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사람 아닌 도반으로 맞아주길…

제야의 종소리가 울리지 않은 채 2021년 새해가 밝았다. 장기화된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우울감도 이어지고 있다.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온 비대면 시대에 사회적 환경의 변화도 눈에 띈다. 온라인 활용을 통한 비대면 법회 등의 확대는 누구보다 장애불자들이 신행생활을 하는 데 큰 도움을 될 것으로 보인다.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올해, 보리수아래 회원들의 이야기를 현대불교신문 지면을 통해 전할 수 있어 기쁘다. 부처님 품안에서 살아가는 장애인불자들의 이야기가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돕고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본다.

중증뇌성마비장애를 가진 홍현승 시인을 처음 만난 것은 어린 현승이 내가 근무하던 사회복지기관에 재활치료를 받으러 오면서부터였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보통사람의 쉬운 일상 모든 게 그에게는 벅차고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랬기에 현승이 역시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컸고 그런 마음으로 불연을 맺었다.

“어릴 적 장애인들 대부분이 교회나 성당에 다니는 것을 보면서 장애인들의 종교는 기독교, 아니면 천주교라고 생각했어요. 다행히도 친할머니와 외할머니가 독실한 불자셔서 그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그렇지 않았으면 다른 장애인들처럼 타종교로 갔을 거예요.”

홍 시인의 말이다. 홍 시인은 서울 화계사 신도이기도 하다. 아버지에게 일요법회에 데려다 달라고 몇 주를 졸라 화계사를 처음 다니기 시작했고, 불교학생회와 대학생법회, 불교대학 2년, 그리고 학생회 포교사를 거쳐 현재 학생회 간사로 활동을 하고 있다. 그 세월이 어느덧 15년이다. 

최근 조계종 내에서도 장애인 포교에 노력하고 불교계 언론에서도 장애인 포교와 활동에 대한 심도 있는 기사로 불교계에서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마음도 전했다. 홍 시인은 “일련의 변화가 대단히 의미있고 반갑다”며 “그러나 변화와 더불어 중요한 것은 스님들과 불자님들의 인식과 태도”라고 강조했다.

“절에서 만나는 많은 분들이 ‘너 어디서 왔어?’ ‘너 몇 살이야’하며 여기는 네가 올 때가 아니라는 표정으로 대하시거나, 무조건적인 과잉 친절을 베푸는 경우가 대부분이예요. 여전히 장애인을 대할 때의 예의를 알고 대하시는 분은 드문 것 같습니다.”

홍 시인과 남다른 인연을 맺고 있는 스님의 이야기를 소개하려는 이유다. 홍 시인은 2년 전부터 부산을 자주 오간다. 오랫동안 화계사 학생회 지도법사로 인연이 된 효현 스님이 부산의 절에 거주하고 있는 덕이다.

장애에 대한 편견없이 대해주시는 효현 스님과 함께한 홍현승 시인(오른쪽).
장애에 대한 편견없이 대해주시는 효현 스님과 함께한 홍현승 시인(오른쪽).

홍 시인은 “효현 스님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나를 장애인이 아닌 학생회 학생들과 다름없이 대해 주셨다”며 “스님께 고민을 털어놓을 때마다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아낌없이 조언을 해주시고 때로는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으신다”고 전했다.

실제로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홍 시인과 함께 효현 스님을 뵈러 간 적이 있다. 신도들이 ‘서울에서 먼 길을 어떻게 오냐’며 놀라워하자, 효현 스님이 나섰다.

“아이고, 우리보다 더 잘 다녀요. 역에서도 서비스 다 해주지, 지하철 있지. 길 모르면 스마트폰 찾아서 가지. 걱정할 것이 뭐 있어요.”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다. 스님의 그런 사고방식과 언행은 참 의미있고 중요한 가르침이다. 장애 때문에 할 수 없을 것이란 편견을 깬 것이기 때문이다. 홍 시인이 효현 스님을 각별히 존경하고 따르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모든 장애불자들이 바라는 모습이 그럴 것이다. 장애를 가졌다고 특별한 사람처럼 대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한 사람의 불자로 대해주는 것이 참으로 중요한 일이다.

홍 시인은 IT 회사 직원, 보리수아래 기획홍보팀장, 화계사 학생회 간사 등 1인 다역으로 적극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홍 시인을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장애가 먼저 와 닿을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장애는 걸림이 아니라 개성이지 않을까? 홍 시인의 바람을 마지막으로 남긴다.

“스님들께서 장애불자들을 바라보실 때 여느 불자와 다름없이 대해주시고, 신도님들께서도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부처님 길을 함께 걸어가는 도반으로 맞아주셨으면 합니다. 그게 장애인들이 더 절을 편하게 찾을 수 있도록 이끄는 계기가 되어 줄 것입니다.” 〈최명숙 보리수아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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