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희극인, 모친과 함께 자살
유가족 “유서공개 않겠다” 입장
한 언론 ‘단독’ 달고 내용공개해

선정주의 유혹에 빠진 언론행태
자살 보도량, 모방 자살에 영향

韓 ‘자살 보도 권고기준’ 정립
고인 인격·유가족 존중 권고
죽음에 대한 언론태도 신중을?

최근 한 유명 희극인이 모친과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사망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놀라움과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유서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유가족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한 언론사가 유서 내용을 단독으로 보도해 논란이 되면서 언론의 윤리 문제가 다시 제기되었다. 

유가족의 입장에 반하는 보도행위는 사생활 침해라는 법적 책임 소재가 있을 뿐만 아니라, 유명인의 자살이 일반적으로 사회에 미칠 영향력을 고려할 때 이 언론사의 유서 내용 보도는 비난의 여지를 갖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언론은 자살보도의 문제점과 언론의 윤리 실천에 대한 인식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언론의 잘못된 자살보도가 반복되는 원인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언론인의 자질, 언론의 품격, 언론이 처한 환경 등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겠으나, 간과해서는 안 될 요인으로 언론이 지양해야 할 ‘선정주의’의 유혹을 들 수 있다. 

‘선정주의’는 언론 간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언론이 독자나 시청자의 주목을 이끌어내기 위하여 자극적이거나 과장적인 보도를 하는 일련의 행태를 일컫는다. 유명인의 자살 이슈는 선정적 보도 위험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

언론의 자살보도가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다. 일찍이 미국의 학자 필립스(Philips)는 1948년부터 1968년까지의 뉴욕타임즈에 게재된 자살기사를 분석하였다. 이 연구에서 그는 언론을 통한 자살의 노출량이 모방 자살과 무관하지 않다는 결과를 발표하였고, 이런 현상을 ‘베르테르 효과’라고 명명하였다. 자살 보도량의 증가와 노출이 실제 자살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기자협회와 중앙자살예방센터는 공동으로 언론의 바람직한 자살보도를 위한 실행지침을 제정하였다. 이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에 따르면 언론은 구체적인 자살 방법, 장소, 동기 등을 보도하지 않으며, 자살과 관련된 사진이나 동영상은 유의해서 사용해야 한다. 자살을 미화하거나 합리화하지 말 것과 고인의 인격과 유가족의 사생활을 존중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연구에서는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보도가 자살 관련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자살기사 보도량이 증가할 경우 1주일 내로 자살 검색어의 검색량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또한 자살기사의 보도량 뿐만 아니라 자살의 방법, 장소, 이유 등의 언급량이 관련 검색량에 유의미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도출하였다. 권고기준과 보도준칙에 대한 언론의 인식과 실행의지가 중요함을 연구는 확인해주고 있다. 

언론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자살보도에 있어서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라는 가치와 역할을 함부로 버려서도 안 된다. 예컨대 여러 이유에서 사회 공동체적 쟁점을 내포하고 있는 자살 사건에 대한 보도가 단순히 금기시되어서도 안 되는 이유이다. 언론윤리의 준수와 알권리 충족 책무 사이의 균형을 잡는 일은 언론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지구촌은 코로나19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지인을 저세상으로 떠나보내야 하는 슬픈 시기를 보내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고립감, 우울증 등 코로나 블루 증후군으로 시달리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죽음을 다루는 언론의 보도 태도가 신중해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언론이 자살에 대한 보도를 자제함으로써 자살을 예방할 수 있다는 ‘파파게노 효과’에 언론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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