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석옥 청공(石屋 淸珙)의 사세송(辭世頌)

원(元)의 석옥 청공(石屋 淸珙, 1272~ 1352)은 임제종 양기파(楊岐派)로, 임제(臨濟)의 19세 법손이다. 20세에 소주 숭복사(崇福寺)에 출가하여 고봉 원묘(高峰 原妙, 1238~1295)에게 배우고, 후에 급암 종신(及庵 宗信)에게 사사(師事)하여 그의 법을 이어받았다. 절강성 당호의 복원선찰(福源禪刹)의 주지로 7년 동안 머물다가 절강성 호주 하무산 천호암에 주석하였다. 고려의 태고 보우(太古 普愚, 1301~1382)가 1346년에 중국에 들어가 1347년에 천호암에서 그의 인가(印可)를 받고 가사를 전해 받아 고려 임제종의 적통(嫡統)을 이었다. 백운 경한(白雲 景閑, 1299~1374)도 1351년에 천호암의 석옥 청공에게 법을 묻고, 다시 인도 선승인 지공(指空, ?~1363)에게 사사 후 1352년에 귀국하였다. 천호암에서 청공을 만났을 때 〈불조직지심체요절(佛祖直指心體要節)〉 1권을 받아왔다.

〈백운화상어록(白雲和尙語錄)〉에 의하면, 1354년 6월 4일에 석옥 청공의 제자 법안(法眼)이 하무산에서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와 (석옥화상의) 편지 한 통을 건네주었다. 백운이 무릎을 꿇고 받아서 펼쳐 살펴보니, 스승인 석옥 노화상 열반 때의 사세송[辭世頌, 세상과 작별하며 지은 게송]이었다. 그 게송은 다음과 같다.

“백운을 모두 사서 청풍을 팔았더니

온 집안 텅 비어 뼛속 사무치게 가난하다. / 마침 한 칸의 초가집이 남아 있어 / (떠나는) 그 자리에 이르러 병정동자에게 부탁하노라.”

[白雲買了賣淸風, 散盡家私澈骨窮. 留得一間茅草屋, 臨行付與丙丁童]”

〈白雲和尙語錄(HBJ 6.637a-668c) 卷下〉

석옥이 제자를 시켜 사세송을 바다 건너 백운에게 직접 전한 것으로 보아, 백운을 무척 아끼고 법제자로 여겼던 것 같다.

이 게송에서 백운(白雲)은 중의법(重義法)으로, 백운 선사를 뜻하기도 하고, 흰 구름(백운)은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여기저기 떠도는 속성이 있으니, 생을 마치고 떠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백운을 샀다는 것은 백운 경한을 법제자로 삼았다는 것이기도 하고, 금생(今生)을 마치고 백운(흰 구름)처럼 훌훌 떠난다는 것이기도 하다.

청풍은 백세청풍의 뜻으로 맑게 산 일생이니, 청풍을 팔았다는 것은 맑게 산 금생(今生)을 마감한다는 것이다. 다르게는 석옥의 맑은 법을 백운에게 전수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뼛속 사무치게 가난하다[徹骨窮]’는 것은, 이미 번뇌가 다[漏盡]해 남은 번뇌가 없음[無有有餘煩惱]을 뜻한다. 석옥의 공부가 완숙하다는 표현이다.

‘한 칸의 초가집[一間茅草屋]’은 중의법으로, 한 평생 의지해 온, 허깨비 같이 허물어져 가는 육신[肉身, 곧 벗어던질 옷]을 뜻하기도 하고, 부처님의 혜명(慧命) 곧 지혜광명(智慧光明)을 밝힌 석옥의 법(法)을 뜻하기도 한다.

‘그 자리에 이르러 병정동자에게 부탁하노라.[臨行付與丙丁童]’에서 임행(臨行)은 임종(臨終)과 동의어이다. 병정(丙丁)은 오행(五行)에서 화(火)이니, 병정동자(丙丁童子)는 등롱(燈籠)에 불을 붙이는 임무를 맡은 아이[使喚]를 의미한다. 이는 역시 중의법으로, 벗은 옷[肉身]을 다비[茶毘; 육신을 본디 이루어진 곳으로 돌려보냄]하겠다는 뜻이기도 하고, 부처님의 지혜광명(智慧光明)을 이은 석옥의 법을 백운화상에게 전등(傳燈)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병정동자의 뜻을 더 명확히 알려면, 〈벽암록(碧岩錄)〉 제7칙의 평창(評唱)에 나오는 ‘병정동자래구화[丙丁童子來求火, 불이 불을 구함, 곧 부처가 다시 부처를 구함]’의 선화(禪話)를 숙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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