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등회, 1500년 역사 가진 축제?
조선시대에도 민중에게 사랑받아
지난 2012년엔 무형문화재 지정

전통문화 축제이자 진화하는 유산
유네스코 ‘지속 가능한 발전’ 부합

환경·평화 등 관점서 연등 제작을
‘무형 유산 지속 발전’ 목표 삼아야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 산하 평가기구는 11월 17일 한국 정부가 등재 신청한 ‘연등회(Yeondeunghoe: Lantern Lighting Festival in the Republic of Korea)’를 심사해 ‘등재 권고’를 결의했다. 최종 등재 결정이 남았지만, 무난히 등재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나라의 연등회는 우리 민족이 오랜 세월 지켜온 불교계의 큰 행사로서 신라 진흥왕 12년(551)년에 시작된 1500년 역사를 지닌 민족 축제이다.  국교가 불교인 신라, 고려시대에는 국가적인 행사로 치루어져 그 규모나 위엄이 매우 장대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유교를 국가 이념으로 삼은 조선시대로 와서는 불교를 억제하고 유교를 숭상하는 억불숭유정책에 따라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축제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민중의 사랑을 받던 연등회는 민간 차원에서도 성대하게 계속되어 왔다. 

1975년 부처님오신날이 국가공휴일로 지정되었고 1996년(불기 2540년)부터는 축제이름을 연등축제로 정하고 동대문운동장에서 조계사에 이르는 제등행렬을 비롯하여 불교문화마당, 어울림마당(연등법회), 대동(회향)한마당 등의 행사가 추가된 종합적인 축제로 되었다. 

2012년에는 ‘연등회는 통일신라시대부터 등장하며 현재까지 지속과 단절 및 변화를 거쳐 불교계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의식’이라는 점이 인정되어 국가무형문화재 제122호로 지정되었다. 

이처럼 연등회는 우리 전통문화를 복원하고 보여줄 수 있는 축제이며, 계속 진화할 수 있는 무형유산이다. 그런 의미에서 유네스코가 지난 2016년 발표한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라는 새로운 목표는 주목할 만하다. 이는 무형유산의 보호뿐만 아니라 무형유산의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를 또 다른 목표로 삼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새로운 유네스코 무형유산정책의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는 인류무형유산으로서 연등회의 가치와 그대로 부합된다. 

연등회의 핵심은 연등이다. 연등회의 연등은 단순한 등불의 축제가 아니다. 불을 밝힘으로써 무지에서 벗어나려는 심오한 철학을 담고 있다. 등을 만들고 등불을 밝히는 것은 인생의 진리를 깨우치고자 하는 염원을 담고 있는 축제이다. 

유네스코의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와 관련하여서도 연등의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연등을 만들 때 하나의 염원을 담아 만든다. <동국세시기>에 보면 자녀의 인원대로 연등을 밝혔다고 기록돼있다. 등 모양도 수박, 잉어, 학 등 장수와 건강을 의미하는 것이 많았다. 
 

임돈희/ 대한민국학술원 회원

연등을 개인의 염원뿐만 아니라 단체, 공동체, 국가, 나아가서는 세계적 관점에서 제작할 필요가 있다. 우리 민족의 영원한 바람인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통일기원등’, 사회 갈등의 해소를 염원하는 ‘화해등’, 나아가서 국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테러의 종식을 기원하는 ‘테러종식등’을 만들면서 또 관등을 하면서 국제적 평화에 대한 염원을 교육하고 일깨우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연등은 유네스코가 지향하는 △사회통합과 평형성 △분쟁 방지와 해결 △평화와 안전 회복 △지속적 평화와 안전유지라는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에 부합되는 것들이다. 

필자는 유네스코의 새 화두인 ‘무형유산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관련해 연등회는 어느 무형유산보다 더 많은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연등회를 유네스코의 새로운 정책인 지속가능한 발전과 연계하여 발전시킬 때 연등회는 세계가 공감하고 즐기는 그리고 인류문화에 공헌하는 축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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