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프리야 란가나탄 주한인도대사

“한국에서 방문한 사찰 중 가장 인상 깊은 곳이 어디냐”는 질문에 란가나탄 대사는 제주 약천사와 평창 월정사를 꼽았다. 그는 “대자연 속 사찰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진=박재완 기자
“한국에서 방문한 사찰 중 가장 인상 깊은 곳이 어디냐”는 질문에 란가나탄 대사는 제주 약천사와 평창 월정사를 꼽았다. 그는 “대자연 속 사찰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진=박재완 기자

지난해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조계종 제15교구본사 통도사에 인도 불상이 봉안됐다. 인도 정부 차원에서 조성한 불상이 한국에 온 것은 처음이라 눈길을 끌었다.

인도 불상 봉안은 2020년 10월, 스리프리야 란가나탄 주한인도대사가 통도사를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란가나탄 대사는 통도사 주지 현문 스님으로부터 통도사 창건설화와 영축산에 대한 이야기를 접했고 이어 불상 기증 의사를 밝혔다. 불상은 다음 해 4월 15일 항공기를 통해 한국에 도착했고 4월 30일 주한 인도대사관에서 기증 및 이운(移運) 행사를 했다. 란가나탄 대사는 5월 16일 통도사에서 봉행된 봉불식에 참석, 인도와 양산의 다양한 문화교류 협력에 기대를 표하기도 했다. 

한국과 인도 수교 50주년을 앞두고 주한인도대사관은 양국의 교류를 더욱 돈독히 하는 다양한 행사가 준비 중이다. 때문에 란가나탄 대사의 역할이 매우 크다.

현대불교신문에서 신년호 특별 인터뷰를 위해 찾은 2021년 12월 24일, 이날 대사실 한쪽에는 합천 해인사 동종 모형이 놓여 있었다. 그는 “합천 해인사에 아직 가보지 못했는데, 팔만대장경을 꼭 한번 친견하고 싶다”는 바램을 전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란가나탄 대사는 “한국과 인도 관계에서 불교가 상징하는 바가 크다”며 불교를 통한 다양한 문화 교류를 강조했다.

Q 주한인도대사로 한국에 온 지 3년입니다. 그동안 한국 생활은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나라에서 일할 수 있어서 굉장히 만족스럽고 즐겁습니다. 인도와 한국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양국 모두 근면 성실함, 웃어른과 스승에 대한 공경, 손님을 대접하는 문화 등 여러 측면에서 그렇습니다. 전통 놀이를 비롯해서 다수의 축제, 음식에 공통점이 많고 특히 타밀어 같은 경우에는 한국어와 비슷한 단어가 500개가 넘습니다. 두 국가 모두 법치주의,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활발한 시장 경제를 기반으로 한 민주주의 국가라는 점도 공통점입니다. 

한국 인도 수교 50주년 기념하며 
조계종과 불교 퀴즈대회 등 개최
우정·동반자 확고히하는 계기돼

2022년 정기 항공편 운항 재개되면
성지순례자 위한 지속적 지원 계획
부다가야 분황사 건립 기대감 높아

Q 올해 1월, 조계종과 함께 불교와 인도 문화를 주제로 영어 실력을 겨루는 퀴즈대회가 열린다고 해서 화제입니다.

한국-인도 관계에서 불교가 상징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불교로 맺어진 양국의 인연을 기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부처님의 생애 및 그와 관련한 성지를 주제로 조계종과 추진 중인 ‘불교영어 퀴즈 대회’도 그 일환입니다. 2차에 걸쳐 최종 우승자 3인을 선출할 방침인데 이들은 인도 관광부가 지원하는 인도 순례지 팸투어를 5일간 무료로 즐길 수 있습니다. 인도는 2022년 여행 및 정기 항공편 운항을 재개할 예정입니다. 퀴즈 대회에 한국인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Q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에서 인도 부다가야에 한국사찰을 짓고 있습니다. 2022년 2월 경, 대웅전이 완공될 예정인데 인도 내 한국불교에 대한 이미지는 어떠한 가요?

인도 불교 성지에 한국 불교도들을 위한 공간이 조성될 수 있어서 매우 기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인도와 한국 교류의 시작이 불교였다는 점입니다. 

영축총림 통도사 주지 현문 스님으로부터 인도에서 부처님을 만났던 스님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작은 인도를 만들고 싶어 했고, 이후 부처님께서 묘법연화경을 설파한 라자그리하의 그리드라쿠타 산을 닮은 영축산 자락에 아름다운 통도사를 세우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불교는 오랜 시간이 지나며 한국 사회에 깊이 뿌리내렸고 문화와 사고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전통적 불교 사상과 관념을 받아들이고 이를 변형시킴으로써 지금의 한국 불교가 탄생하게 됐다는 점은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흥미롭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5월16일 통도사에서 진행된 봉불식에서 주지 현문 스님과 함께.

Q 인도는 한국불자들에게 성지순례에 대한 ‘로망’이 있는 곳입니다. 인도 정부 차원의 관심과 불교 관광지 개발 지원 여부는 어떠합니까?

