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하는 제 4대 군종특별교구장 선묵 혜자 스님

전국 군법당 ‘평화의불’ 봉안
군장병 불심 고취에 큰 공헌
코로나로 못다한사업 아쉬움
호국 홍제사 불사 관심 당부

〈법구경〉가르침은 나의소명
마음 공부 지혜 대중에 전해
코로나 속 기도 신행 새문화
​​​​​​​새 원력 세우며 교구장 회향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주변의 말에 끄달리거나 동요되지 않고 무소의 뿔처럼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간다면 결국에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주변의 말에 끄달리거나 동요되지 않고 무소의 뿔처럼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간다면 결국에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주변의 말에 끄달리거나 동요되지 않고 무소의 뿔처럼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간다면 결국에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오는 7월 24일 제4대 조계종 군종특별교구장 소임을 내려놓는 선묵 혜자 스님은 담담한 어조로 지난 4년간의 소회를 전했다.

“참 세월이 유수같다는 말이 실감이 납니다. 제4대 군종특별교구장으로 역대 교구장스님들이 일구어 놓은 많은 일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포교 형태를 만들고 군불교의 위상을 세우기 위해 열심히 하다 보니 어느덧 임기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어떤 일이든 마지막에는 좀 더 열심히 할 것을, 좀 더 많은 일을 할 것을, 좀 더 자비롭게 할 것을 하는 아쉬움이 있는 법이죠.”

제4대 조계종 군종특별교구장으로 취임했던 2017년 7월, 선묵 혜자 스님은 여러 가지 군불교 중흥을 위한 사업을 추진했다. 특히 전국 군법당 평화의불 봉안과 신행문화 활성화를 기치로 건 것은 역대 군종특별교구장들이 내건 법당 불사, 시스템 정비와는 다른 근본적인 군불교 활성화 방안이었다.

조계종 군종특별교구에 따르면 한 해 동안 군법당을 찾는 장병들은 연인원 200만 명이 넘는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단순히 법회 참여에만 그쳤던 것이 사실이었다. 정기법회 뿐만 아니라, 법당에서 이들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선묵 혜자 스님에게는 ‘평화의 불’ 군법당 봉안은 하나의 화두가 됐다.

“부처님 탄생성지인 네팔 룸비니 동산에서 이운해 온 ‘평화의 불’을 108군법당에 봉안하고 남북의 평화와 나라의 안녕, 군장병들의 마음의 평화와 무사고 안전을 기원하고자 했습니다. 군장병 개개인이 평화의 초에 자신의 소원을 담아 불을 밝히도록 했고 단주 만들기를 통해 불교에 더욱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탈종교화 시대, 군 내에서도 비종교인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장병들이 직접 법당에 있는 개인 ‘평화의 초’에 불을 붙이고, 신앙을 영위하도록 한 것은 청년포교이자 군포교에서 하나의 돌파구였다. ‘평화의 불’ 봉안은 군부대에서의 불교의 위상을 새롭게 하기도 했고 군 지휘관이 동참하여 법사들의 위상이 향상 되었으며 군장병들도 불교에 대해 쉽게 다가가는 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군내 총기난사와 같은 사건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한 것도 스님이 ‘평화의 불’ 봉안을 마음먹게 된 계기다.

“결국 마음의 평화가 중요합니다. 군불자들이 화합하고 소통하며 화쟁사상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했습니다. 앞으로도 모든 장병들이 평화의 마음으로 대하여 사고 없이 무탈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앞장섰으면 합니다.”

2018년 군승파송 50주년을 맞아 군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야전가사를 제정하고 〈군승 50년사〉를 봉정하기도 했다.

특히 야전가사는 전투복 위에 착용 가능한 가사로 현역 군승들을 중심으로 심혈을 기울였다. 이는 군종특별교구가 2005년 출범 이후 군 실정에 맞게 법회와 수계의식을 정비하고 불상, 목탁, 요령 등을 간소화한 야전의식 정립의 일환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선묵 혜자 스님은 결국 현장에서의 군승들과 군불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파악하여 미리 대응 하는 것에 군불교의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흔히들 한국 불교의 미래는 군불교에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현실에 와서는 구두선에 그치고 맙니다. 향후 군불교는 100년을 내다보고 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 군법당이 군장병들에게 마음의 쉼터가 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야 하겠고요. 그리고 SNS를 통한 포교 방법 모색, 군법당과 본사급 사찰간의 유대를 통한 템플스테이 실시, 핸드폰 시대이니 만큼 이에 대비한 젊은 포교 등 다각적인 포교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큰 포부를 안고 시작했지만 선묵 혜자 스님의 제4대 군종특별교구장으로서의 임기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불자양성에 진력하던 2019년 말 터진 코로나19였다. 무엇보다 확진자 방지에 민감했던 군은 각종 행사 등을 취소하고, 엄격한 통제에 들어갔다. 이로 인하여 현장에서 군불자들을 만나며 이뤄져 온 군포교 또한 많은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평화의불 108군법당 봉안 계획도 60여 곳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당장 진행하던 수계법회 또한 군의 요청으로 중단됐다.

