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얼마 안 되는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갖고 그 범위 안에서 인생이라는 것을 가지각색으로 생각합니다. 여기에서 불안과 불확실성이 생겨납니다. 그런 경험과 지식을 버린 그 이전의 시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조주 스님의 ‘무(無, 없다)’는 부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청정성을 말한 것입니다. 본래 우리의 근본 마음은 ‘대원경지(大圓鏡智, 크고 둥근 거울)’라고 합니다. 거울과 같은 지혜라는 말 입니다. 

이 거울에는 더함도 감함도 꾸밈도 있지 않는, 있는 그대로입니다. 텅 비어있는 허심(虛心)이요, 청정심(淸淨心)이요, 무심(無心)이지요. 꽃이 다가오면 꽃을 비추고 새가 오면 새를 비추고 있는 그대로 비출 뿐입니다. 

아무 분별도 거기에 더하는 바가 없습니다. 앞서 다가오면 비추고, 떠나면 사라져 원래의 무심으로 돌아갑니다. 아무 흔적도 남기지를 않는다는 말이지요. 이 청정무구하고 사로잡히는 바가 없는 자유로운 마음, 이것을 본래 나의 마음자리요 평정심이라 합니다.

거울 앞에는 모든 것이 평등합니다. 거울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해서 아름답게 비추지 않습니다. 아주 큰 것도, 아주 작은 것도 거울 앞에서는 평등합니다. 

거울 앞에 무엇이 있으면 다른 것을 비출 수가 없습니다. 비추었던 물건이 떠나면 다음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거울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이것이 ‘불생불멸(不生不滅, 생도 아니요 멸도 아닌 영원성)’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예쁜 꽃이 비쳤다고 해서 더 예뻐지는 것이 아닙니다. 더러운 개똥이 비쳤다고 해서 거울 자체가 더러워지는 것도 아닙니다. 이것을 ‘불구부정(不坵不淨, 더럽지도 않고 깨끗하지도 않다)’이라고 합니다. 

또 무엇이 비쳤다고 해서 거울이 더 불어 나는 것도 아니고, 무엇이 사라졌다고 해서 거울이 줄어드는 것도 아닙니다. 이를 두고 ‘부증불감(不增不感, 더함도 감함도 없음)’이라고 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본성은 불생불멸이며 불구부정이고 부증불감인 것입니다.

우리들의 본성은 불생불멸이며 영원한 것입니다. 그 어떤 더러운 것을 비추어도 거울이 더러워지는 일이 없는 것처럼 어떤 죄를 짓더라도 본성까지 더러워지지는 않습니다. 거울같이 맑은 마음을 지니게 되면 행복한 세계가 우리 앞에 펼쳐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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