인도 정부는 인도 내 무수한 유적지를 보존하기 위해 총체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특히 부처님이 거쳐간 장소를 불교 순례자를 위한 성지로 조성하기 위해 시설을 구축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2021년 10월, 부처님이 열반하신 쿠시나가르에 국제공항 개항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국제공항이 개항되면 불자들이 더욱 편리하게 쿠시나가르를 방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비하르 주 가야에 있는 국제공항은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으신 부다가야의 마하보디 사원 등 여러 순례지를 방문할 때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사관은 한국 불자들이 인도를 방문해 순례지의 정취를 느끼실 수 있도록 다수의 한국 여행사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대사관은 신속한 비자 발급을 포함해 순례자들이 더욱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조계종이 부다가야에 건립하고 있는 분황사가 완공되면 더 많은 한국불자들이 성지 순례를 위해 인도를 찾아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인도정부가 통도사에 기증한 불상. 무게가 225kg에 달한다.

Q 힌두교 신자가 80%인 인도에서 현재 불교가 차지하는 위치는 어느 정도인가요?

인도는 국교가 없으며 모든 종교를 존중하는 국가입니다. 오늘날 불교는 인도 내에서 다른 종교와 조화롭게 공생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불교가 다시 부흥하고 있습니다. 종교로서 불교를 믿는 인구는 적지만 거의 모든 인도인의 사상이나 삶의 방식에서 널리 행해집니다. 

인도에는 이론적인 가르침을 넘어서 일상생활에서 불교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에 초점을 맞춘 고등 교육 기관과 종단이 다수 존재합니다. 부처님 가르침 중 핵심인 삼귀의 ‘붓담 샤라남 가차미. 다르맘 샤라남 가차미. 상감 샤라남 가차미(거룩한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거룩한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거룩한 승가에 귀의합니다)’는 인도의 모든 초등학생들도 배우고 있습니다.

Q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인도 요가를 알리고, 또 문화원에서 온라인 클래스를 통해 인도문화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인도 문화를 알리는 데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주한 인도문화원은 한국 국민들에게 다채로운 인도 문화를 소개하려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2011년 개원 이후 요가, 인도 전통, 현대무용, 인도 전통 악기인 타블라와 하모니움, 힌디어와 산스크리트어와 같은 언어 수업을 개설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여러 제약이 많은 상황인지라 주한 인도문화원은 인도를 사랑하는 한국 국민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온라인 행사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인도 독립 75주년을 맞아 인도의 풍부한 문화적 다양성, 민주주의 체제의 발달, 개발 성과를 주제로 여러 행사를 준비할 예정입니다.

란가나탄 대사 직무실에 놓인 해인사 동종과 허왕후 우표세트.

Q 문재인 정부의 역점 사업 중 하나인 ‘가야사 복원’이 이뤄지면서 허황후도 새롭게 조명되고 있습니다. 허황후의 존재는 ‘해양 루트 불교 전래’의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허황후와 관련해 한국불교와 연계한 기념사업들을 계획하시는 게 있으신지요?

양국 국민의 깊은 유대감과 동질감은 인도 아요디아의 허황옥 공주가 16세 나이에 한국으로 와 김수로왕과 혼인했다는 일화에서 시작됐다고 봅니다. 현재에도 허왕후 후손들이 허왕후의 고향 인도 아요디아를 정기적으로 방문할 정도로 한국과 인도의 정서적 유대가 강합니다.

허왕후가 한국으로 왔을 때 함께 온 허왕후의 오빠 ‘장유화상’은 한국에 불교를 전파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이 분야 전문가는 아니지만 많은 전문가와 스님들의 말에 따르면 한국 불교는 부처님의 땅 인도에서 해상 루트를 통해 직접적으로 전파됐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를 사실로 입증하는 것은 사학자들의 몫입니다.  

양국은 2015년 모디 총리가 방한했을 때 논의됐던 허왕후 기념 공원을 설립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습니다. 영부인 김정숙 여사께서 2018년 11월 인도를 방문했을 때 허왕후 기념 공원 기공식에 함께했으며 공원은 올해 개장할 예정입니다. 양국은 이러한 역사적 인연을 기리기 위해 2019년 허왕후 우표 세트 두 종을 발행한 바 있습니다.

Q 인도와 한국 수교 50주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업이 진행되고 있고 또 앞으로 특별히 구상한 계획이 있는지요?

수교 50주년을 기념하며 양국 간 다양한 교류를 위한 다양한 행사를 기획 중입니다. 특히 올해는 인도 독립 75주년도 겹쳐 굉장히 뜻 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양국의 주요인사 교류, 기업 회담, 문화전시 및 워크숍, 학술 콘퍼런스, 청년 및 학생 교류 확대를 통해 인도와 한국의 우정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확고히 할 수 있길 바랍니다. 조계종과 함께하는 불교영어 퀴즈대회와 마찬가지로 양국 청년들이 서로에 대해 더욱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퀴즈와 에세이 대회도 개최할 계획입니다. 

그 외에도 인도와 관련 주제로 에세이, 영상·영화 글쓰기 대회, 영화 및 다큐멘터리 상영, 인도 교민들과의 소통, 인도 음식 축제, 마라톤 대회 등도 개최할 예정입니다. 특히 5월 경에는 불교 학자들과 함께 하는 세미나를 추진 중입니다. 한국 불교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합니다. 

임은호 기자 imeunho@hyunbul.com

 스리프리야 란가나탄 주한인도대사는 
1970년 인도 뉴델리에서 출생했다. 인도 델리대 역사학 학사·석사를 거쳐 1994년 외무부에 첫 발을 디뎠다. 
2005~2008년 주홍콩 인도영사관 1등서기관·참사, 2008~2012년 주미얀마 인도대사관 정무 참사, 2013~2014년 인도 외무부 남아시아 지역협력연합 국장, 2014~2018년 7월 인도 외무부 방글라데시·미얀마 국장을 거쳐 2018년 8월부터 주한인도대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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