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홍수 시대… 禪 가치 더 빛난다

깨달음 위한 선수행의 방편
명상수행 기법을 적극 활용
‘수행’ 속 의미 혼재는 단점

대중화 위한 10여년 불교 노력
???????생활참선·지도자 양성 꽃피워
코로나 사태 계기, 가치 부각돼

 

충주 석종사 보월선원에서 선원장 혜국 스님이 재가불자들과 함께 좌선을 하고 있다. 명상의 확산 속에 선수행의 가치 또한 높아지고 있다.

 

도의국사로부터 전해진 한국선이 1200년을 맞았다. 조사선에서 간화선으로 전개되는 한국선은 새 시대의 치료약이자 생명과도 같은 사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부처님 이래 인도와 중국을 거치면서 본래 성품을 깨닫는 방법 중에서 간화선만큼 발달된 수행법은 없다. 1,700년 전통의 한국불교가 ‘실전 간화선’으로 더 많은 세계인에게 불연(佛緣)을 맺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

수행의 위상 제고와 명상산업 확대

시대 변화에 따라 현대인들의 삶은 각박해져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수행의 필요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월가의 성공한 투자자 중 한명인 레이 달리오는 최근 명상 습관이 투자 성과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출판계에서는 명상과 관련된 책들이 연일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대기업이나 시, 도 등 단체의 지원을 받는 명상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명상 붐으로 일어나 삶의 양식이 된 서양에서는 이미 하나의 산업이 되어 ‘마음치유’ ‘마음코칭’ ‘심리상담’ 등 심리치료에 자기계발, 춤과 음악 등 예술 등이 결합하여 발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명상수행법은 심신치료 분야로 확산되고 심리치료사의 40% 이상이 명상법을 활용한다. 매년 명상 관련 논문이 1000여 편 이상 발표되고 700여 곳 이상에서 마음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 감소(MBSR)프로그램이 활용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추세로 볼 때 명상은 이제 생활의학의 단계까지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뇌과학과 양자물리학 등이 결합하여 마음의 원리를 밝히고자 하는 연구가 활발히 이어지고 명상 효과나 의미에 대한 과학적 규명도 이어지고 있다.

명상열풍 속 선수행의 위치는?

이러한 명상열풍 속에 ‘선’으로 칭해지는 한국불교 전통수행문화는 상대적으로 소외돼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명상열풍의 이면을 들여다 보면 선수행과 목적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깨달음을 지향하는 선수행과 마음치유와 휴식 등을 목표로 하는 명상은 그 지향점에서 차이가 있다.

박재현 동명대 교수는 이에 대해 “명상이 치료의 성격을 갖는데 비해 선수행은 피동되지 않는 참 사람을 구현하기 위한 인간교육의 성격을 내포한다”고 정의했다. 가령 명상지도자는 치료자의 성격이 강하다면, 선사는 스승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명상과 선수행이 혼재되는 착시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명상프로그램은 ‘명상수행’이라는 말로 유통된다. 수행이라는 불교용어가 붙으며 사마타, 위빠사나, 지관 등 불교용어를 응용하여 불교수행과 비슷해 보이는 모습을 띈다. 선수행의 목적이 개인의 행복이 아닌 ‘공’함을 체득하고 그 번뇌없음에 기반해 본래 부처임을 깨닫고 부처로 행하는데 있음을 비춰볼 때 명확한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종교적 특성이 일반인들에게 일종의 진입장벽 역할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명상의 경우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뇌파가 달라지고, 신체의 어떤 변화가 있다는 등의 통계로 치유효과를 증명하기가 쉽다.

하지만 선수행은 깨달음의 과정이기에 일반인들에게 그 과정을 직관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동국대 선학과 교수 종호 스님은 “명상 열풍이 선의 기회이자 위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며 “선수행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유도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결국 명상과의 차이점으로 인하여 선수행 자체에서의 변화도 요구된다”고 진단했다.

