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환경운동 주도…도약 위한 변화 ‘요구’

불교환경연대가 6월 11일 지난 20년 성과를 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불교환경연대가 6월 11일 지난 20년 성과를 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6월 11일 원탁 토론회서
관계자 격려·축하 전해
인물중심 활동은 아쉬워
확장성·후학 양성 과제


불교환경연대가 출범 20주년을 맞았다. 부처님 가르침을 토대로 자연 파괴를 저지하고 뭇생명과 함께하기 위한 실천행에 앞장서 온 만큼, 수많은 성과가 축적됐다. 불교환경연대가 지난 20년간의 활동을 되짚고 앞으로 20년을 준비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6월 11일 원탁토론회 ‘돌아보고 내다본다’에서는 이병인 조계종환경위원회 부위원장, 명호 생태지평 부소장, 민정희 기후위기비상행동 운영위원장, 맹주형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연대팀장 등 불교환경연대와 함께해 온 이들의 축하와 제언이 이어졌다. 이를 토대로 불교환경연대의 지난 성과를 진단하고 도약을 위한 과제를 분석한다. <편집자주>

불교환경연대는 2001년 9월 6일 초대상임대표이자 환경운동의 상징 수경 스님을 주축으로 출범했다. 정부의 지리산댐 건설계획에 대응하기 위해 2000년 6월 창립한 ‘지리산살리기·댐백지화 추진 범불교연대’가 사실상의 전신이다.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이 발제한 ‘한국불교의 환경·생명운동의 역사와 미래’에 따르면 수경 스님이 중심이 된 ‘새만금을 살리기 위한 삼보일배’는 환경운동의 새로운 장을 열었고, 내원사 산감이었던 지율 스님이 ‘천성산살리기운동’을 전개하면서 도룡뇽 소송의 중심적인 역할로 자리매김했다. 2007년 이명박 정부의 한반도대운하 공약을 저지하는 오체투지, 4대강 개발 저지 등 각종 이슈를 선제적으로 이끌면서 불교환경연대는 우리나라 환경운동의 구심점이 됐다는 평가다.

유 위원장의 분석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2000년대 환경운동은 불교환경연대를 빼고 논할 수 없을 정도로, 전국의 다양한 이슈에서 두각을 드러냈으며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당시 수경 스님과 도법 스님은 환경과 생명을 대변하는 상징이었으며, 환경 분야에서 불교계 위상은 대체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정성운 前 불교환경연대 사무처장은 ‘불교환경연대 20년 돌아보기’ 발제에서 불교환경연대 출범 당시 불교계는 각종 개발로 수행환경 침해에 직면했던 상황이었음을 짚었다. 사찰 피해에 대한 대응을 명분 삼아, 자연환경과 그 속에 깃든 생명을 보호하는 데 그 본질과 목적을 둔 셈이다. 불교환경연대가 창립법회에서 “불교환경연대의 출범은 곧 참회와 환경보살의 서원”이라고 선언한데 이어, 사업계획으로 사찰 주변의 생태문화 조사, 불교환경론의 정립, 불교환경 교육, 환경파괴 행위에 대한 대응을 제시한 것도 이를 대변한다.

불교환경연대와 함께해 온 모든 이들이 그간의 성과에 동의하면서도 아쉬움을 드러낸 대목은 과거의 활동이 수경 스님 등 상징적 인물에 의존했다는 뼈아쁜 성찰에 있었다. 정성운 前 사무처장은 이를 ‘준비하지 못한 수경 스님 이후’라고 표현했다. 그는 “불교환경연대에 비춘 빛은 수경 스님이라는 훌륭한 수행자이자 헌신적인 활동가의 몫이 가장 컸다”며 “수경 스님의 빈자리가 너무 컸기에 그 공백을 감당하기 쉽지 않았다. 불교환경연대는 스님의 사퇴 이후 급격히 침체됐다”고 지적했다.

이병인 부산대 바이오환경에너지학과 교수(조계종 환경위원회 부위원장)도 “지난 20년의 불교환경활동은 한두 사람의 인물중심으로 이뤄지다보니 인물·단체의 활동으로 제한돼 불교 전체의 사부대중과 함께하는 대중적 활동으로 크게 진전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수경 스님 사퇴 이후 5년을 표류하던 불교환경연대는 2015년 7월 법일 스님을 새 상임대표로 선출하는 등 재활성화에 나섰고, 대표단과 운영위원회, 사무처 체제에서 안정세를 찾았다는 평가다.

그러나 여전히 과제는 산적해 있다. 관계자들은 확장성과 세대교체, 대안적 실천 모색 등에 무게를 뒀다.

이병인 교수는 “앞으로 활동들은 불교가 가진 장점들을 살리는 방향으로 특화시켜나가는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며 “불교생태이론과 담론들을 공염불이 아니라 일반 불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지침과 활동으로 단순화하고 연대활동 등을 통해 불교계 전체로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호 인드라망생협 부이사장은 “명망있는 스님들의 활동이 사부대중의 참여에 의해 조직적으로 뒷받침되지 못하는 운동은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며 “사부대중과 함께하기 위한 지속적인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활동을 계승하고 지속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의 필요성도 거듭 제기됐다.

민정희 기후위기비상행동 운영위원장은 “대중화를 위한 토대 및 추진 주체가 돼야 할 스님과 종무원, 활동가, 포교사, 강사·퍼실리데이터 등을 육성 및 운영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잠재적 활동 주체에 대한 교육체계 구축이 우선돼야 하며 나아가 이를 종법으로 제도화하고 주지연수 및 승가대·종립대학의 커리큘럼에 반영하는 시스템적인 접근도 고려할 만 하다”고 제언했다.

박재현 신대승네크워크소장은 “2001년 당시의 문제해결의 의식과 활동방식으로는 2021년 도래한 지구위기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며 “새로운 의식과 새로운 세계관을 바탕으로 사회적 의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불교내부를 변화시키고 우리사회에 새로운 생태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이를 위해 그에 걸맞는 조직과 인적·물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법만 스님은 “불교환경연대는 지리산 댐건설을 저지한 성과를 시작으로 북한산 관통도로 건설 저지, 새만금·4대강 반대, 빈그릇운동과 숲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지만 존재로서 우리 사회의 자연환경이 더 보존됐고 생명존중 문화가 높아졌는지를 돌아보면 부끄러울 따름”이라며 “지난 20년을 겸손히 돌아보고 다시 20년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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