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가치, 대국민 기후대안으로 확대

조계종 담화문으로 본 기후대안
이례적으로 구체적 전략 담아내
“사찰 차원서 실천 이끌어낼 것”
불교적 삶의 방식 대사회적으로


지난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발표한 담화문은 기후위기 시대 불교의 대사회적 역할과 실천방향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전환·지족·순환·참여 4가지 전략 기조를 토대로 ‘기후위기 극복 탄소 중립을 위한 조계종 생명전환 불교행동’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를 통해 불교계가 불교적 가르침을 기반으로,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삶과 사회적 전환을 이끌 의지를 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가장 주목할 만한 대목은 ‘조계종 생명전환 불교행동’의 일환에서 국민들에게 전하는 구체적인 의제를 던졌다는 점이다. 전환, 지족, 순환, 참여 네 가지 전략기조는 향후 10년간 종교계와 국민들이 함께 실천할 수 있는 방안으로, 향후 구체적인 실천 계획으로 현실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전환’은 탄소제로 에너지로의 전환, 그리고 생명살림 사회로의 전환, 음식문화 생활의 전환으로 꼽힌다. 이는 석탄 기반 에너지 사용을 자제하고 신재생 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이다. 에너지 절약은 물론, 유휴지 나무 심기, 차 없는 사찰 운동, 산감제도의 부활, 태양광 시설 등이 사찰들의 입장에서는 가능한 실천적인 방안도 점진적으로 제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인권을 넘어 자연권·생명권 옹호를 통한 생명살림 인식 확대도 과제로 제시됐다.

음식문화의 전환은 불교적 식습관의 사회화 운동 형태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바로 육식 자제, 채식으로의 전환이다. 발우공양 문화에 토대를 둔 빈그릇 운동과 소식 운동도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불교계가 이끌어 갈 수 있는 실천방안 중 하나다.
불교적인 식습관인 채식과 발우공양을 우리의 삶을 전환시키는 대국민 실천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지족’은 이미 불교의 미덕으로 알려져 있는 생활방식이다. 청빈한 소비와 무소유, 나눔, 함께 협동하는 나눔공동체 등이 대표적이며, 조계종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감사와 고마움을 기후위기 시대의 희망으로 보고 자연과 생명의 은혜를 되갚는 ‘은혜 되갚기 운동’도 제안했다.

‘순환’은 비닐, 플라스틱 등 썩지 않는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용품 사용을 확대하는 ‘썩히기, 거름되기 운동’이다. 조계종은 이를 위해 쓰레기 제로 사회를 목표로 삼을 것을 제시하고 안 쓸 물건 거절하기, 재활용과 재사용, 오래쓰기 등을 권유했다. 

마지막 전략기조인 ‘참여’에는 전국 사찰과 불자들을 시작으로 대사회 전환의 계기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확고하게 드러나 있다. 전국 교구본사 환경실천 단위를 구성해 지역별 환경 사안에 대응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물론, 교구 본말사 법회에서 스님들이 환경을 주제로 법문하거나 스님과 신도들을 대상으로 환경교육을 실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특히 매년 1회 기후변화와 환경을 주제로 포럼을 열거나 사찰과 함께하는 실천캠페인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계종이 이번 담화문에서 각 의제에 대한 실천안을 추가로 제시한 것은, 일반적인 선언을 넘어서 보다 대사회적이고 대국민적인 차원의 실천적인 계획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종단 차원에서 사찰과 불자, 국민들의 실천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구체적인 핵심 과제는 다소 모호하다는 점에서 후속 계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조계종은 “향후 불교계와 이웃 종교계,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대하는 가운데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실질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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