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을 만난 붓다

부처님일생에 어울리는 클래식곡 소개
‘읽는 붓다’서 ‘듣는 붓다’ 위한 안내서
​​​​​​​인류보석과 같은 두 진리 함께 만나다

김준희 지음/올리브그린 펴냄/1만 5천원
김준희 지음/올리브그린 펴냄/1만 5천원

불자인 김준희 피아니스트가 부처님 일대기를 서양 클래식 음악으로 설명한 책을 펴냈다. 제목은 〈클래식을 만난 붓다〉이다. 서양 고전 음악의 선율서 찾은 불교라는 부제도 붙었다.

클래식과 붓다? 얼핏 들으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다. 저자는 책 서두에서 이 궁금증을 이렇게 해석한다. “음악이라는 언어는 음에 의해서 우리들의 마음에 상념, 혹은 지성에 어떤 심상을 일깨워 준다는 프랑스 사실주의 작가 발자크의 말처럼 한계가 없죠”라며 “즉 음악으로 표현하고 설명할 수 있는 것들이 무한하다는 의미입니다. 종교는 현실적으로 혹은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나 긴장을 해소하는 기능이 있고,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소망을 넘어서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특정한 형태가 없는 음(音)으로 구성된 음악도 논리를 넘어서 직접적인 감동을 줍니다.”라고.

붓다의 가르침은 모든 예술로 해석되고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그래서 저자는 붓다의 가르침이나 예술이나 특수하면서도 보편적인 진리와 아름다움을 각각 나타내기에 서로 상통하는 점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모든 예술 중 가장 직접적 울림을 주며, 인류의 보편적 감성을 공유하는 클래식 음악을 통해 붓다의 생애와 가르침을 해석한 가장 큰 이유다. 클래식 음악 작품과 작곡가들의 에피소드와 함께 붓다 삶의 큰 부분들을 함께 풀어보며 그 접점을 찾았다.

서양 음악인 클래식에는 그들의 세계관과 사상이 담겨 있다. 클래식 음악의 그 원류와 역사를 살펴보면 개신교나 천주교인 이웃 종교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된다. 작곡자들도 교회서 음악 활동을 했고, 주로 그 곳에서 연주된 곡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군다나 클래식 음악과 붓다의 생애를 함께 이야기 한다는 것이 매우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역발상에 착안했다. 우리나라 음악과 불교는 생각보다 그 연결 고리가 강하지 않지만, 오랜 시간 불교와 그 역사를 함께 해오면서 우리의 전통 음악이 불교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불교와 한국 전통음악이 잘 어울린다고 대부분 생각하게 된다. 저자는 서양 음악도 충분히 붓다의 생애와 가르침을 통해 이야기할 수 있을 거라는 데 천착한다. 마치 서양의 작가인 헤르만 헤세의 글들 속에서 불교적 가르침을 찾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책 구성을 살펴보면 부처님 탄생과 사문유관, 출가, 고행, 깨달음, 입멸 등 부처님 일대기를 23가지의 소제목으로 나누었다. 여기에 저자가 각 주제에 어울린다고 생각한 서양 클래식 작곡가들의 곡을 대비시켜 소개했다. 가령 출가 당시 모습을 지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이라는 애칭을 가진 〈샤콘느〉에 빗대었다. 저자는 책 속에서 “어느날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출가의 삶을 선택한 싯닷타는 이들에게 한 순간에 예상할 수 없는 ‘이별’을 안겨주었다. 그 이별이 가져다 준 슬픔과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아픔이었을 것이다. 이탈리아의 작곡가 토마소 비탈리의 바이올린 독주곡 〈샤콘느〉의 전반에는 슬픔의 정서가 담겨 있다. 바로크 시대의 기본이 되는 통주저음을 기본으로 화려한 음형들이 펼쳐지는 〈샤콘느〉는 특히 일정한 화음 안에서 점점 고조되는 선율들로 마음을 긁는 듯한 어떤 슬픔, 또는 고통을 표현하는 것만 같다”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부처님 출가에 한 곡을 더 소개한다.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파르티타 2번, BWV 1004의 마지막 곡인 〈샤콘느〉이다.