한창 현장을 순회하던 조계종 군종특별교구 입장에서는 마른하늘의 날벼락 수준이었다. 선묵 혜자 스님도 “코로나로 마무리하지 못하고 중간에 중단해야 했던 사업들과 좀 더 장병들과 소통을 통해 군포교를 활성화시켰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잠자코 있을 수만은 없었다. 무엇보다 군포교 역사상 가장 중요한 불사 중 하나로 꼽히는 계룡대 호국 홍제사 불사의 과업 등이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조계종 백만원력 결집불사 가운데 하나인 계룡대 영외법당 신축불사는 군종특별교구에서는 핵심사업 중 하나다. 계룡대는 육해공군 3군 사령부가 함께 있는 국군의 심장부로, 각 종교 교당도 영내에 자리하고 있었다. 불교도 계룡대 내 호국사가 있었지만 국군 사령부가 있는 계룡대인 관계로 출입이 까다로워 군불자들이 신행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장병들을 비롯한 불자들이 편하게 찾고, 법회 외의 다른 다양한 불교문화를 향유하기에는 새로운 불사가 필요했다. 계룡대의 장병과 장성포교를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불사였기에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발 벗고 뛸 수밖에 없었다.

이웃종교계는 이미 영외에 교육관을 명분으로 불사를 진행해 운영 중인 상황에서 더 늦기 전에 불사가 필요했다. 2019년 3월,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계룡대 호국사를 방문해 상황을 보고 받고 백만원력 결집불사에 포함시키면서 불사는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2019년 11월 불사 계획 공개 후 2020년 11월 24일 기공식이 진행됐으며, 2021년 6월 9일 불사성만 기원재가 봉행됐다.

홍제사 법당은 대지면적 2만8868㎡(8733평), 연면적 3483㎡(1054평) 규모로 지상3층 1개동으로 지어지며 건물 내에는 대법당과 소법당, 회의실, 다목적실과 식당, 카페 등이 들어선다. 현재도 불사 중인 홍제사 법당 예산은 총 62억여 원으로 불자들의 불사 동참이 필요한 상황이다.

스님은 “육해공군 삼군 본부 영외법당인 호국 홍제사 불사에 첫 삽을 떠 공사가 여법하게 진행되고 있음도 보람이라면 보람”이라고 전했다.

종단 안팎의 주요 소임을 잠시 내려놓는 스님은 항상 마음을 닦고,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바로 행복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항상 웃는 얼굴로 만나는 이들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스님만의 비결이다.

스님은 〈법구경〉의 구절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는 지혜를 전했다.

“‘활을 만드는 사람은 활촉을 단속하고, 뱃사공은 선박을 단속한다. 목수는 목재를 단속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행동을 신중하게 하여 비방과 칭찬에 동요하지 않는다. 마치 큰 바위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듯 지혜 있는 사람은 그 마음이 깨끗하고 텅 빔이 마치 깊은 못이 맑고 환한 것과 같다’는 〈법구경〉 말씀이 있습니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한다면 결국 그것이 마음을 편안케 하는 지름길입니다.”

108산사순례회라는 불교계에서 혁신적인 신행문화를 제창해 끌고 온 선묵 혜자 스님이기에 그 기대는 더욱 컸다. 아쉬움을 뒤로 스님은 이제 주석처인 도안사로 돌아가 새로운 신행문화 창달에 힘쓸 계획이다.

스님은 “코로나 19로 인해 순례문화가 한계에 봉착한 것 같다”며 새로운 문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스님은 “현재 제가 주석하고 있는 수락산 도안사에서 광명진언 1080독 기도와 사경을 봉행하고 있다. 수행자가 기도와 포교를 등한시해서야 되겠는가?”라며 “포교에 대한 생각은 입적하는 그날까지 해야 할 것이고 기도 또한 그렇게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코로나19가 종식되는 그날을 기대하며 스님은 불자들과 국민들에게 힘을 내자고 당부했다.

“불교는 인연을 강조하는 종교입니다. 코로나 19도 악연이라면 악연이죠. 우리 불자들은 이 악연을 선연으로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어려울 때 사람의 마음을 잘 살피고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보살피는 일은 계속하여야 합니다. 현재의 이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가져야 할 첫 번째 덕목은 남을 배려하는 것입니다. 불자들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양극화와 이념간, 지역간, 계층간, 세대별 갈등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어려움이 닥치면 사람들은 긴장하고 움츠러들며 자신만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게 되고 남을 원망하기 쉽습니다. 우리 불자들은 남을 원망하기보다 공업중생임을 인지하고 이를 극하고자 하는 지혜를 배워야 할 것입니다. 이웃과 인정을 나누는 넉넉한 마음을 갖고 모두가 나의 일이라고 생각하며 나선다면 해결의 길이 보일 것입니다.”

한편, 조계종 군종특별교구는 제4대 교구장 선묵 혜자 스님과 제5대 교구장 선일 스님의 이취임법회가 코로나 확산으로 인하여 취소됐으며, 7월 22일 조계종 총무원 4층 접견실에서 5대 교구장 임명장 수여 및 4대 교구장 공로패 수여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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