불교계, 현재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선수행의 현대화와 대중화를 위하여 불교계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장 큰 성과는 템플스테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맞이해 불교전통문화를 알리는 문화체험 프로그램으로 시작됐지만, 사찰의 문화와 불교 사상을 전하는 귀중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선수행을 지도하는 단체들도 변화하며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994년 8월 결성된 전국선원수좌회(의장 선법)는 선림회를 대신하여 수좌 스님들의 대의체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승가 내 선풍 진작에 주력해왔다면 최근의 행보는 이채롭다. 지난해 7월 재가불자모임 선주회(禪主會) 창립을 통해 매달 재가자들의 간화선 수행정진을 돕는다. 선주회는 3000여 재가불자를 회원으로 둔 조직으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창립 이후 행보가 정체되어 있지만 찾아가는 선원 프로그램, 수좌 스님과의 참선 지도 등 간화선에 대한 불자들의 인식을 바꿀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수좌회와 별개로 수좌 스님들 중에서 이미 이러한 활동에 나서고 있는 곳이 있다. 한국참선지도자협회(회장 각산)는 수좌 스님들과 명상지도자로 칭해지는 스님들이 함께 모여 만든 단체로 선의 현대화에 앞장서고 있다. 간화선에 명상기법을 활용하여 대중화된 ‘선명상’을 내건 것이 특징이다.

핵심은 올해 4기까지 진행된 참선아카데미다. 혜국 스님 등 제방선원장 스님들을 초청해 간화선 이론실참 등 수행법을 현대화된 방법으로 배우는 참선아카데미는 최근 코로나 확산으로 온라인 유튜브 강의도 진행해 의미를 더했다. 여기에 자격증 부여까지 나서 구랍 22일 해인사선림원에서 참선아카데미 심화교육인 ‘참선지도사 자격증’ 1급 과정 집중수행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 집중수행에서는 금강선원장 혜거 스님과 수좌회 의장 선법 스님, 수좌 정과 스님 등을 비롯해 행불선원장 월호 스님, 자비명상 대표 마가 스님, 이시형 힐리언스선마을 촌장, 전현수 전문의도 참여해 간화선의 생활화에 대해 논의했다.

오대산명상마을 옴뷔도 명상지도자협회(이사장 혜거)와 함께 개발한 간화선 대중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불교인재원(이사장 엄상호)도 백련불교문화재단(이사장 원택)과 함께 2012년부터 생활참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입문과 심화, 전문과정이 상설로 진행돼 입문 12기, 심화 10기, 전문 6기까지 진행됐으며 최근에는 지도자코스도 개설, 재가 선지도사 양성도 나서고 있다. 불교계에서 선수행 대중화는 하나의 흐름이 되고 있다.

선수행 대중화 과제는?

이러한 노력에도 간화선을 필두로 한 선수행의 대중화가 지속적으로 화두로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선수행 대중화의 극복은 인식의 문제에 있다.

한국선학회장 정도 스님은 “학자들과 스님들의 경우 스승에게서 지도받고 참구하여 깨닫는 간화선의 특성상 대중화라는 말 자체가 어폐가 있다는 의견이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화는 수행 확대를 위해서 필요하다. 위빠사나에서의 차제에 대해서 매력이 있다는 의견도 많다. 산중에 수승한 법이 이어지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작금의 코로나 사태를 보았듯 시대적 위기 속에서 대중들에게 어떻게 전할지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가 됐다. 현대인들을 위해 입문과 심화, 전문과정 등으로 나눠 접근성을 높이는 방법을 활용하고, 유튜브를 비롯한 언택트 방식도 파격적으로 도입할 만 하다”고 말했다.

수행풍토가 조금씩 변화하는 지금, 종단차원의 적극적인 재가수행도량 개창과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한 수행지침 보급 등도 꾸준히 행해야 할 부분이다.

목우선원장 인경 스님은 “대중적 현장에서 간화선 수행을 보다 구체적이고 쉽게 접근하는 노력도 이루어지고 있으며 상당한 성과도 얻어내고 있다”고 평가하며 “현장에서는 간화선을 명상으로부터 독립시켜 구분하기 보다 오히려 명상의 일부로 이해했고, 이 관점에서 새롭게 시도한 방법들을 대중들이 수용하는 것을 경험했다”며 명상과의 접점을 활용한 대중화 가능성을 비쳤다.

참불선원장 각산 스님은 “코로나가 야기시킨 문명의 위기 속에서 선(禪) 사상은 생명과도 같은 희망이 될 것”이라며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켜야 ‘선’이다. 실제 효용이 삶의 전반에 적용되는지가 중요하다. 생활 속 선수행에 선의 참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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