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식으로 얻은 새 삶, ‘나눔’ 회향

보리수아래 대만불교문화 순례에서 룸메이트 성인제 씨와 함께한 이상복 씨(우측).
보리수아래 대만불교문화 순례에서 룸메이트 성인제 씨와 함께한 이상복 씨(우측).

우리나라에서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으로 등록할 수 있는 장애 유형은 15개이다. 이 중 심장, 신장 등 내부기관의 이상으로 장애판정을 받은 심장장애, 신장장애, 호흡기장애 등의 신체 내부장애가 상당수다. 내부장애는 외관상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올해 66세인 이상복 씨는 신체내부장애 중 심장장애인이다. 2018년 1월 심장이식 수술로 새 생명을 얻은 지 만 3년이 됐다. “젊은 시절엔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줄 알고 천방지축처럼 살아왔다”는 이상복 씨는 우연히 음악방송에서 찬불가 ‘바람 부는 산사’를 듣고 불교와 인연을 맺었다. 그 노래는 이상복 씨의 마음에 큰 울림이 되었고, 이후로 이상복 씨는 절을 찾아 스님의 법문을 듣고 경전을 보는 불자가 됐다. 그렇게 시작된 신행생활은 점차 이웃과의 나눔으로 이어졌다.

이상복 씨는 파주 한울타리공동체 원장으로,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했다. 다음카페 ‘합장하는 사람들’ 회원으로 108산사 순례를 동참하는 등 불교공부와 수행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러던 중 심장에 이상이 생겼고, 가족의 도움으로 인공심장판막수술, 심장판막수술 관상동맥우회술 등 두 번의 수술과 여러 차례의 스탠스 시술을 했다.

이상복 씨는 아픈 중에도 40여 개월 동안 108산사성지순례를 회향했다.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 그리고 합장하는 사람들 지도법사인 혜정 스님과 도반들의 도움 덕분이다. 그는 “한 계단 오르고 쉬고 또 한 계단 오르고 쉬며 올랐던 강화 보문사 마애관음보살좌상의 미소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이상복 씨의 심장은 더 악화됐고, 결국 한국심장재단과 지인들의 후원으로 심장이식 수술을 받게 됐다. 병원에서 <숫타니파타>를 사경하며 6개월의 기다림 끝에 뇌사자의 심장을 이식받게 되었다. 수술실로 들어가면서 “약사여래부처님, 관세음보살님 고맙습니다” “지장보살님, 저에게 심장을 기증해준 분의 극락왕생을 바랍니다”라고 되뇌었다.

무사히 이식수술을 마친 후 ‘한사랑 파주공동체’로 돌아온 이상복 씨는 심장 공여자에게 감사하며 그를 위한 49재를 모셨다. 그리고 “부처님 가피로 새 생명을 얻었으니 그 은혜에 꼭 보답하겠다”는 원력으로 나눔봉사를 시작했다. 전국 복지시설을 찾아 직접 만든 붕어빵을 나누는 ‘사랑의 붕어빵 나눔’은 따뜻함을 전하는 마음 그 자체였다. 무료급식소, 장애인 거주시설과, 파주 파평 노인정시설 등에서 정기적으로 활동했지만 현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됐다.

파주시 장애인자립지원위원회 위원장으로도 활동하는 이상복 씨는 얼핏 보기에 장애와는 무관해 보인다. 바로 내부 장애 유형의 특징이다.

장애인복지법상 등록장애유형은 15개 유형이며, 크게 신체적 장애와 정신적 장애로 나뉜다. 신체적장애인은 다시 신체외부장애인과 신체내부장애인으로 구분되는데 신체외부장애는 흔히 알고 있는 지체·뇌병변·시각·청각·언어·안면장애이며, 신체내부장애는 신장·심장·간장·호흡기·장루·요루·뇌전증장애 등이다. 겉보기에는 장애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신장, 심장, 간, 호흡기 등에 이상이 있어 오랫동안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특히 이상복 씨가 갖고 있는 심장장애는 심장의 기능부전 등의 장애로 일상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다. 또 신장장애는 혈액투석이나 복막투석을 지속적으로 받아야 하거나 신장 기능의 장애로 인하여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으며 간장애는 간의 만성적 기능부전과 그에 따른 합병증 등으로 인한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는다.

그리고 장루·요루장애는 배변기능이나 배뇨기능에, 뇌전증장애는 뇌전증(간질)에 의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제약을 받아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사찰을 찾은 뇌전증장애인이 발작을 하거나 장루·요루장애인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나는 생리적 현상으로 곤란해 할 때는 놀라지 말고 자연스럽게 대처하는 것이 좋다.

많은 갈등과 편견, 소외는 이해 부족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불자들이 장애인에 대한 정보를 알고 이해한다면 갈등의 상당부분이 해소될 것이다. 장애인들 또한 함께하는 도반으로, 서로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최명숙 보리수아래 대표〉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