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전역 기후재난에 몸살
기후시스템 붕괴 막기 위해선
기온 상승량 1.5℃ 제한 권고


에너지 저장에 광물 30억t 필요
재생에너지전환 근본 해결아냐
에너지 수요 줄이는 노력 해야

정부 정책 속 소비 감소 유도
종단 차원서 적극 행보 걷자

새해 들어 기후재난이 지구촌 전역에서 잇따르고 있다. 2월 히말라야에서 녹은 빙하가 인도 북부 우따라칸드의 댐 건설 노동자들과 인근 마을을 덮쳐 수십 명의 사망자와 200여 명이 넘은 실종자가 발생했다. 겨울철 덥고 건조한 기후의 시리아, 레바논, 이스라엘, 요르단 등 중동지역에서 폭설이 내렸다. 미국 텍사스에서는 역사상 최악의 한파에 발전시설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1천만 명 이상의 주민들이 전기와 난방, 수돗물과 식량마저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중동과 미국에 닥친 한파는 북극의 기온상승과 관련 있다. 이는 북극의 차가운 공기가 저위도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제트기류가 북극 지역의 기온상승으로 인해 헐거워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지난해 여름 한반도의 기록적인 장마도 같은 현상 때문이다. 한반도에 북상한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은 북극에서 내려온 차가운 기단과 대치하면서 54일 동안 많은 비를 뿌렸다.

과학자들은 지구 기후시스템의 붕괴를 막으려면 산업혁명 이전 대비 지구의 평균 기온상승을 섭씨 1.5도 이하로 제한할 것을 권고해왔다. 유엔 산하의 과학자그룹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에 따르면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서 우리가 배출 가능한 온실가스량은 2018년 기준 420기가톤이다. 매년 세계가 배출하는 양은 42기가톤 정도이므로 2028년 이전에 온실가스를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 IPCC가 권고하는 수준은 2010년 온실가스량의 45% 이상 줄이는 것이다.

IPCC의 권고에 부합하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 가능한 빨리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재생에너지 전환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빠르게 증가하는 세계의 에너지 수요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전망한다. 재생에너지 전환에는 엄청난 양의 광물자원이 필요한데 이를 감당하기엔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계은행은 전 세계의 재생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려면 흑연, 리튬, 코발트와 같은 광물추출량이 2050년까지 500% 이상 증가해야 한다는 요지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태양광, 풍력 발전과 에너지 저장에 광물과 금속이 30억 톤 이상 필요하다.

2019년 현재 전 세계 자동차 대수는 14억대로, 2050년이면 약 20억대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이 자동차 모두를 전기자동차로 전환할 경우, 자동차의 전기모터에 사용되는 희토류 계통의 금속 네오디뮴(neodymium)과 디스프로슘(dysprosium)의 연간 추출량이 70% 이상 늘어야 한다. 또한 구리는 두 배, 코발트는 4배 이상 추출량을 늘려야만 전기자동차로 모두 바꿀 수 있다.

독성 강한 화공 약품이 사용되는 광물추출은 온실가스의 주요 흡수원인 삼림과 토양 파괴의 가장 큰 원인이자 생태계 파괴와 생물다양성 손실의 원인이다. 게다가 엄청난 양의 물이 사용된다. 예를 들면 리튬 1톤을 생산하는데 약 190만 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주요 물질 대부분이 남미,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매장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 지역들은 역사적으로 서구열강의 식민지로서 오랜 착취를 겪었다. 17세기와 18세기의 유럽인들은 금과 은을 찾기 위해서 남미를 약탈했고, 19세기 카리브해에서는 면화와 설탕을 얻기 위한 플랜테이션을 운영하면서 노예들을 착취하였다. 20세기 남아공에서는 다이아몬드를, 콩고에서는 코발트를 약탈해갔다. 그러한 착취의 역사가 광물자원의 추출을 노리는 초국적 기업을 통해서 재현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에너지 전환만으로는 온실가스 배출을 100% 줄일 수 없다. 에너지 수요를 줄이고, 물자생산과 소비를 줄이는 길밖에는 없다. 그래야 생태계에 가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며 지속가능하다. 국내에서는 관심을 많이 얻지 못했으나 <IPCC의 1.5도 특별보고서>에는 ‘저에너지수요(Low Energy Demand, 이하 LED)’ 시나리오가 소개되어 있다.

IPCC보고서는 ‘탄소포집과 저장(CCSU)’처럼 실현 가능성이 낮은 기술이나 안전문제가 있는 핵발전보다는 LED시나리오가 파리기후협정에 부합하다고 보았다. 이 LED시나리오는 전 세계 물자생산과 소비를 줄임으로써 에너지수요 감소를 제안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제품의 사용기간을 늘리고, 고장 시 수리의 권리를 보장하며, 새로운 상품의 판매를 촉진하려는 기업들의 ‘계획된 진부화’를 금지하며, 공공장소의 상업광고 게시 금지 정책을 만들고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는 것이 포함된다.

이 시나리오는 개인적 차원의 행동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생산과 소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텀블러를 사용하고, 사용하지 않은 전원의 플러그를 뽑는 개인 행동이 아주 의미 없는 것은 아니나 최근 기후과학자들은 개인의 실천만을 강조할 경우, 정부의 과감한 기후위기 대응이 지연될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민정희 국제기후종교 시민네트워크 사무총장
민정희 국제기후종교 시민네트워크 사무총장

이런 점에서 불교 종단들이 주축이 되어, 정부의 기후위기 정책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일은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더불어 생산과 소비를 줄인다는 것은 제도화된 욕망을 줄이는 것으로서 불교적 가치와도 잘 들어 맞는다.

“모든 존재가 연결되어 있다”는 불교의 세계관은, 결코 충족될 수 없는 욕망을 추동시킴으로써 기후위기를 만들어낸 기계론적 세계관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불교 종단들이 기후위기에 대한 신도들의 인식을 높이고 기후위기 대응행동에 참여하도록 안내하는 것이다.

<민정희 국제기후종교 시민네트워크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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