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불교사무소, “시위 참여시 승려직 박탈”

‘위장승려’ 가능성도 제기돼
원칙적으로 정치 참여 금지
일부 시위 참여한 스님들은
“민주주의에 힘을 보태겠다”

시위에 나선 태국 스님들. 사진출처=VICE

태국 국가불교사무소(NOB)가 승려들의 반정부 시위 참여를 금지하고 나섰다. 이를 어길 시 승려직을 박탈할 수 있다고까지 경고했다.

태국 현지 언론 ‘타이PBS’ 등 외신이 11월 11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NOB는 최근 전국 승려들에게 군부정부 및 왕권체제에 반대하는 반정부 시위 참여 금지령을 내렸다. 승려들이 이를 위반할 경우, 사찰 재량에 따라 승려직을 박탈할 수 있다는 방침도 세웠다.
특히 NOB는 시위 현장에서 승려들을 발견할 경우 경찰에 신고할 예정이다. 이른바 ‘위장 승려’들을 걸러내기 위한 조치다.

이는 최근 시위 현장에서 승복을 입은 승려들의 모습이 다수 포착됐기 때문이다. 태국 불교계는 원칙적으로 승려들의 사회·정치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 실제로 승려들의 정치 참여를 금지하고, 공직에 출마할 수 없다는 등 내용의 법령이 1995년 제정됐다. 그러나 몇몇 승려들은 정부와 불교계의 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위에 참석한 한 승려는 “우리는 언론 인터뷰를 하거나 정치적인 일에 나서선 안 되지만, 올곧은 권리를 외치는 국민들의 시위가 성공하길 원한다”며 “민주주의는 지켜져야 한다”고 ‘Vice News’를 통해 말했다. 그는 시위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정치적 보복을 당할 것이 두려워 익명을 요구해달라고도 했다. 

또 다른 스님도 “반정부 시위는 인간의 권리 보호를 위한 것”이라며 “승가 공동체 내에서, 혹은 다른 공동체에서 정의를 요구할 때 우리 사회 정의가 실현되기 위해선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스님은 또 “승려이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는 정의와 도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시위대는 평화시위를 하고 있지만, 정부는 그렇지 않다. 시위대를 체포한다. 현재 태국 사회는 정의도, 민주주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가운데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면서 정치적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에 의해 수배령이 내려진 스님도 있다.

프라 판야 시선(Phra Panya Seesun) 스님은 “경찰로부터 최대 1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는 내용의 소환장을 받았다”며 “그들은 나를 감옥에 가두려고 한다”고 ‘Vice News’에 호소했다. 시선 스님은 “젊은 승려들은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없다고 느낀다”며 “그들이 정치적 의견을 표명하면 정부로부터 낙인찍힐 것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경찰의 수배망을 피해 망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태국 반정부 시위는 지난 2월 태국 법원이 진보 신진 정당인 ‘미래전진당(Future Forward Party)’을 해산시킨 것이 단초가 됐다.

반정부 시위대는 지난 2014년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의 사임, 권력에 대한 추가 제한 군주제, 그리고 새로운 헌법의 초안 등 3가지 사안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물러나지 않아 시위대 규모는 점점 확장되는 추세다. 다만 물리적 충돌 없이 ‘평화 시위’로 진행 되는 중이다.

박정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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