.
정운 스님 作, 절에 가는 길.

조계종 중앙종회의원이자 충남 보령 세원사 주지 정운 스님이 두 번째 도예전을 연다. 정운 스님은 4월 6일부터 11일까지 서울 경인미술관 제6전시관에서 ‘이야기가 있는 도예전 Ⅱ’를 개최한다.

“일상 속에서 영감을 얻어내는 것도 수행의 일부분이라 그때그때 생각들을 응집하여 손끝으로 옮겨보았습니다.”

충남 보령에서 30년 가까이 청소년 교화와 포교에 헌신해 온 정운 스님은 7년 만에 여는 이번 전시에서 ‘겸허한 미소’, ‘절에 가는 길’ 등 현대적 감각을 살린 작품 80여 점을 선보인다.

“2015년 첫 전시 이후 7년 만에 두 번째 전시를 마련했다. 수행나이, 세속의 나이도 칠순의 언저리에 발을 올려놓고 있는 이즈음 나의 속살을 대중들에게 드러내 놓은 일, 이 또한 부끄러운 일이지만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시간과 시간들 속에 미련의 거점은 만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 세상과 소통을 한다.”

정운 스님이 처음 흙은 만난 것은 27년 전이다. 스님의 ‘흙’은 스님이 평생 헌신해온 ‘청소년’에서 비롯됐다. 스님은 새로운 시대를 살아갈 청소년들에게 ‘좋은 것’, 즉 좋은 ‘문화’를 만나게 해 주고 싶었다. 그런 스님의 마음속에 떠오른 것은 ‘흙’이었다. 자연과 점점 멀어지고 있는 아이들을 위한 것,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이 ‘흙’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정운 스님의 ‘흙’은 스님의 또 하나의 ‘평생’이 되었다. 경전이고 염불이고 계율이 되었다. 정운 스님의 수행이 되었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 스님의 머리에 잘못 올라 탄 코로나 백신 균들은 / 머리카락이 없어 바로 균이 결착하지 못하고 / 미끄러져 떨어져서 죽기도 하는데 / 그 원인은 스님들이 신는 흰고무신 때문이라 한다. // 코로나균이 스님의 머리에서 미끄러져 떨어지면 / 스님이 신고 있는 ‘흰고무신’에 부딪히게 되는데 / 이때 대개는 뇌진탕으로 죽거나 일부는 발냄새에 의해 / 시한부로 박멸된다는 것인데 이것이 아이러니하게도 / 흰고무신(백신)인 것으로 밝혀졌다. // 2년여 간 코로나 때문에 모두가 힘든 시기에 / 이런 이야기가 위로가 된다면 하는 생각에 / 즐겨 신는 흰고무신을 부각시켜본다.” 작품 ‘백신(가로25cm×세로25cm)’에 붙은 글이다.

작품 ‘백신’은 말 그대로 하얀 고무신을 작품화했다. 스님의 도예는 그런 것이다. 무엇을 만들겠다는 것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그날그날, 그때그때 자신을 스쳐가는 일상에서 받은 느낌, 질문, 회상 등의 ‘이야기’를 흙으로 빚는다. 흙으로 빚는 일기장 같은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은 전시장에서 대중의 것이 된다. 작품을 바라보는 대중은 그 작품의 처음으로 돌아가 작품이 시작된 이야기를 만나고 그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스님이 흙을 빚는 이유다.

스님의 도예는 고려의 청자를 따른 것도 아니고 조선의 백자를 따른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소위 ‘족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스님은 청소년들에게 좋은 것을 전해주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제대로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스님은 혜전대학 도예과, 군산대학교 산업도예과 석ㆍ박사를 마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님의 도예가 오래된 물줄기를 따르지 않고 나름의 물줄기를 만든 것은 그 시작과 동기가 보통의 도예와 다르기 때문이다. 스님의 도예는 해야 할 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스님은 2005년부터 스님의 공방을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개방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직접 도예 체험을 할 수 있다. 스님에 따르면 아이들이 흙을 만지는 순간만큼은 흙 속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스님은 그 흙과 함께한 시간이 훗날 아이들의 삶을 아름답게 빚어주길 바라는 것이다.

“그림을 배운 적은 없다. 하지만 매일매일 하얀 도판 위에 일기를 써내려가는 마음을 손끝으로 담아보았다. 이번 작품들은 손끝 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스케치하고 성형하고 그림을 얹었다. 다소 어설프고 세련되지 못해도 노 비구니의 수행 여정으로 살펴주었으면 좋겠다. 뒤돌아보니 일상 모두가 나의 수행이 아니었던 것이 없었던 것 같다.”

스님의 작품에는 스님이 직접 그린 그림들이 함께한다. 민들레 홀씨가 날아가고, 나비가 꽃을 찾고, 각양각색의 연꽃이 피어난다. 그 어느 계보도 따르지 않은 정운의 그림이다. 아니 새로운 계보의 그림이다. 부처님의 말씀이 스며있는 그림이라고 하고 싶다.

스님이 주석하고 있는 충남 보령 세원사는 담도 없고 일주문도 없다. 스님이 1989년 시골 동네 한가운데 마련한 세원사, 창문을 열면 논과 밭이 보이고 지나가는 기차가 보인다. 그런 풍경 속에서 맞이하는 하루하루의 이야기들이 정운 스님의 도예이고 그림이다. 그리고 일기장이고 작은 경전이다.

“뭔가 집중하고 싶은 맛이 내 안에서 꿈틀거릴 때 나는 작업실을 향한다. 그때그때 생각들이 응집되어 손끝으로 뿜어 나오는 에너지가 또 다른 이름이 되어 내게로 다가올 때 놓칠 수 없는 또 하나의 수행도구임을 확인한다.”

정운 스님은 1975년 석남사로 출가했다. 운문사 강원, 내원사 선원, 중앙승가대학을 거쳐 혜전대학 도예과, 군산대학교 산업도예과, 한서대학교 아동청소년학과 석ㆍ박사를 졸업했다. 사회복지박사로서 한서대학 겸임교수 및 보령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 세원아청문화육성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세원사 주지로 있으면서 5권의 시집과 5권의 산문집을 낸 시인이기도 하다. 27년째 농어촌 청소년 대상으로 청소년 복지, 상담, 문화, 선도를 이끌어가는 청소년 지도사이다. 보령시청소년교화연합회 회장, 청소년문화의집 관장,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장, 조계종 17대 종회의원, 전국비구니회 부회장 및 회칙개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도예부분에서는 37회 전남 무등미술대전에서 특선했다. 2015년 수덕사 선미술관에서 이야기가 있는 첫 도예 전시회를 열었다. 전시문의 경인미술관(02-733-4448)

정운 스님 作, 노 비구니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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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 스님 作, 깊은 인내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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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 스님
정운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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