영화 〈바이올린 플레이어〉의 마지막에 삽입돼 많은 이들에게 사랑과 공감을 받은 곡이다. ‘영원으로의 끝없는 비상’이라는 애칭곡인 이 곡은 비탈리의 샤콘느와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비탈리의 샤콘느는 슬픔의 정서를 있는 그대로 직접적이고 애절하게 풀어냈다면, 바흐의 샤콘느는 좀 더 대범하고 비장한 각오속에 절제된 모습으로 승화시키죠. 이탈리아 낭만주의 작곡가 페르치오 부조니의 피아노 편곡으로 바흐의 〈샤콘느〉를 들으면 출가의 순간을 맞이한 싯닷타의 단호함이 더욱더 뚜렷히 전해집니다.”라고 평한다.

저자는 싯닷타의 출가를 ‘이별의 아픔’과 새로운 탄생을 위한 ‘고통의 감내’ 관점 두 가지 측면에서 서로 다른 〈샤콘느〉 곡을 소개하고 있다. 음악을 들으면서 ‘붓다’를 생각하고, ‘붓다’를 읽으면서 음악을 듣게하는 것이 바로 이 책의 매력이다. 물론 불교에서의 ‘출가’를 꼭 슬프고 애잔한 음악에만 적용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다. 속세의 모든 욕망과 명예, 집착을 모두 버리고 깨달음을 통해 대자유인이 되어 중생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겠다는 출발점에 선 출가자의 모습을 상상한 이들이라면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이나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의 ‘개선행진곡’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음악은 감정의 예술이고, 작곡가와 연주가, 청중 역시 감정을 통해 표현하고 듣기 때문에 해석이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이 가치를 발하는 이유는 피아니스트로서의 연주 경험과 깊은 학문적 사유를 바탕으로 붓다의 일대기를 클래식 음악이라는 소재로 섬세하게 버무리고 해석해 불교와 클래식 음악이라는 두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음악이 다른 그 어느 예술보다 충분히 통섭적임을 증명했다는 점이다.

이외에도 책에는 리스트의 메피스토 왈츠 1번을 ‘부처님 고행’에, 초전법륜을 모차르트 관악 세레나데 Bb장조 〈그랑 파르티타〉 K361번에, 기원정사를 슈베르트 ‘바위 위의 목동’ D965번에, 열반을 리스트의 〈먹구름〉에, 마지막 입멸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번 C단조 Op 111번에 매칭 시켜 소개했다.

클래식 프로그램 진행자로 유명한 진명 스님(법련사 주지)은 추천사를 통해 “음악에 동서양이 어디 따로 있겠냐만은, 살아가는 자연 환경과 관습서 오는 차이가 있을 뿐”이라며 “저자인 김준희는 그런 차이와 다툼을 넘어 음악으로 동서양과 시공을 훌쩍 뛰어 넘어 붓다의 생애서 바흐와 베토벤을 교감시키고, 현악기와 관악기가 호흡을 맞춰 붓다가 스승을 찾아 떠나는 고행길에 동행하게도, 존 케이지의 음악서 붓다의 성도 전 선정을 마주하게 했다“고 평했다. 한편 이 책은 클래식 애호가들도 어렵고 낯선 불교가 아닌 친근한 느낌의 붓다를 만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소개하는 클래식 음악 작품마다 QR코드도 만들어 놓아 책을 읽으면서 바로 음악도 감상할 수 있다.

저자 김준희 피아니스트는?

예원학교, 서울예술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 음악대학 기악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 박사과정과 샌프란시스코 콘서바토리 전문연주자 과정을 마쳤다. 한국일보 콩쿠르, 삼익 콩쿠르, 문화일보 콩쿠르, 리스트 국제 콩쿠르 등에 상위 입상했고 국내외서 30회 이상의 독주회와 협연, 실내악 연주회를 가졌다. 방송 출연과 기고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클래식 음악으로 붓다의 생애와 가르침을 소개했다. 학문 융합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슈베르트의 소나타 D. 960, 삶과 죽음을 통한 해석〉과 〈윤이상의 오라토리오 ‘연꽃 속의 진주여!’에 관한 연구〉 등의 논문을 발표 했다. 현재 국립인천대 기초교육원서 기초교양교육을 담당하며, 경희대와 고려대서도 강의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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