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호 교수, 불교미술사학회 학술대회서 주장

8세기 중엽 석굴암 조성 학설?
삼국유사 불국사 창건기 근거
설화 바탕 기록… 의구심 제기

7세기 후~8세기 초 화본 분석
석굴암 조각상 8세기 초 편년
“710년을 벗어나지 않아” 주장

故한석홍 작가가 촬영한 석굴암 내부 전경 사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국보 제24호 석굴암은 통일신라 김대성이 751년(경덕왕 10)에 창건했다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하지만, 석굴암의 조성시기가 현재의 8세기 중엽이 아니라 8세기 초엽으로 상향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정호 동국대 경주캠퍼스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11월 14~15일 통도사 성보박물관 학예연구실에서 개최한 불교미술사학회 창립 20주년 학술대회에서 ‘화본으로 본 석굴암 창건 시기’를 통해 “현재 8세기 중엽이 아닌 8세기 초엽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석굴암의 창건 시기를 751년으로 확정한 근거는 〈삼국유사〉 ‘대성효이세부모조’의 불국사 창건 기록에 근거한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삼국유사〉는 13세기 말에 편찬된 기록이며 석굴암 창건에 대해서는 구체적 시기를 밝히지 않았다”면서 “또한 설화 속에 담겨있는 기록이기 때문에 비판없이 역사적 사실로 신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신라문화의 전성기인 8세기 중엽에 석굴암 불상과 동시 제작됐을 것이라고 볼만 한 작품이 없으며, 도리어 비견되는 작품들이 7세기 후반부터 8세기 초반에 조성된 사례가 많은 것도 의문으로 제기했다. 

그러면서 한 교수는 당시 유통된 화본들을 분석해 석굴암 조각상 중 동일한 화본에 의해 조성된 작품들을 찾았다. 한 교수가 찾아낸 사례는 석굴암 금강역사상·사천왕상·감실 보살상·10대 제자상이다.

금강역사상의 경우 690년에서 705년 사이에 개착된 용문석굴 고평군왕동 입구 좌우에 부조된 금강역사상과 자세가 일치한다. 

석굴암 사천왕상 중 동방지국천왕은 661~663년에 조영된 용문석굴 경선사동의 사천왕상과 본이 일치하고 있다는 것은 앞선 연구를 통해 알려졌다. 한 교수는 “석굴암 북방다문천왕은 일본 호류지 귤부인주자의 문비에 그려진 북방다문천왕도와 같은 화본이 적용된 사례”로서 주목했다. 

제9 감실의 보살상은 일본 호류지 금당 제2호벽의 반가형보살도와 같은 화본이 적용된 사례라고 봤으며, 석굴암 10대제자상은 호류지 금당 제1호벽의 석가정토도에 등장하는 10대 제자 도상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한 교수는 “석굴암 조각상과 비교한 작품은 모두 7세기 후반서 8세기 초로 편년된 작품”이라며 “특히 일본 하쿠호시대에 제작된 호류지 전래 작품 중 석굴암과 동일한 화본이 적용된 사례가 집중된 다는 것은 특기할 만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국유사〉의 석굴암 창건기록에서 벗어나 석굴암 불교미술을 당시 국제관계 속에 해석하면 석굴암 창건시기는 8세기 중엽이 아니라 8세기 초반을 넘어서지 않는다”면서 “구체적으로는 전 황복사지 삼층석탑에서 사리장엄구를 추가로 봉안했던 706년을 전후한 시기로 보이며, 늦어도 710년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불교미술의 새로운 시각’이라는 주제로 열린 불교미술사학회 창립 20주년 학술대회에서는 석굴암과 불국사, 민화와 불화의 관계 등 관심도가 높은 기존 미술사학 관련 분야들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기 위한 논문들이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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