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도서 입적한 게쎼 땐빠 다르걜 스님

사후삼매인 ‘툭담’에 든 땐빠 다르걜 스님의 생전모습(좌)과 요사에 안치된 법구(우).사진출처=간댄사원 제공

티베트 망명 1세대 학승
사원서 20일 넘게 삼매
장례준비 과정서 확인돼

티베트 불교에서는 수행이 원만한 수행자가 사망하면, 그 의식이 한동안 육신에 머물며 삼매에 드는 현상이 있다고 믿는다. 미세한 의식이 육신에 머무는 동안 의학적으로 사망했더라도 사망의 징후가 보이지 않는 것이 그 증거다. 12월 11일 ‘더 티베트 넷’ ‘더 트리뷴’등의 외신은 사후삼매에 든 티베트 스님에 대해 특별 보도했다.

지난 11월 21일, 남인도 티베트 망명촌에 소재한 간댄사원에서 게쎼 땐빠 다르걜 스님이 세수 87세, 법랍 67세를 일기로 입적했다. 간댄사원 측은 “다르걜 스님은 티베트 망명 1세대로 동부티베트 따우지역 출신의 게쎼(한국의 불교학박사)이다. 살아생전 많은 제자들을 키우신 학승이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매일 명상과 간경을 쉬지 않으신 스승”이라고 전했다.

살아생전 머물던 요사채에서 입적한 스님의 법구는 장례준비를 위해 입적한 장소에서 그 상태로 그대로 모셔졌다. 방에는 특별한 냉방시설이 없으며 시신 역시 부패방지처리 등 인위적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장례준비와 기도를 위해 법구를 확인한 스님들에 의해 다르걜 스님이 사후삼매에 든 것으로 확인됐다.

티베트 불교에서 사후삼매는 ‘툭담’이 라고 불리며 ‘마음이 삼매에 들었다’는 뜻이다. 육신은 의학적으로 사망선고를 받았으나 수행자의 의식이 아직 몸 안에 남아 깊은 삼매에 들어있는 상태를 말한다. 이 경우 시신에는 사후 경직, 부패 등의 사망 징후가 보이지 않고 며칠 길게는 몇 주 동안 어떠한 보존 처리 없이 생전과 동일한 모습을 유지한다. 특별한 경우엔 시신의 크기가 신생아 크기로 줄어드는 경우도 보고된다.

다르걜 스님이 입적한 남인도의 간대사원은 현재 평균 20도 이상의 온도가 유지되며 한 낮에는 30도 가까이 올라가는 날씨다. 그러나 현재 스님의 법구는 20일 넘게 사후삼매를 상태를 보이고 있으며 아직까지 사후경직이나 부패의 증상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스님의 사후삼매가 지속됨에 따라 지난 10일 간댄사원은 공식적으로 스님의 삼매상태를 인정하고 공표하였다.

소식은 현재 SNS등을 통해 현지 불자들 사이에 빠르게 전해지고 있다. 불자들은 “지난봄과 여름에도 사후삼매에 든 스승들이 계셨다. 희유한 모습을 스승들께서 보이시는 건 어렵고 힘든 시국에서 수행정진하라 끝까지 격려하시는 것”이라며 찬탄했다. 또 일부 불자들은 “살아생전 몇 번 뵈었는데 더 법을 여쭙지 못한게 안타깝다”는 반응도 보였다.

티베트 불교계에선 지난 3월과 7월에 티베트와 대만에서 각각 비구니 스님과 비구스님이 사후삼매에 든 사례가 보고됐다. 특히 3월 티베트에서 입적한 비구니 스님의 법구는 그 크기가 생전의 3분의 1로 줄어들었다고 전해지며, 대만에서 입적한 스님은 28일간 사후삼매에 들어 있었다.

김민재 객원기자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